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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오늘과 내일/정연욱]정권교체 대의 벌써 잊었나

입력 2021-11-27 03:00업데이트 2021-11-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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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전권 요구에 尹, 100% 수용 거부
‘초보 후보’라도 결국 후보 중심으로 가야
정연욱 논설위원
국민의힘 윤석열 선대위가 결국 문을 열어둔 채로 출발했다. 김종인의 자리는 비워놓았지만 더 이상 선대위 가동을 늦출 순 없어서다. 5일 윤석열 대선 후보가 선출되고 20여 일 지났지만 뭐 하나 두드러진 활동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온통 김종인이 요구한 선대위 전권을 받느냐, 마느냐 하는 지루한 논란으로 지새웠다. 그사이 여당은 완전히 이재명 후보 중심으로 선대위 새판을 짜고 있다.

윤석열과 김종인의 갈등은 상임선대위원장 김병준의 비중이나 권한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듯하다. 그러나 정치적 함의를 겉모습만 보고 예단할 순 없을 것이다. 선대위 주도권을 둘러싼 갈등이 대선 이후까지 내다본 주도권 다툼으로 비친 것도 사실이다. 벌써부터 내년 대선과 함께 치러질 서울 종로 등 재·보선과 6월 지방선거 공천권 향배를 놓고 뒷말이 무성한 이유다.

이렇게 윤석열-김종인 갈등이 시간을 끌면서 제1야당 대통령 후보의 존재감은 거의 실종됐다. 당 대표 이준석은 아예 ‘김종인 대변인’을 자처하고 있다. 김종인 없는 20대 대선은 생각할 수 없다는 투다. 이런 식이면 윤석열은 김종인이 없으면 온전한 대선 후보가 될 수 없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더 퇴색된 것은 정권 교체라는 대의다. 30년 가까이 검사 생활만 했던 윤석열이 ‘정치 초보’임을 부인할 순 없다. 그런 윤석열이 제1야당 대선 후보가 된 것은 정권 교체의 아이콘이라는 서사(敍事) 때문이었다. 보수 성향 두 전직 대통령을 구속시킨 장본인임에도 2년 가까이 문재인 정권에 정면으로 맞섰다는 스토리였다. 당내 패권 경쟁이 계속될수록 윤석열의 이런 정치적 자산은 희석될 것이다.

미국 대통령 선거는 부통령과 함께하는 러닝메이트제다. 부통령 후보는 대통령 후보의 약점을 커버하는 보완재 역할을 톡톡히 한다. 그렇다고 해서 부통령을 보고 대통령을 뽑지는 않는다. 1988년 대선 당시 민주당 대통령 후보 마이클 듀카키스는 텍사스 출신인 로이드 벤슨 상원의원을 러닝메이트로 지명했다. 당시 벤슨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정도였다. 같은 텍사스 출신인 공화당 대통령 후보 조지 부시에 맞불을 놓는 전략이었지만 최종 승자는 부시였다. 국민은 부통령이 아닌 대통령 후보를 선택한 것이다.

2017년 대선 초반에 안철수는 문재인과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였다. 안철수의 1위 탈환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도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극적인 반전이 왔다. 홍준표 캠프가 “안철수 뒤에 상왕(上王) 박지원이 있다”고 공격한 것이다. 노련한 박지원 상임선대위원장이 안철수 후보를 좌지우지할 거라는 공격에 중도·보수층의 이탈이 가시화됐다. 결국 치솟던 안철수 지지율은 무너졌다. 최종적으로 홍준표에게도 뒤진 3위로 밀려났다. 사실 관계를 떠나 국민들이 “상왕은 안 된다”라고 믿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다.

윤석열은 선거 초보다. 더욱이 지방선거, 국회의원 선거도 아니고 곧바로 대통령 선거로 직행했다. 그렇기에 ‘왕(王)’자 논란, ‘전두환 정권에 대한 찬사’ 등 실책도 많았다. 총괄선대위원장 김종인 카드는 윤석열의 이런 약점을 충분히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대선 후보 위에 군림하는 듯한 태도가 용인될 수는 없다. 의도를 떠나 후보의 권한인 선대위 전권을 넘기라는 요구는 후보를 흔드는 상왕론으로 번질 수밖에 없다. 만에 하나 정권 재창출보다 높은 정권 교체 여론만 믿고 이 정도 기 싸움이 대수냐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윤석열 컨벤션 효과는 이미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정연욱 논설위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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