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처로 떠오르는 SMR 기술, 제도적 뒷받침 서둘러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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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가 설립한 SMR 개발社… SK도 최근 투자 검토 의사 밝혀
국내선 혁신형 SMR 예타 조사 중, 통과 땐 6년간 5832억 투입 계획
원안위 관련규제 연구 시작됐지만 산업계와 협의 부족하다는 지적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원전 확대 방침을 밝힌 가운데 주요 육성 과제로 떠오른 ‘소형모듈원자로(SMR)’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주요 투자가 해외 기업에 몰리고 있고 신규 원전 개발을 위한 안전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아 경쟁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8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혁신형 SMR 국회포럼’에서 국내 원자력 전문가들은 원전 개발의 최우선 선결 과제인 안전성 검증 기준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큰손’들도 투자하는 소형원전
SMR는 발전용량이 300MWe(메가와트e) 규모로 1000MWe 이상 상용 대형원전에 비해 작은 원자로다. 인구 10만 명 규모의 소도시에 전기를 공급하는 수준이다. 현재 각국에서 70여 종의 SMR를 개발 중인 가운데 국내에서는 혁신형 SMR(i-SMR) 사업이 지난해 5월 예비타당성조사에 들어가 다음 달 최종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예타가 원안대로 통과하면 2028년까지 6년간 5832억 원을 들여 새로운 SMR를 개발하게 된다.

SMR는 이미 해외 거부들의 주요 투자처로 떠올랐다.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 빌 게이츠는 2006년 SMR 개발 기업 테라파워를 설립했다. 게이츠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과 지난해 미국 와이오밍주에 차세대 소형원전을 짓기로 합의했다.

SK그룹은 테라파워에 대한 투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29년 미국에서 SMR의 상업 운전이 목표인 뉴스케일파워에 1억400만 달러(약 1287억 원)를 투자해 기자재 우선 공급권을 확보했다. 삼성물산과 GS에너지도 뉴스케일파워에 투자했다.

SMR는 실증까지 아직 많은 기간이 남았지만 각국은 SMR 도입과 관련한 규제 개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원전은 규제를 통해 안전성이 검증돼야만 하는 기술인 만큼 규제 방향을 알지 못하면 개발 방향을 잡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나트륨을 냉각재로 활용하는 테라파워나 용융염 냉각재 방식의 SMR를 개발하는 덴마크 시보그 등 전에 없던 기술을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국내에서 주목하는 SMR 기술도 신기술에 해당한다. 정부가 개발 중인 혁신형 SMR는 핵분열 속도를 조절하는 감속재인 붕산을 쓰지 않는 무붕산 운전 방식으로 개발된다. 일반 경수로처럼 반응 수조에 제어봉을 넣거나 붕산을 녹여 핵분열을 일으키는 중성자를 흡수하도록 설계된다. 제어봉은 핵분열을 빠르게 감속시키지만 수조 전체를 균일하게 감속시키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붕산은 반대 역할을 한다. 현행 국내 규제는 두 방식을 모두 도입하도록 하고 있지만 혁신형 SMR는 붕산을 비상 제어용으로만 쓰도록 하고 있다. 그만큼 안전성을 뒷받침할 규제를 빨리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개발 근거, 안전 기준 서둘러야 개발에 속도
한국도 SMR 규제를 마련한 경험이 있다. 2012년 110MWe급 중소형원자로 스마트(SMART) 표준설계인가를 마련한 적이 있다. 그러나 혁신형 SMR에 맞는 규제는 없다.

스마트 원자로는 최근 개발되는 SMR와 달리 안전 계통 설비를 외부로 해서 설비를 넣을 콘크리트 건물이 따로 필요하다. 새로운 방사선 비상계획도 마련해야 한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올해 20억 원 등 7년간 360억 원을 들여 SMR 관련 규제 연구개발(R&D)을 시작했다. 그러나 산업계와의 협의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원자력 분야 새 기술은 원자력 규제 내에서 개발돼야 하는데 규제가 어떻게 될지 모르면 방향을 잡는 게 불가능하다”며 “미국은 산업계와 원자력규제위원회가 대형원전에 적용되는 규제 중 17개 정도를 풀어줄 수 있다는 합의를 봤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신중론도 나온다. SMR가 아직 성숙하지 않은 기술인 만큼 경제성을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8일 “미국 전력회사들이 노후 석탄발전소에 SMR를 설치하기 위해 정치인과 당국, 소비자를 설득하고 있다”면서도 “SMR 지지자들조차 기존 원전보다 빠르고 저렴하게 건설할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학계는 한국이 최근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생태계가 약화됐지만 원전 건설 경험이 풍부해 경제성에서 충분히 앞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정익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는 “혁신형 SMR의 제작 기간을 24개월로 단축하려면 정부가 나서 새로운 기술에 도전하도록 원전 산업 생태계를 보강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
#소형모듈원자로#smr#소형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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