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환자실 가동률 75.4%… ‘비상계획’ 기준 넘어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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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코로나]인천-경기도 70%대… 의료 과부하
정부, 1주일만에 또 병상 동원 명령… 중증환자 475명 사흘째 역대 최대

‘여유 없는’ 코로나 중환자실 경기 평택시 박애병원 중환자실의 한 의료진이 12일 모니터를 통해 코로나19 환자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이날 서울의 중환자 병상 가동률이 75.4%를 넘어서는 등 수도권 병상 부족이 심화되고 있다. 평택=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여유 없는’ 코로나 중환자실 경기 평택시 박애병원 중환자실의 한 의료진이 12일 모니터를 통해 코로나19 환자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이날 서울의 중환자 병상 가동률이 75.4%를 넘어서는 등 수도권 병상 부족이 심화되고 있다. 평택=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1일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이 시작된 지 약 2주 만에 병상 부족 등 의료 과부하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는 어린이집은 백신 미접종자의 시설 출입을 제한하는 ‘방역패스’를 새로 적용한다.

12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11일 오후 5시 기준 서울의 코로나19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75.4%에 달했다. 당초 정부가 위드 코로나 전환을 잠시 멈추고 비상계획(서킷 브레이커)을 발동하는 기준으로 제시한 ‘중환자실 가동률 75%’를 넘어선 것이다. 인천(72.2%)과 경기(70.3%) 역시 코로나19 중환자 병상 10곳 중 7곳에 환자가 찼다.

정부는 12일 또다시 ‘병상 동원령’을 내렸다. 수도권 내 700병상 이상 종합병원 7곳에 준중환자 병상 52개를 추가 확보하라는 행정명령이다. 이달 5일에 이어 일주일 만에 다시 발령했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은 “환자들의 입원일수를 줄이고 빨리 퇴원시키는 병원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병상 부족은 중증 환자가 늘어난 탓이다. 12일 코로나19 위중증 환자 수는 475명으로 사흘 연속 역대 최대치였다. 다만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이날 2368명으로 전날(2520명)보다 소폭 줄었다.

정부는 전면 방역 강화 대신 방역의 ‘헐거운 고리’부터 손질하고 나섰다. 최근 집단감염이 늘어나는 어린이집에 방역패스를 적용하는 게 대표적이다. 앞으로 백신 접종완료 증명서 또는 48시간 이내 유전자증폭(PCR)검사 음성확인서를 내야 어린이집 출입이 가능하다. 또 식당 등 방역패스 미적용 시설도 방역수칙을 여러 번 위반하면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방역패스 적용을 허용한다.

어린이집 방역패스 도입… 위드 코로나후 확진 2배로 늘어 ‘비상’


방역당국이 12일 ‘방역패스’를 어린이집으로 확대 적용한 것은 1일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 전환 후 확산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급한 불’을 끄기 위해서다. 위중증 환자 수가 사흘 연속 최고치(12일 475명)로 치솟고, 수도권 중환자 병상은 70% 넘게 가동 중이다. 여기에 국민 이동은 이미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방역 재강화’를 바로 선택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가 방역패스 확대를 통해 현 상황 타개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 늘어난 방역패스 대상

12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앞으로 어린이집에 출입하려는 외부인은 백신 접종 완료 증명서 또는 48시간 이내 유전자증폭(PCR)검사 음성확인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다만 어린이집 영유아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노래방 목욕탕 실내체육시설 유흥시설 등에 도입됐던 방역패스 적용 시설이 한 곳 더 추가된 것이다. 이는 최근 어린이집 영유아·종사자 감염이 빠르게 늘어난 점을 반영했다. 어린이집 관련 확진자는 지난달 하루 평균 22.4명이었지만 이달 첫 주(1∼7일) 들어 일평균 51.3명으로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앞으로 식당 카페 등에도 방역패스가 적용될 수 있다. 정부는 방역수칙을 여러 번 위반한 식당 등은 지자체 판단하에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 등만 이용하도록 할 방침이다. 여기에 고위험군 감염이 늘면서 수도권 요양병원·시설과 정신병원 종사자 대상 PCR검사도 주 1회에서 2회로 늘리기로 했다.

○ 일주일만에 또 다시 병상 동원령

11일 오후 5시 서울의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75.4%다. 위드 코로나 첫날인 1일만 해도 그 수치가 58.6%에 그쳤다. 열흘 만에 16.8%포인트가 오른 것이다. ‘중환자 병상 가동률 75%’는 방역당국이 일상 회복을 중단할 수 있다고 보는 기준이다.

정부는 결국 12일 수도권 종합병원 7곳에 준중환자 병상을 확보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일주일 새 두 번째 행정명령이다. 앞서 5일에는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22곳에 전체 병상의 1.5%를 준중환자 병상으로 만들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두 차례 행정명령으로 수도권에 454개의 준중증 병상이 추가된다. 3주 내에 준중환자 병상 22개를 더 늘려야 하는 수도권의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40개 병상짜리 병동 하나를 털어야 한다. 그곳을 쓰는 다른 질환 환자들을 입원시킬 곳이 없다”고 토로했다.

지금 상황이 올 1월 ‘병상 대란’ 때보다 나쁘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의 한 병원 관계자는 “비(非)코로나19 환자들의 희생으로 코로나19 병상을 늘린 상태지만 여전히 부족한 것”이라며 “이제 더 병상을 늘릴 여력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 중증 환자 조만간 500명 넘을 것

위드 코로나 전환 이후 증가한 확진자들의 증상이 나빠지면 위중증 환자는 지금보다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조만간 위중증 환자 수가 500명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60대 이상 고령층 환자가 늘면서 사망자 증가도 우려된다. 11월 첫 주 확진자 중 60세 이상 비율은 29.5%다. 10월 첫 주(16.5%)와 비교하면 한 달 만에 10%포인트 이상 늘었다. 수도권의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코로나 확진에서 악화까지 일주일 정도 걸린다”며 “다음 주에는 위중증 환자 수가 더 늘어나는 만큼 수도권 주요 병원 병상이 가득 찰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중환자실#가동률#비상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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