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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횡설수설/송평인]진주만 공습 80년

입력 2021-12-06 03:00업데이트 2021-12-06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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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은 일본의 미국 하와이 진주만 기습으로부터 80년째가 된다. 일본은 1941년 12월 7일 미군이 평화로운 일요일을 맞아 휴식을 취하는 사이 진주만을 공습했다. 미국 측 함정 16척과 항공기 177대가 파괴됐다. 당시 수장된 애리조나호를 그대로 놔둔 채 그 위에 설치한 기념관에서는 여전히 솟아오르는 기름을 볼 수 있다. 미국은 기습에서 살아남은 베테랑들을 모아 하와이에서 80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퍼레이드를 준비하고 있다.

▷일본이 1868년 메이지유신으로 근대화를 시작한 후 1904년 러일전쟁에서 승리해 세계열강의 하나로 인정받기까지 36년이 걸렸다. 다시 러일전쟁 이후 진주만 기습으로 미국을 공격하기까지 37년이 걸렸다. 그 사이 1910년 한국, 1931년 만주를 차례로 점령하고 1937년 중일전쟁을 일으켜 중국과 인도차이나로 진출했다. 이에 미국이 일본을 향한 석유와 철강의 수출을 금지하자 일본은 1940년 독일 이탈리아와 3국 동맹을 체결한 뒤 진주만 기습을 강행했다.

▷진주만 기습은 이후 4년간 이어진 태평양전쟁의 시작이다. 미국은 항공모함 3척이 바다에 나가 있어 피해를 면한 것이 불행 중 다행이었고 일본은 미 해군 수리시설과 유류 저장소를 미처 파괴하지 않고 돌아간 것이 실수였다. 미국은 남은 전력을 바탕으로 1942년 6월 미드웨이 해전에서 일본 항공모함 4척과 경항공모함 3척을 격침시켜 반격의 계기를 마련했다. 미국인은 진주만 기습을 미드웨이 해전과 연결시켜 시련을 극복한 승리의 역사로 기념한다.

▷태평양전쟁은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됨으로써 끝난다. 일본의 항복은 한국의 광복으로 이어졌으니 진주만 기습은 우리에게도 의미가 없지 않다. 특히 진주만 기습 80년을 맞는 올해는 중국이 미국과 대결적 자세를 취하며 동아시아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대동아공영권이란 일본몽(日本夢)은 사라졌지만 그 자리에 ‘동풍이 서풍을 제압한다’는 마오쩌둥 이래의 중국몽(中國夢)이 대신 들어섰다.

▷중국이 1978년 덩샤오핑에 의해 개혁개방 정책으로 돌아서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며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하기까지 30년이 걸렸다. 시진핑은 미군을 중국 연안의 열도에서 몰아내는 군사몽(軍事夢)을 실현할 해로 올해로부터 29년 뒤인 2050년을 잡고 있다. 중국 연안의 열도에는 일본까지 포함된다. 시진핑은 지난해 홍콩을 사실상 본토로 편입하고 올해는 대만해협에서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항공모함에 탑재한 항공기의 기습을 대신해 둥펑(東風) 미사일이 하늘을 나는 일만은 막아야 할 것이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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