8세때 헤어진 엄마 35년만에 다시 만났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5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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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척집 가다 가족 잃은 박정옥씨
올초 경찰에 유전자 등록 도움 청해
경찰, 등본-DNA검사 통해 확인

35년 전 가족과 헤어져 홀로 살아온 박정옥(가명·왼쪽) 씨가 경찰의 도움으로 가족을 찾았다. 2일 부산 부산진경찰서에서 열린 상봉 행사에서 박 씨가 어머니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부산=뉴스1
35년 전 가족과 헤어져 홀로 살아온 박정옥(가명·왼쪽) 씨가 경찰의 도움으로 가족을 찾았다. 2일 부산 부산진경찰서에서 열린 상봉 행사에서 박 씨가 어머니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부산=뉴스1
“어릴 때 얼굴이 많이 남아 있구나. 맞네. 맞아….”

2일 오전 부산 부산진경찰서 7층 직무교육장. 박정옥(가명·43) 씨가 문을 열고 들어오자 테이블에서 기다리던 가족들이 의자를 박차고 일어섰다. 이들은 달려가 박 씨를 부둥켜안으며 눈물을 쏟았다.

박 씨가 “방송사 가족 찾기 프로그램에 나가보려 했는데 여의치 않았다”며 미안해하자 큰 언니(49)는 “괜찮아. 괜찮아”라며 손을 꼭 잡았다. 또 “널 찾으려고 얼마나 애를 태웠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어머니(73)는 “명절 때 네 생각이 특히 많이 났다. 앞으로는 서로 오가면서 자주 만나자”며 박 씨 얼굴을 어루만졌다. 35년 만의 가족 모임에선 회한과 반가움의 눈물이 수십 분 동안 이어졌다.

박 씨는 여덟 살이던 1987년 전북 전주 버스터미널 근처에서 발견돼 보육원에서 자랐다. 전남 광양에 살던 가족들이 친척 집에 가려고 전주터미널에 내렸다가 박 씨를 잃어버린 것. 박 씨 가족들은 동사무소와 경찰, 보육원 등을 돌며 10년 넘게 수소문했으나 박 씨를 찾지 못했고, 연락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세월을 보냈다.

발견 당시 박 씨는 부모 이름과 자신의 이름만 기억할 뿐 정확한 성과 생년월일을 알지 못했다. 1979년 12월생으로 올해 43세인 박 씨는 보육원에 입소하면서 1981년 3월생으로 등록됐고, 실제 나이보다 두 살 어리게 살아왔다. 박 씨는 “가족의 품이 그리웠지만 정확한 정보가 없다 보니 가족 찾기가 너무 어려웠다”고 말했다.

4년 전 부산에 정착한 박 씨는 올 2월 부산진경찰서 실종수사팀을 찾아 “가족을 찾고 싶다”며 자신의 유전자(DNA)를 등록했다.

경찰은 ‘박정옥’이란 이름과 ‘1980년 전후 6년간 출생’ 등을 키워드로 입력해 박 씨로 추정될 수 있는 인물 556명을 찾아냈다. 이어 가족관계가 기록된 제적등본과 실종 장소 등을 대조해 박 씨 부모일 가능성이 높은 6명을 추려냈다.

이후 경찰은 직접 조사에 나서 박 씨의 어머니가 과거에 아이를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파악했고, 유전자 검사를 통해 가족임을 최종 확인했다. 그리고 이날 박 씨와 어머니, 두 언니 및 남동생의 극적인 가족 상봉이 성사됐다.

부산진경찰서는 올 2월에도 같은 방식으로 56년 전 헤어진 자매를 연결해 온라인 상봉 행사를 열었다. 이 경찰서 관계자는 “수십 년 전 가족을 잃어버린 후 아직까지 찾지 못한 이들이 신고한다면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가족을 찾아줄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
#가족 상봉#박정옥씨#부산진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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