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들 “尹정부의 ‘납품단가 모범계약서’, 실효성 적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28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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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흥 인수위 부대변인. 2022.4.6/뉴스1
김기흥 인수위 부대변인. 2022.4.6/뉴스1
경기 안산시에서 금형가공 분야 3차 하청업체를 운영하는 박모 씨는 올해 들어 원자재 값이 급등하자 원청업체에 “납품단가를 올려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거래 업체를 바꾸겠다”는 엄포였다. 결국 단가 인상을 포기한 박 씨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손해는 밑바닥 중소기업 몫”이라고 했다.

28일 공정거래위원회와 업계에 따르면 새 정부가 추진하는 ‘납품단가 모범계약서’를 두고 중소기업들 사이에서 ‘실효성이 없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모범계약서로 원자재 가격 인상을 납품가격에 반영하는 시장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1차 목표”라고 제도의 취지를 밝혔지만 현실적으로 모범계약서가 제대로 적용되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납품단가에 자동으로 반영하는 ‘납품단가 연동제’와 달리 모범계약서는 납품계약을 맺은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작성한다. 모범계약서 작성은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중소기업들이 모범계약서에서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단가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 대기업 중심의 원청업체나 1차 하청업체가 모범계약서를 아예 작성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정위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8만3972개 수급업자(하청업체) 중 원청업체에 납품단가를 올려달라고 요청한 비율은 4.0%에 불과했다. 하지만 공정위가 이달 12일부터 운영한 납품단가 신고센터에 접수된 신고는 27일 기준 17건이나 됐다. 하청업체들이 원청업체에 대놓고 단가 인상을 요구하지 못한 채 신고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따르면 공급원가 변동에 따른 하도급대금 조정 분쟁은 올 1분기(1~3월) 7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5건 늘었다.

반면 대기업들은 납품단가 연동제처럼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의무적으로 납품단가에 반영하는 제도는 시장 원칙을 위배하는 행위라고 반발한다. 재계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이미 상당수 원청업체가 납품단가를 인상하고 있다”며 “연동제가 시행되면 결국 소비자 가격이 올라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세종=김형민기자 kalssam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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