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농업서 친환경 전력까지… 우주탐사기술, 지구에서도 쓴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5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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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대기 측정 기술 활용해 산불감시… 극한환경 농업, 식량 부족 대안으로
우주 공간 속 안정적 전력 공급 위한 핵분열 연료전지-롤아웃태양전지판
탄소 중립 대응 차세대 기술로 주목

미국 기업 루나아웃포스트가 개발한 ‘스페이스 카나리’ 센서는 달 먼지 입자를 감지해 오염도가 높으면 우주인에게 자동으로 경고한다.
 지구에서도 사용하도록 조정된 ‘카나리-S’가 산불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루나아웃포스트 제공
미국 기업 루나아웃포스트가 개발한 ‘스페이스 카나리’ 센서는 달 먼지 입자를 감지해 오염도가 높으면 우주인에게 자동으로 경고한다. 지구에서도 사용하도록 조정된 ‘카나리-S’가 산불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루나아웃포스트 제공
미국의 스타트업 ‘루나아웃포스트’는 달 표면의 공기질 오염도를 측정해 경고를 보내는 ‘스페이스 카나리’ 기술을 개발했다. 아직 달에서 쓰이지는 않지만 시험용 버전인 ‘카나리-S’가 현재 미국 15개 주에 배치돼 산불을 실시간 감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최근 지구의 날(4월 21일)을 맞아 한국을 포함해 19개국이 참여하는 달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 프로그램 등 유인 우주탐사의 의미를 되새기고 효용성을 강조하기 위해 인류의 삶을 개선할 혁신적 우주기술을 여럿 소개했다.
○ 탄소중립 위한 원자력 기반 에너지 시스템
우주인이 우주공간에서 오랜 시간 머물려면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필요하다. 배터리와 태양광, 핵분열 등 발전과 배전 시스템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에너지 포트폴리오 전략이 필요하다.

핵분열 달 표면 시스템을 확장하면 화성에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NASA가 고안 중인 화성에서의 핵분열 표면 전력 시스템 개념도다. NASA 제공
핵분열 달 표면 시스템을 확장하면 화성에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NASA가 고안 중인 화성에서의 핵분열 표면 전력 시스템 개념도다. NASA 제공
NASA는 달 표면에서 핵분열 장치를 활용한 원자력 발전과 첨단 연료전지를 결합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핵분열 표면 전력’으로 불리는 이 기술은 지구에서 구현하는 것보다 규모와 복잡성을 대폭 줄이고 시스템 효율성을 높이는 게 목적이다. NASA와 미국에너지부가 기업들과 함께 관련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최소 40kW(킬로와트)의 전력을 제공하는 원자력 시스템으로 30가구가 10년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기술이 개발되면 지구상 소도시에 안전하고 효율적이면서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한층 진화한 태양광 패널 시스템도 개발하고 있다. 우주기술 기업 레드와이어가 NASA 지원을 받아 최근 개발한 ‘롤아웃태양전지판(ROSA)’은 가볍고 유연한 합성소재를 이용하기 때문에 적은 비용으로도 우주로 쏘아 올릴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 태양전지판은 마치 요가 매트처럼 둘둘 말려 있다가 필요할 때 펴지는 방식이다. 가볍지만 같은 면적의 기존 태양광 패널보다 더 많은 태양광을 얻을 수 있어 지구에서는 이동식 패널로 활용할 수 있다. 현재 이 기술은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테스트 중이다. NASA는 “이 같은 기술 개발로 지구상 전력망을 개선하고 지구 환경 개선과 탄소중립을 위한 최적의 에너지 조합을 갖추는 데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깨끗한 공기와 물, 음식 얻는 기술
장기간 우주를 탐사하거나 화성까지 2∼3년 동안 왕복해야 하는 우주인에게 신선한 음식과 깨끗한 공기, 안정적인 물 공급은 필수적이다. 기후변화와 인구 증가로 식량 공급이 불안정한 지역이 늘어나고 있는 지구상 인류에게도 마찬가지 문제다.

NASA는 ‘심우주 푸드 챌린지’를 통해 극한 우주 환경에서도 작물을 재배하고 식용 단백질을 얻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캐나다 우주청과 공동으로 지난해 1월부터 진행 중인 챌린지를 통해 최소한의 자원으로 최소한의 폐기물을 배출하는 식품 생산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지구상에서 농산물을 얻는 데 필요한 자원이 부족하거나 재해·재난 지역에서 새롭게 식량을 생산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현재 ISS에서 활용 중인 공기 정화 기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 큰 역할을 했다. 공기에서 불순물을 제거하고 유해한 기체 화합물을 산소 등 유익한 물질로 분해하는 이 기술은 코로나19 전파 억제를 위해 학교나 병원, 쇼핑센터, 공항, 버스 등에서 대거 활용됐다.

이 밖에 우주인들이 우주에서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을 3차원(3D) 프린팅으로 마련하는 기술, 실리콘 태양전지를 대체하는 차세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3D 프린팅으로 인쇄하는 기술 등도 지구상 난민과 저소득 국가, 재난·재해 지역을 위한 거주공간과 에너지 공급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는 기술이다. 우주인의 땀, 소변을 조합하고 재활용해 우주인에게 필요한 물을 공급할 수 있는 기술도 나오고 있다. 현재 재활용·정화율이 90% 이상에 달한다.

NASA 측은 “인간의 우주 탐사를 위해 개발된 기술이 지구 환경과 지구상 인류의 삶을 개선하는 혁신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며 “전 세계 우주 관련 기관, 기업과 협력해 지구에서 인류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혁신을 지속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reborn@donga.com
#우주탐사기술#스페이스 카나리#카나리-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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