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 후 핵연료 원전부지 저장案… 주민과 협의 안돼 전면 폐기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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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규석 부산 기장군수 인터뷰
고리원전 위치… 40년 넘게 피해
지방에 권한-예산 과감히 넘기고 기초선거 정당 공천도 폐지해야

원전 소재 지자체 행정협의회장인 오규석 부산 기장군수는 12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원전 지역 주민들과 소통
 없이 수립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안을 전면 철회하고 주민 의견 수렴과 동의 절차를 거쳐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원전 소재 지자체 행정협의회장인 오규석 부산 기장군수는 12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원전 지역 주민들과 소통 없이 수립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안을 전면 철회하고 주민 의견 수렴과 동의 절차를 거쳐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주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더 중요한 건 없습니다.”

오규석 부산 기장군수(64)는 12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사용 후 핵연료’ 정책을 비판하며 이렇게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2월 27일 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한 사용 후 핵연료를 원전 부지에 한시 저장하겠다는 내용 등을 담은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안’을 확정했다. 지난해 12월 7일 기본계획안 초안을 공개하고 행정예고를 거친 뒤 20일 만에 원자력진흥위원회에서 심의, 의결한 것.

이에 대해 오 군수는 “이 계획안은 원전 인근 주민들에게 직접 피해를 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그럼에도 정부는 최대 피해자이자 이해 당사자인 원전 소재 지자체와 지역 주민에게 일절 설명하거나 소통, 협의하지 않았다”며 계획안의 전면 폐기를 주장했다. 이어 “주민 의견 수렴과 동의 절차 과정을 거쳐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1월부터 기장 영광 울주 경주 울진 등 원전 소재 5개 지방자치단체의 행정협의회를 이끌고 있다. 협의회는 원전 지역 현안을 함께 해결하자는 취지로 2004년 설립됐다. 오 군수는 “기장 주민들은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전력을 생산한다는 대의명분 때문에 40년 넘게 각종 정신적, 재산적 피해를 감내했다”며 “이런 졸속 행정은 주민을 철저히 무시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기장군은 1978년 국내에서 처음 원전이 들어선 지역으로 2017년 폐쇄된 ‘고리원전 1호기’ 외에 5개의 원전이 가동 중이다.

오 군수는 “이 같은 중앙정부 주도의 일방통행식 행정을 마감하고 지방에 많은 권한과 예산을 넘긴 진정한 지방분권이 새로운 시대정신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장군이 운영 중인 ‘기장형 애자일 행정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그는 “모든 행정 정책과 사업의 초기 단계부터 주민, 전문가단체, 이해 관계자, 관련 부서가 함께 대화하고 협업해 행정 수요자들의 다양한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고 피드백되도록 하는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오 군수는 고향에서 4번이나 군수로 뽑힌 이력 때문에 지역 정가에선 ‘지방자치 제도의 산증인’이라 불린다. 1995년 당시 민주자유당 후보로 1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이후 총선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2010년 무소속으로 5회 지방선거에 다시 도전해 선출된 뒤 내리 3선에 성공했다. 지역에선 업무추진비를 한 푼도 쓰지 않는 단체장, 오후 10시까지 집무실을 열고 민원을 직접 받는 군수 등으로 유명하다. 3선 연임을 했기 때문에 6월 지방선거에는 출마할 수 없다.

오 군수는 “지역 주민들을 위해 밤낮없이 일할 사람을 뽑아야 지방자치가 성공한다”며 “당리당략에 따라 움직이고 정당 눈치만 보는 사람은 그럴 수 없기 때문에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선거에선 정당 공천제를 빨리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핵연료#정책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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