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해 “교통사고로 아들 잃어…가슴에 묻고 가는 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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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1월 9일 09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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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당’ 캡처 © 뉴스1
‘아침마당’ 캡처 © 뉴스1
국내 최고령 방송인 송해(94)가 자신을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송해 1927’의 개봉을 앞두고 ‘아침마당’에 출연해 다사다난했던 인생사를 풀었다.

송해는 9일 오전 진행된 KBS 1TV ‘아침마당’ 화요 쵸대석에 출연했다. 분홍색 넥타이를 하고 나온 그는 이전보다 살이 빠져있는 모습이었고, MC들은 “날씬해지셨다”고 칭찬했다.

이에 송해는 술 마시는 제스처를 하며 “그동안 (술을) 못 했다”고 말해 웃음을 줬다. 이어 “많은 분들이 어려운 것을 지켜보고 있지만, 코로나19로 자영업 소상공 여러분 어렵다”며 “그런데 나는 역마살 끼어서 돌아다니는 게 직업인데 못 돌아다니고 갇혀 있으니까 자꾸 빠진다, 더 이상 빠지지 않는 게 술 마셨던 게 지게미가 빠지는 거 같다”고 설명했다.

MC들은 살이 얼마나 빠진 것인지 물었다. 송해는 “6kg 빠졌다”고 답했다. 이어 “올해 96세(실제로는 우리나이로 95세)신데, 30년 가까이 차이가 나시는데, 선생님을 뵈면 지금도 귀여워보인다”는 패널 김학래의 말에 “나보고 오빠 오빠, 형님 형님하는 애들을 만나면 나를 가지고 논다, 만성이 됐다”고 말해 웃음을 줬다.

‘송해 1927’은 ‘전국노래자랑’의 MC로 수십년간 사랑받아온 송해의 인생사를 돌아보는 작품이다. 송해는 “내가 영화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런데 해보니까 어렵긴 어려운데 한 1년 넘어 2년을 찍었는데 이게 벌써 코로나19 이전에 개봉했어야 하는건데 차일피일 하다보니 이렇게 늦었다”며 “그 전에 부산국제영화제라든가 몇 군데 영화제를 다녀봤는데 그때는 조금 어려워서 오시는 분들이 주저주저했는데 이제는 ‘위드 코로나’를 맞이해 마음을 놓을 만도 하니까 이때 개봉하면 많은 분들이 오시지 않을까 해서 터뜨려본다”고 밝혀다.

패널로 함께 한 개그맨 김학래는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송해 1927’을 봤다며 “너무 재밌고, 너무 슬프다, 울다가 웃다가 인생이 이렇구나, 하는 걸 느끼고 아버지의 마음이 이런거구나, 절절히 느낀다”고 말했다.

감동적인 다큐멘터리 영화지만, 송해는 처음 영화 제안을 받았을 때는 영화를 찍을 마음이 별로 없었다고 했다. 그는 “전혀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사양했는데 제작자가 와서 얘기를 하는 눈빛이 뭔가를 해보고자 하는 게 비치더라, 그러면서 자기 아버지께서 나의 열렬한 팬이라고 하더라, 영화 하는가본데 송해씨 같은 사람의 영화를 만들어보라고 했다더라”며 “그런데 나는 부자지간에 얘기로 영화 만드는 건 아니다 싶었고, 그래서 4개월 뜸을 들였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결국 송해는 영화를 찍기로 마음 먹게 됐다. 막상 만들어진 영화를 보고 난 후에는 감동을 느끼기도 했다. 그는 “광화문의 스튜디오를 대절해서 영화를 봤다, 그걸 보는데 젊었을 때를 보다가 여러 감정이 나한테 흡수되더라, 한없이 눈물이 났다”며 “부끄러워서 닦고 하는데 왜 나같은 사람을 주연이라고 앉혀놓고 저분들이 고생하나, 또 각오가 되더라”고 회상했다.

또한 “기대에 다 미치지 못하겠지만 부족하더라도 내 있는 성의를 다 해야겠다 싶어 뒤를 돌아보니 스태프들이 앉아있더라, 그런데 젊은 스태프들이 다 울었다, 참 이상하다, 저분들이 나만큼 세상을 살아본 것도 아닐텐데 싶었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다큐 영화 체험도 하면서 속으로 그랬다, 100년을 사는데 이런 거 하나 내라는 명령인가? 한 번 더 기회를 줄테니 잘 해봐라인가? 아직 고르지 못했다”며 “의사들이 병원에서 진찰하면 무슨 운동했냐고 한다, 우리 때 우리들 생활은 갑자기 생겨서 고정적으로 못한다, ‘전국노래자랑’하면서 걸어다니고 출장한 게 좋았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송해는 여러가지 토크를 펼쳤다. 홀로 월남해 전쟁 시기 군에서 생활하던 때의 이야기, 유랑극단에 합류에 전국을 돌아다니던 시절의 이야기, 방송계에 진출해 살벌한 개편의 압박 속에서 살아왔던 이야기,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잃었던 사건까지. 지난한 인생사가 펼쳐졌다.

특히 송해는 방송 일을 잡던 시절을 떠올리며 “(그때는) 차값을 낼 돈이 없어서 항상 나무 그늘 밑에 있었다, 그래서 나무 그늘 거지라고 했었다, 다 그런 시절이 있다, 다 작은 나무가 커서 큰 나무 된다, 그런 걸 겪고 지난다”고 밝혔다.

또한 “젊어 고생은 돈 쓰고도 한다고 하지 않나, 지금은 잘 했다고 한다”며 “일가친적 없어서 고생을 했지만 아픔이라는 게 나를 끌어줬다, 무기로 삼았다, 백 번 천 번 자랑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송해는 아들을 교통 사고로 잃은 부분에 대해서는 많은 말을 하지는 않았다. 다만 “가슴에 묻고 간다는 자식이다, 이것은 잊어버릴 수 없다”고 말했다.

대신 그는 자신의 고통을 방송으로 승화한다며 “우리가 일상에서 보면 기차역 같은 데 가서 보면 다 바쁜 사람이다, 배고파서 식당 가면 다 먹으러 들어온 사람이고 병원에 가면 다 그런(아픈) 사람이다, 이걸 겪고 이런 얄궂은 운명이 어디있냐, 그런 분들을 대하면 나보다 더한 분들이 더 많은데 여기서 주저앉으면 안 된다, 오히려 그분들을 위로하고 따라가는 게 내 일 아닌가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의사 분들이 나보고 그런다, 아까 96세 어쩌고 해서 100세가 돼가는데 의사들이 내가 130까지는 산다고 하더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이에 MC인 김재원 아나운서는 “삼남매의 아버지이신데,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교통사고로 앞서 갔다, 어떻게 짐작하겠느냐, 슬픔을 이겨내고 5000만 국민에게 위로를 주신다”면서 ‘불굴의 방송인’ 송해에게 경의를 표했다.

방송 말미에는 ‘전국노래자랑’을 통해 이름을 알린 유명한 가수들이 언급됐다. 송가인, 이찬원 등 트로트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들이었다. 이들 중 한 명이 깜짝 게스트로 나왔는데 어린이 트로트 가수 홍잠언이었다.

홍잠언은 “송해 선생님 덕분에 가수의 꿈을 가졌고, 가수의 길을 갈 수 있도록 길 열어줒시고 항상 응원해주시는 송해 선생님께 이 자리 빌어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송해 선생님 감기 걸리지 마시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만수무강하세요”라고 인사했다. 이어 홍잠언은 송해와 함께 송해의 애창곡인 ‘아주까리 등불’을 열창하기도 했다.

송해는 홍잠언에게 “잠언이한테 얘기하는 건, 4학년이다, 중학교 들어가면 달라진다, 그때 지금 먹은 마음 변치 않고 우선 공부를 해라, 그 다음에 취향대로 아빠 엄마한테 승낙 받고 해라 그런 조언을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송해는 “전세계가 고통받고 있다, 우리 뿐 아니라 인내라는 것, 희망이라는 것, 이걸 누가 주고 가져가는 게 아니다, 내가 인내하고 희망을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며 “지금까지 코로나로 인해서 고생하는 사람이 많다, 여러분 곁에는 잠언이 같은 손자가 있고, 나 같은 걸걸한 친구가 있으니 염려 갖지 말고 희망의 끈을 놓지 말라, 이 시대 사람들이 고통은 다 끝을 내려줘야한다, 그래야 후대가 자신의 길을 간다”고 격려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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