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구 기자의 對話]“현장은 지옥인데… 정부 내 전문가 중 잘못된 사인 주는 그룹 있어”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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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일상회복지원위 사퇴한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

이재갑 교수는 “정부가 위기 상황을 솔직하게 인정해야 한다”며 “치료도, 감시도 없는데 재택치료, 수동감시라고 부르며 마치 정부가
 뭔가 해주고 있는 것처럼 호도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이재갑 교수는 “정부가 위기 상황을 솔직하게 인정해야 한다”며 “치료도, 감시도 없는데 재택치료, 수동감시라고 부르며 마치 정부가 뭔가 해주고 있는 것처럼 호도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이진구 기자
이진구 기자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다음 주면 하루 확진자가 35만 명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반면 방역정책은 점점 더 완화되는 상황. 정부가 영업제한 시간을 오후 11시까지로 연장하는 거리 두기 조정안을 발표한 4일에는 역대 하루 최다인 216명이 사망했다. 최근 정부 코로나19 일상회복지원위원회를 사퇴한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3만 명 예상할 때 ‘20만 명 갈 수 있다’고 했더니 나보고 비관론자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오늘(2일 0시 기준) 확진자가 처음으로 20만 명을 넘겼다. 비관론자는 아닌 것 같은데….

“정부 쪽에서 맥시멈(Maximum) 3만 명 볼 때 20만 명 얘기했더니 정부와 일하는 전문가들은 그렇게까지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더라. 그러면서 나와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비관론자라고…. 나는 일상회복지원위원이었고, 정 교수는 김부겸 국무총리 특보다. 우리는 정부랑 일을 안 했나. 정부 내 전문가 중에 잘못된 사인을 주는 그룹이 있다.”

―그 전문가들이 방역 정책 완화에 일조하고 있다는 건가.

“바이러스는 정직하다. 대응하면 줄고, 안하면 는다. 지금 거리 두기는 영업제한 시간을 빼면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하지않나. 방역 패스도 풀고, 역학조사도 안 하고. 확진자 수가 정점을 찍었을 때 완화해도 되는 걸 한창 폭증하는 상황에서 왜 앞당겨 푸는 지 이해가 안 간다. 오미크론이 델타보다는 위험성이 낮고, 백신접종률도 높으니까 걸릴 만큼 걸려서 이번 유행을 마지막으로 만들어보자고 각오한 게 아니면 절대로 이런 방향으로 가면 안 된다.”

―의료진 감염까지 속출하고 있는데 정부는 경증이면 3∼5일만 격리하고 업무에 복귀해도 된다고 한다.

“경증이라 일은 할 수 있다고 치자. 환자나 다른 의료진의 감염은 어떻게 하나. 병원이 멈출 정도의 상황이라면 해야겠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나오라고 말하면 안 된다. 확진 후 7, 8일이 지나 격리가 해제돼도 바이러스가 20% 이상 나온다. 3∼5일이면 아프고 열나는 것과 상관없이 바이러스가 한창 뿜어올 때인데 안 아프면 나오라니. 내가 경증이라고 나한테 옮은 사람도 경증인가? (정부 쪽) 전문가 중에 병원에서 일해보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현장은 지옥인데 현장을 모르는 사람들이 정책에 관여한다.”

―당신은 의료체계가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했다.

“병상이 다 차면 더 이상 환자를 받을 수 없지 않나. 의사가 감염되면 일주일 동안 수술이나 진료를 할 수가 없다. 경증이면 그냥 하라고? 마취과도 들어오고, 간호사들도 붙고, 다른 의사들도 있는데…. 우리 병원에 흉부외과 교수 두 명이 에크모(ECMO·인공심폐기)를 돌리는데 만약 이분들이 격리되면 기계도 제대로 못 돌린다. 코로나 환자만 죽는 게 아니다.”

―그런 상황이 오면 외국처럼 록다운(lockdown·이동제한령)이라도 해야 하나.

“필요한 상황이 오면 할 수도 있다고 보는데…문제는 임기 말 정부가 록다운 같은 강력한 행정조치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레임덕이라 제대로 지킬지도 의문이고, ‘다 끝난 우리가 왜?’라고 생각하지는 않을는지. 새 정부 입장에서도 시작부터 그렇게 고통스럽고 인기 없는 정책은 하고 싶지 않을 것 같고. 그래서 앞으로 몇 달이 방역 정책적으로는 굉장히 애매하고 이상한 시간이 될 수 있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코로나 중환자가 최근 한 달간 6배가 늘었다는데,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는 게 무슨 말인가.

“확진자 중에 인공호흡기나 에크모 등 기계에 호흡을 의존하는 경우만 코로나 중환자로 집계하기 때문이다.” (확진자 중 뇌졸중, 협심증 등은 숨만 스스로 쉴 뿐 중환자 아닌가.) “당연하다. 그런데 그런 경우에 대한 환자 분류 체계를 안 만들었다.”

―분류 체계를 안 만들었다니….

“전에는 코로나에 걸리면 주로 폐에 문제가 생겼다. 자가 호흡 중환자는 일부라 분류가 별로 의미가 없었는데 오미크론으로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이런 중환자도 많아졌다. 그러다보니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어이없는 일?) “병상 배정은 보건복지부가 하는데 국·과장급에 의사가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의료 현장을 잘 모른다. 그러다보니 자가 호흡 중환자가 코로나 중환자 병상에 누워있으니까 ‘이 사람들이 왜 여기 있느냐, 빨리 빼라’고 하는 거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자가 호흡 중환자’는 2월 1일 104명에서 3월 1일 597명으로 5.7배로 늘었다.

―숨만 스스로 쉴 뿐 중환자인데 병상을 빼면 어디로 가라는 건가.

“갈 데가 없다. 코로나에 감염된 심부전 투석 환자를 일반 중환자실에서 돌볼 수는 없지 않나. 그런데도 분류 체계상으로는 (코로나 중환자가)아니니까 빼라는 거다. 병원에서 난리를 치니까 지난달에야 관련 지침에 ‘기타 질환에 의한 중환자도 수용할 수 있다’는 한 줄을 넣었다. 그 한 줄 넣는데 참 오래 걸렸다.”

―최근 영유아들이 이송 중이나 재택치료 중에 잇달아 숨졌다.

“그게 병상이 부족한 것도 있지만… 소아과가 인기가 없어진 탓도 있다. 출생률이 줄면서 돈은 안 되는데, 부모들의 항의는 많아지니까 소위 일하기 힘든 분야가 된 거다. 메이저 대학병원 정도를 빼면 소아과 레지던트가 있는 병원이 거의 없다. 레지던트가 있는 곳도 낮 근무 때문에 밤에 당직은 못 세운다.” (밤에 응급 소아는 어떻게 하라고.) “대부분의 대학병원에서 소아과는 밤에 응급 콜을 안 받는다. 우리 병원도 소아 응급진료는 못 본다. 코로나와 별개로 우리나라 소아 진료 체계 중에 응급 부분은 이미 시스템이 붕괴되고 있다.” (왜 이제야 그런 문제가 드러난 건가.) “델타 이전까지는 소아 감염이 많지 않아서 메이저 병원에서 감당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 수를 넘었으니까.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이런 문제들이 파생됐다. 그런데 완화라니….”

―일상회복지원위원회는 왜 그만뒀나.

“1∼2월에 오미크론이 막 퍼지는데 방역은 완화 기조로 자꾸 바뀌었다. 뭐라고 말을 해도 받아들여지지도 않았고, 더군다나 그 중요한 시기에 위원회는 한 달 동안이나 회의를 하지 않았다. 자가 격리나 재택치료, 역학조사 포기 등 다뤄야할 중요한 사안이 많았는데도 안 했다. 그래서 위원회 방역·의료분과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 ‘이럴 거면 저는 더 이상 참여할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하고 나왔다. 사실 더 빨리 그만두려고 했다.”

※위원회는 1월 12일 7차 회의 후 한 달여 만인 2월 17일 8차 회의를 열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다음 날인 2월 18일 대형마트 QR인증을 폐지하고 식당, 카페 영업은 오후 10시까지 한 시간 더 연장하는 거리 두기 조정안을 발표했다. 이 때문에 위원회 회의가 사실상 형식적으로 열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갈등이 좀 있었나.

“지난해 11월 1일부터 시작된 ‘단계적 일상회복’을 준비할 때였는데 우리는 5단계 정도로 천천히 완화하는 식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정부에서는 3단계 안을 가져왔다. 옥신각신하다가 그거라도 중간에 브레이크 장치(긴급 방역 강화제도)만 넣는다면 방역분과에서 동의할 수 있겠다고 했는데….” (발표 때는 중증환자 입원 병상 가동률이 75%가 넘으면 발동하겠다고 했는데 정작 넘어도 안 하던데.) “그래서 브레이크 장치를 넣는 조건으로 동의한 건데 시행을 안 하면 위원회에 있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사실 정부는 3단계가 아닌 2단계 안을 하고 싶어 했는데 소리를 질러가며 싸워서 막았다. 회의에서 ‘정말 중환자실에서 몇 백, 몇 천 명씩 죽는 꼴 보고 싶냐’고 난리를 쳤으니까.”

―그런데 이해가 안 가는 게… 지난달 17일 위원회에서 정은경 질병청장은 거리 두기 완화에 부정적인 의견을 냈는데 다음 날 정부는 완화된 조정안을 발표했다.

“질병청과 보건복지부 눈에는 문제가 생길 게 뻔히 보였겠지만… 청와대나 총리실에서 워낙 푸는 쪽으로 가니까. 그때도 전문가들은 왜 (정부가) 상황과 동떨어진 판단을 하는지 의아해했다.”

※17일 8차 일상회복지원위에서 정 청장은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전주 대비 환자 수가 2배 이상 급증했고… 위중증·사망자가 지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행 정점 시기와 규모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 유행 정점까지는 안정적인 상황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당신은 지금 가장 중요한 게, 정부가 위기를 위기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지금 확진자가 너무 늘어서 집중관리군 외에는 정부가 관리해 줄 수가 없다. 그러면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처럼 국민들에게 지금이 위기이고, 국민 스스로 자신을 지켜야 하는 상황이라는 걸 솔직히 말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너무 잘해왔다고 자부하다 보니, 위기를 인정하는 걸 마치 방역을 포기하는 것으로 여긴다. 지금 정부는 적어도 소통 부분에서는 이전 정부들과는 다를 줄 알았는데… 똑같다는 생각밖엔 안 든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코로나 확진자 폭증#현장은 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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