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종률 높아 방역패스 불필요? 인구 10%인 미접종, 코로나 사망의 절반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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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방역패스 효력정지’ 쟁점 따져보니

5일 서울의 한 스터디카페에 ‘방역패스 제외’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전날 법원은 학원, 독서실, 스터디카페 등을 방역패스 의무 적용 시설로 포함시킨 방역당국의 처분을 1심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정지시켰다. 뉴시스
5일 서울의 한 스터디카페에 ‘방역패스 제외’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전날 법원은 학원, 독서실, 스터디카페 등을 방역패스 의무 적용 시설로 포함시킨 방역당국의 처분을 1심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정지시켰다. 뉴시스
법원이 4일 학원 등 교육시설에 대한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적용을 정지시킨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과 방역패스의 효과에 대한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서울행정법원이 결정문을 통해 코로나19 백신의 효과를 언급한 게 계기가 됐다.

방역당국은 “일상회복을 재개하기 위해서는 방역패스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며 5일 항고했다. 방역패스가 미접종자의 ‘기본권 침해’에 해당된다는 재판부 판단에는 해석이 갈린다. 논란의 주요 쟁점과 방역 전문가 의견, 해외 사례 등을 살펴봤다.
①백신의 감염 예방효과 크지 않다?
가장 큰 쟁점은 백신의 감염 예방효과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12월 2주(5∼11일)의 코로나19 감염률을 기준으로 삼았다. 이 기간 백신 접종자(2차 접종 완료)는 10만 인일(人日·각 개인의 추적 관찰 기간을 합해 일수로 표시한 단위)당 9.83명이 감염됐다. 반면 미접종자는 22.91명이 감염됐다. 약 2.3배 더 많이 감염된 것이다.

서울행정법원은 이를 두고 “그 차이가 현저하다고 볼 수 없다”며 방역패스 정지의 주요 근거로 삼았다. 반면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브리핑에서 “보건 전문가 입장에서 이는 굉장히 큰 차이”라고 말했다. 같은 숫자를 두고 판단이 갈린 것이다.

일단 보건 전문가들 사이에선 “유의미한 차이”라는 의견이 많다. 이 통계를 바탕으로 백신의 감염 예방효과를 계산하면 ‘57%’라는 숫자가 나온다.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 100명이 감염됐을 때, 백신 접종자는 이보다 57% 적은 43명만 감염된다는 의미다. 통상 백신이 효과가 있다고 인정받는 기준이 감염 예방률 50%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감염 예방률이 50% 이상이면 대규모 접종을 할 만큼 효과가 충분한 백신이란 국제 합의”라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도 코로나19 백신이 효과적이라는 연구가 잇따른다.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는 4일(현지 시간) “백신 4차 접종 후 일주일 만에 항체가 5배 늘었다. 감염, 입원, 위중증 예방 등의 측면에서 백신의 보호력이 매우 높아졌다”고 밝혔다.
②방역패스는 기본권 침해?


이번 결정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처음으로 법원이 방역 조치의 정당성을 판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특히 재판부는 학원, 독서실 등의 방역패스 적용을 “미접종자의 학습권과 직업의 자유 등을 제한하는 중대한 불이익”이라고 명시했다.

방역 당국 역시 방역패스 제도에 일부 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다만 ‘팬데믹’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밝히고 있다. 앞으로 1, 2차 접종 이후 심각한 이상반응을 겪은 사람들의 3차 접종을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예외’를 늘릴 계획이다.

이런 논란은 세계적으로 벌어진다. 유럽에서도 방역패스 반대 시위가 잇달아 벌어졌다. 다만 각국 정부의 방역패스 도입 시도는 확대되고 있다. 프랑스는 15일부터 백신 미접종자는 음성확인서를 제출하더라도 식당과 카페, 극장 이용을 금지하는 법안이 의회에 제출돼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우리의 전략은 백신 미접종자들을 끝까지 괴롭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야당이 “미접종자들을 화나게 하는 법안을 지지할 수 없다”고 비판하면서 법안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③접종률 높으면 방역패스 필요 없다?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전 국민 백신 접종 완료율이 80%를 상회한다”며 이미 접종률이 높아진 만큼 소수의 미접종자에게 백신을 맞히기 위해 불이익을 주는 게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한국의 12세 이상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은 90.6%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방역 당국은 접종하지 않은 ‘10%’ 보호를 위해서라도 방역패스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31일부터 12월 25일까지 국내 코로나19 사망자 가운데 절반이 넘는 53.2%가 백신 미접종자였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방역패스는 감염 전파 차단과 미접종자 감염 방지라는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갖는다”고 설명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방역패스#미접종#효력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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