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교통 공익신고의 명암… “안전운전 유도”vs“운전자 갈등 유발”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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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5만4103건… 3년새 2배 급증
앱으로 손쉽게 법규위반 차량 신고… “당한만큼 갚는다’” 반발심리 한몫
‘전문 신고꾼’이 수십 건 올리

일반 시민이 교통법규 위반의 증거를 확보해 경찰에 직접 신고하는 공익신고 건수가 매년 늘고 있다. 17일 오후 부산 동구 한 도로변에서 ‘스마트 국민제보’를 실행한 모습.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일반 시민이 교통법규 위반의 증거를 확보해 경찰에 직접 신고하는 공익신고 건수가 매년 늘고 있다. 17일 오후 부산 동구 한 도로변에서 ‘스마트 국민제보’를 실행한 모습.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부산에 사는 김모 씨(39)는 요즘 운전대를 잡으면 늘 조심한다. 급격한 끼어들기를 자제하고 차로 변경 때도 꼬박꼬박 방향지시등을 켠다. 최근 집에 도착한 ‘교통질서 안내장’이 다소 거칠었던 그의 운전 습관을 바꿔 놓은 것.

교통질서 안내장은 ‘적색 불에 횡단보도를 점령했다’며 누군가 김 씨의 차량을 신고해 발송됐다. 경찰은 안내장에서 “도로교통법 제5조(신호 위반)를 어겨 범칙금과 벌점 부과 대상이지만 위법 행위가 경미해 경고 조치만 한다”고 안내했다. 김 씨는 “공익신고에 걸려 본 운전자는 교통법규를 더 잘 지켜야 하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 되더라”고 말했다.

공익신고는 경찰관과 무인단속 카메라가 없어도 시민들이 직접 도로 위 불법을 감시하는 제도다. 해마다 공익신고가 늘어나 운전자에게 ‘안전운전’을 유도해 교통사고 위험을 줄인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 하지만 자칫하면 운전자들 간 갈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18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부산에서 접수된 공익신고는 총 5만4103건. 3년 전인 2019년 같은 기간 2만7164건에 비해 약 2배로 늘었다. 대부분의 공익신고는 ‘스마트 국민제보’라는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접수된다. 위반 일시와 위반 지점, 신고 내용, 증거(사진과 동영상) 등을 첨부하면 누구나 쉽게 교통법규 위반 차량을 신고할 수 있다.

몇 년 새 신고 건수가 크게 증가한 것은 공익신고로 ‘과태료 처분 통지서’나 ‘경고장’ 등을 받은 이들 중 상당수가 ‘당한 만큼 갚는다’는 심정으로 다른 운전자들을 적극적으로 공익신고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일부 ‘전문 신고꾼’이 수십 개의 법규위반 사실을 올리는 점도 건수 증가의 한 요인으로 경찰은 꼽고 있다. 다만 공익신고에 따른 포상금은 없다.

공익신고가 늘면서 교통사고는 감소하고 있다. 부산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2019년 1분기 3083건에서 △2020년 2846건 △2021년 2733건 △올해 2422건 등 매년 감소 중이다. 경찰관의 단속에 적발된 교통법규 위반도 2019년 1분기 4만371건에서 매년 줄어 올해는 3월까지 2만7743건이었다.

경찰은 공익신고가 교통사고나 교통법규 위반을 줄인다고 단편적으로 분석하기에는 무리가 따르지만 공익신고가 교통 안전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는 것은 분명하다는 입장이다. 부산경찰청 김진우 교통안전계장은 “등록 자동차 수는 늘었는데 교통사고가 줄어든 것은 공익신고 증가에 따른 조심운전 문화가 확산됐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부산의 등록 자동차 대수는 2019년(3월 기준) 137만 대에서 올해 147만 대로 늘었다. 최재원 도로교통공단 부산지부 교수는 “불특정 다수의 안전을 생각하면 공익신고 활성화는 아주 고무적”이라며 “이는 단속 카메라를 늘리는 것보다 더 나은 효과를 낸다. 미국 등에서는 운전자 간 법규 위반 신고가 보편화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적지는 않다. 공익신고가 ‘상대 운전자 분풀이 수단’으로 악용될 뿐 근본적인 사고 예방의 효과가 적다는 것이다. 부산의 한 일선 경찰서 경비교통과장은 “경미한 법 위반자에게 경고 조치만 하면 신고자가 왜 강력하게 처벌하지 않느냐며 경찰에 따진다”며 “본인도 법규를 위반한 운전자임에도 상대에게만 처벌을 촉구하는 경우도 있어 경찰 행정력이 낭비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최양원 영산대 드론공간정보공학과 교수는 “공익신고로 과태료 처분을 받은 초보 운전자는 도로에서 항상 예민해지게 돼 오히려 사고 위험을 높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교통 공익신고#안전운전#운전자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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