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질병청장은 방역 완화 반대했는데 왜 정부는 풀었을까[이진구 기자의 대화, 그 후-‘못 다한 이야기’]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12일 11시 00분


코멘트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편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왼쪽).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왼쪽).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코로나19 확진자가 한창 폭증하던 2일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를 인터뷰 했습니다.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은 모르는 바 아니지만 확진자가 폭증하는데 방역은 점점 더 완화하는 상황이 좀 앞뒤가 안 맞았기 때문이지요. 이 교수는 이런 정부 대응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지난달 중순 정부 코로나19 일상회복지원위원회 위원직을 사퇴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인터뷰를 한 2일은 마침내 처음으로 확진자 20만 명을 넘은 날이지요. 그때 다음주면 30만 명을 넘을 수 있다고 했는데 정말 3월 8일 34만 명을 찍었습니다.

이 교수가 진심으로 하고 싶었던 말은 이제 확진자가 너무 늘어나서 정부가 다 관리해줄 수가 없기 때문에 정부가 국민들에게 상황을 솔직하게 말해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지금이 위기라는 것이죠. 델타보다 증상이 약하다고는 하지만 오미크론 자체도 아직 완전히 무시할 정도는 아닌데다 델타와는 비교할 수도 없이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또 다른 문제들이 파생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의사도 감염되면 일주일 동안 자가 격리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정부는 경증이면 3~5일만 격리하고 나와서 일하라고 합니다. 환자나 다른 의료진의 감염은 어떻게 하나요? 이 교수가 근무하는 병원에는 흉부외과 교수 두 명이 에크모(ECMO·인공심폐기)를 돌리고 있다고 합니다. 만약 이분들이 격리되면 코로나 환자가 아닌 사람도 기계를 제대로 못 돌려 죽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최근에 코로나에 걸린 영유아들이 잇달아 숨졌다는 기사를 보셨을 것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증상이 악화돼서, 병상이 다 차서 그런 일이 벌어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 속에는 소아응급체계가 무너진 슬픈 우리 의료현실이 있었습니다. 출산율이 줄면서 소아과가 돈이 안 되니 인기가 없어진 것이죠. 메이저 대학병원 정도를 빼면 소아과 레지던트가 있는 병원이 거의 없다고 합니다. 레지던트가 있는 곳도 낮 근무 때문에 밤에 당직은 못 세우고요. 그래서 대부분의 대학병원에서 소아과는 밤에 응급 콜을 안 받고 있다고 하는 군요. 야간에 소아응급을 받는 곳을 찾다보니 시간이 지체될 수밖에 없는 것이죠. 그런데 코로나가 2년이나 지났는데 왜 지금 와서 문제가 드러났냐고요? 그 전까지는 지금처럼 확진자가 폭증하지 않았기 때문에 메이저 병원에서 감당할 수 있었지요. 지금은 그럴 수가 없는 상황이고요.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이 교수는 “확진자가 너무 늘어서 집중관리군 외에는 정부가 관리해 줄 수가 없다. 그러면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처럼 국민들에게 지금이 위기이고, 국민 스스로 자신을 지켜야 하는 상황이라는 걸 솔직히 말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지금까지 너무 잘해왔다고 자부하다 보니, 위기를 인정하는 걸 마치 방역을 포기하는 것으로 여긴다는 것이죠. 재택치료, 수동감시 등의 이상한 이름도 그런 이유에서 나온 게 아닌가 싶습니다. 집중관리군 외에는 아무 것도 못해주는데 ‘재택치료’라니 너무 이상하지 않습니까? 확진자 동거인은 격리여부를 스스로 결정하라고 하면서 ‘수동감시’라니요. 아무 것도 하지 않는데 마치 뭔가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싶으니 이런 용어를 만들어내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제 우리 몸은 우리가 지켜야만 하는 시기가 왔습니다. 그런 면에서 지난 인터뷰 기사에서 다 쓰지 못한 자가진단키트의 정확성 문제를 얘기해야겠군요. 자가진단키트를 너무 믿고 ‘두 줄(코로나 양성)’이 안 나왔다고 안심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 교수는 “증상이 있는 사람은 50~60% 정도, 증상이 없는 사람은 20% 정도 밖에 못 잡아낸다”고 하는 군요. 그런데 이상하지요? 정부는 늘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기준을 충족했다고 합니다. 민감도(감염자가 양성으로 진단되는 비율)는 90%, 특이도(비감염자가 음성으로 나오는 비율)는 99%를 충족했다고요. 우리 같은 일반인들은 이 말이 자가진단키트로 실제 환자를 검사했을 때 90%, 99%가 나오는 줄 압니다. 그런데 그게 아닙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이 수치는 제조회사 실험실에서 환자 검체를 모아 조금씩 희석시키면서 어느 정도까지 바이러스를 잡아내는지를 보여주는 시험 결과라고 합니다. 제조회사가 특이도, 민감도를 자체 검사하고, 그 결과와 시험 과정을 식약처에 제출하는 방식이라는 군요. 그래서 이 교수는 “마음만 먹으면 99%를 만들기는 쉽다”고 합니다. 일종의 자동차회사에서 연비 선전하는 것과 비슷한 거죠. 사실 진짜 90%, 99%면 굳이 유전자증폭(PCR)검사를 또 할 필요도 없지 않겠습니까?

이 교수는 “우리나라 키트가 다른 나라 것보다 위양성(가짜 양성비율)도 높다”고도 했습니다. “키트로는 양성인데 PCR검사에서는 음성으로 나오는 비율이 20%정도나 된다”고 했지요. 신속항원검사는 바이러스를 잡아내는 확률은 좀 낮아도, 일단 잡아내면 이 사람은 확실하게 걸렸다고 얘기해주기 때문에 쓰는 겁니다. 그런데 키트에서는 양성인데 PCR에서 음성이면, 애초에 키트 자체를 믿을 수가 없는 거지요.

아, 이 얘기는 꼭 해야겠습니다. 2월 1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대형마트 QR인증을 폐지하고, 식당 카페 등의 영업시간을 밤 10시까지 한 시간 더 연장하는 거리두기 조정안을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이 중요한 방역정책을 완화하면서 전날인 17일까지 한 달 동안 일상회복지원위원회는 열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위원회가 조정안을 검토할 시간도 없었던 것이죠. 그런데 이 전날 열린 회의에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전주 대비 환자 수가 2배 이상 급증했고… 위중증·사망자가 지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행 정점 시기와 규모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 유행 정점까지는 안정적인 상황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완화하면 안 된다는 것이죠. 그런데 왜 정부는 밀어붙였을까요? 2월 18일 확진자는 10만2211명이었습니다. 그리고 한 달이 채 안 된 3월 8일 34만2446명으로 늘었습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