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준, 금리 0.25%p 올려…연내 6차례 추가 인상 시사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17일 10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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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드디어 금리 인상의 시동을 걸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세계 경제에 불안 요인이 있지만 일단 40년 만에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물가 상승세를 잠재우는 게 우선이라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6일(현지 시간)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치고 현재 0.00~0.25%인 기준금리를 0.25~0.50%로 0.25%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로서 연준은 2018년 12월 이후 3년 4개월 만에 금리를 처음 올리게 됐다. 연준은 2020년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터지자 금리를 파격적으로 내리고 제로(0) 수준의 금리를 2년 간 유지해 왔다.

연준은 이날 올해 남은 6차례의 FOMC 회의 때마다 금리를 올리겠다는 방침을 시사했다. 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점도표가 이날 공개됐는데, 위원들은 올해 말 금리 수준을 평균 1.9%로 예상했다. 회의마다 ‘기본 단위’인 0.25%포인트씩 올린다면 앞으로 남은 6차례 회의에서 모두 금리 인상을 예고한 셈이다. 2023년 말 평균 예측치도 2.8%로, 올해에 이어 내년도 거의 쉬지 않고 금리를 올리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미국 언론들은 연준이 향후 계속된 금리인상 의지를 강하게 밝혔다는 점에서 이날 발표가 다소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이라고 평가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금리를 더 빨리 올리는 것이 적절하다고 결론을 내리면 우리는 그렇게 할 것”이라며 상황에 따라 긴축 속도를 더 높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 긴축 속도전…5월부터 양적축소도 시작
이날 연준의 0.25%포인트 금리 인상은 시장에서 이미 예상했던 것이다. 그보다는 앞으로의 인상 폭과 속도가 기존 예상보다 훨씬 커질 수 있다고 예고한 것에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이날 점도표를 보면 16명의 FOMC 위원 중 12명은 올해 금리를 6차례 이상 더 올려야 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이중 7명은 7~8차례 이상의 금리 인상이 더 필요하다고 봤다. 올해 남은 FOMC 회의가 6번임을 감안하면 절반이 넘는 위원들은 한 번에 0.50%포인트 이상 금리를 올리는 ‘빅 스텝’(big step)도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석 달 전에 비하면 상당히 단호해진 것이다. 지난해 12월 FOMC 정례회의에서는 회의에 참석한 18명의 위원 중 대부분인 16명은 올해 금리인상 횟수가 3차례 이하면 충분하다고 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런 금리인상 기조는 2015~2018년 9차례 인상에 비해 훨씬 빠른 것이고, 2004~2006년 17차례 연속으로 금리를 올렸을 때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평했다. 2004~2006년에는 당시 장기간의 저금리로 집값이 폭발적으로 오르자 이에 깜짝 놀란 연준이 대대적인 긴축에 나선 때로, 미국은 이런 노력에도 직후에 금융위기의 전조가 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맞았다.

연준은 이런 빠른 금리인상과 함께 보유자산을 줄이는 양적긴축(QT)도 조속히 병행할 예정이다. 연준은 그동안 팬데믹 등에 대응한 경기부양을 위해 시장에서 채권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돈을 풀어왔는데, 이렇게 쌓인 연준의 자산이 8조9000억 달러에 이른다. 연준이 이 자산을 줄여나가면 시중 유동성을 직접 흡수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상당한 긴축 효과를 낼 수 있다. 제롬 파월 의장은 이날 “다음 회의에서 우리의 대차대조표(자산)를 줄여나가기 시작할 것”이라며 5월부터 양적축소에 돌입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양적긴축의) 체계는 지난번과 비슷하겠지만 속도는 더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 신흥국 불안, 경기침체 우려
연준의 이런 강력한 긴축 의지는 무엇보다도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연준은 이날 경제전망에서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석 달 전의 2.6%에서 4.3%로 크게 올렸다.

파월 의장은 “높은 물가는 음식 주거 등 필수 재화의 높은 가격을 감당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상당한 어려움을 주고 있다”면서 “우리는 물가 안정세를 복원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절실히 느끼고 있고 이를 위해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높은 에너지 가격이 전반적인 물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원유와 원자재 가격 상승은 인플레이션에 단기적 상승 부담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미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인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있어서 금리인상 등 긴축이 더 시급하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그는 “우크라이나 상황이 미국과 글로벌 경제에 미칠 경제적 영향은 매우 불확실하다”면서도 “내년도 경기침체 가능성이 특별히 올라가진 않았다. 지금 수요도 강하다”고 평가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던 유동성이 미국으로 환류할 수 있기 때문에, 기초체력이 부족한 신흥국의 경제는 유동성이 빠져나가고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 또 이런 시장 불안을 막기 위해 각국이 함께 금리를 올리게 되면 경기회복이 지연되고 부채 상환이 어려워지는 충격이 올 수도 있다.

다만 연준의 금리 인상 의지가 미국 경제의 튼튼함을 반증한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이날 미국 증시는 급등세로 마감했다. 특히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3.8% 급등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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