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매타버스’ 활동 시작…소통 행보로 반전 노린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14일 15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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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8주 동안 전국을 순회하는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활동 시작을 계기로 분위기 반전에 나섰다. 당내 경선 후유증이 지속된데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컨벤션 효과에 치여 이 후보는 최근 지지율 답보 상태에 빠진 상황. 그러나 현역 의원 163명이 모두 참여한 용광로 선거대책위원회의 닻을 올렸고, 민주당 열세 지역인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의 소통 행보를 시작으로 반전의 계기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 與 “세(勢) 과시없이 민생 경청에만 집중”

민주당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이 후보의 2박3일 부산울산경남 일정에 대해 “선심성 공약 남발 없이 경청에만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가두연설이나 세(勢) 과시형 지역공약 발표 없이 현장에서 만난 지역주민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이재명표’ 밑바닥 민심 행보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

이 후보가 14일 찾은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에서 인수합병에 따른 구조조정을 반대하는 노동조합원들에게 유보적인 답변을 내놓은 것도 이같은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이 후보는 이날 “노동자 구조조정 문제에 관심을 갖고 당사자가 감내할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면서도 “안타까운 것은 (인수합병과 관련한) 약속을 할 수 없는 상황인 점은 양해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약속하면 거짓말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며 “당장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불가능한 약속을 해서 희망고문을 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이 후보는 12일 매타버스의 첫 행선지로 울산 중앙전통시장을 찾아 시민들과 일일이 주먹 인사를 나누며 부울경 일정을 시작했다. 이 후보는 부인 김혜경 씨가 좋아한다며 뻥튀기를 구매하고 “장모님께 선물하려고 한다”며 신발을 샀다. 정육점과 옷가게를 차례로 들러 쇼핑을 마친 이 후보는 지역화폐를 통해 해당 물품들을 구매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화폐를 통한 기본소득 지급은 이 후보의 대표 공약이다.

이 후보는 지역 청년들과 함께 하는 ‘국민반상회’를 매타버스 내부에서 잇달아 진행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아재(아저씨)’ 냄새가 나긴 하지만 그런 방식으로 의견을 들어보겠다”며 “오늘 얘기로 끝낼 게 아니라 가능하면 정책으로 만들면 좋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이 후보의 강점인 대중 접촉 능력을 선보이기 위한 일정”이라며 “특히 젊은층들을 중심으로 이 후보에 대한 오해를 덜어내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부산 재미없다” 李 발언에 野 비난 쏠려

이번 일정 중 이 후보가 “부산은 재미없다”고 한 발언을 두고선 여야가 정면으로 맞붙었다. 이 후보는 13일 부산 영도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스타트업·소셜벤처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 지역균형발전의 중요성을 설명하던 도중 “부산 재미없잖아요 솔직히”라고 했다. 이 후보는 곧장 “재미있는데 강남 같지 않은 측면이 있는 것”이라며 “젊은이들은 같은 조건이면 서울로 가고 싶고, 그보다 나은 환경을 만들려면 부산의 매력을 계속 키워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지역 비하 DNA”라고 맹비난했다. 김병민 대변인은 14일 “이 후보는 지역비하 DNA를 계승하려 하는가”라며 비판 논평을 냈다. 김 대변인은 과거 “부산에 올 때마다 도시가 왜 이렇게 초라할까 생각한다”는 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의 발언과, “(부산시민은) 어떻게 나라 걱정만 하시는지 한심스럽다”고 한 민주당 박재호 의원의 발언도 함께 언급했다. 김 대변인은 “부산 지역을 깎아내리는 발언도 충격이지만 이 후보는 강남 같아야만 재미가 있다는 자기 고백에 나선 것인가”라고도 했다.

국민의힘 소속인 박형준 부산시장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부산이 재미없어 죄송하다”며 “이 분 역시 사고의 틀이 수도권 중심주의에서 한 걸음도 못 나오고 있다는 생각에 걱정스러울 따름”이라며 가세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이소영 대변인은 “부산 지역 기업입들이 공통적으로 수도권으로의 청년 인재 유출 문제 등의 고충을 토로한 것에 이 후보가 공감한 것”이라며 “국민의힘은 이 후보의 발언을 왜곡하며 지역 비하, 지역 폄훼 논란으로 변질시키고 있다”고 반박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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