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반납하고 밤까지 무료 진료… 이주노동자 찾아가는 의료인들

이형주 기자 입력 2021-10-21 03:00수정 2021-10-2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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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이주민건강센터 의료진, 낮 시간 근무 노동자 사정 고려
휴일-밤 시간대 활용 이동진료
“의료진 십시일반 보태 비용 마련… 사각 지대 해소 위해 후원 절실”
광주이주민건강센터 의료진은 전남 여수에서 찾아가는 이동진료(클리닉) 봉사활동을 펼쳐 베트남, 중국 등 15개 나라 이주노동자 121명을 진료했다. 의료진은 한국국제의료재단과 결핵협회에서 X선 촬영 장비가 탑재된 이동진료 차량을 지원받아 결핵검사와 일반 진료를 진행했다. 광주이주민건강센터 제공
4월 29일 오후 5시 전남 나주시 봉황면 봉황보건복지센터 마당. 들녘 일을 마친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이들은 농촌 일을 하면서 몸이 아파도 병원 한번 제대로 못 가본 이주노동자들이다.

광주이주민건강센터의 의사와 약사, 그리고 남부대 간호학과 학생 10명 등 의료진 17명은 혹시나 모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방호복으로 갈아입고 진료를 시작했다. 태국, 베트남, 시리아 등 3개 나라에서 온 이주노동자 84명을 진료하고 구급 약상자도 나눠줬다. 의료진은 이날 밤 12시가 다 돼서야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향했다.

최지연 광주이주민건강센터 사무국장은 “이주노동자들이 낮에는 일을 해 시간을 낼 수 없어 찾아가는 이동진료를 시작했다”며 “구급 약상자에 든 의약품에는 누구나 읽을 수 있게 8개 국가 언어로 쓰인 설명서를 만들어 붙였다”고 말했다.

5월 26일부터 이틀 동안 나주시 영산포에 있는 이주노동자 집단주거지와 나주교회를 찾아 11개 나라 200여 명을 진료했다. 의료진은 더 많은 사람이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현수막을 붙이고 전단 1000장도 나눠줬다. 또 6월 27일에는 광주의 한 대학 운동장에서 친선 축구경기를 하던 아프리카 출신 이주노동자 18명을 진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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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은 올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9월 22일에는 전남 고흥군 나로도의 어촌에서 일하는 4개 나라 이주노동자 67명을 진료했다. 한글날 황금연휴인 이달 10일에는 전남 여수시 망마국민체육센터, 돌산읍 신기항에서 베트남, 스리랑카, 중국 등 15개 나라 이주노동자들을 진료했다.

여수 이주노동자의 경우 문어통발선, 가두리양식장에서 일하고 있다. 베트남 출신 A 씨는 “양식장 일이 많아 무리하게 일을 해 온몸이 아팠다. 무료로 진료를 해주고 구급 약상자도 줘 고맙다”고 말했다. 의료진은 다음 달 광주 광산구에서 7번째 찾아가는 이동진료를 할 계획이다. 찾아가는 이동진료 운영비를 십시일반 보태는 의료진은 각종 의료용품을 운반할 1t트럭 마련이 시급하다.

의료진은 일하는 시간에는 진료를 받기 힘든 이주노동자 상황을 감안해 밤과 휴일에 찾아간다. 의료진은 밤과 휴일 휴식시간을 반납하고 찾아가는 이동진료를 한다. 김일환 광주이주민건강센터 진료팀장(55·나주 봉황가정의학과 원장)은 “이주노동자들은 농어촌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지만 건강보험이 없고 의사소통 어려움으로 아파도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를 위해 이주노동자들에게 항상 구급 약상자를 나눠주고 있다”고 했다.

광주이주민건강센터는 2005년부터 16년 동안 917차례에 걸쳐 이주노동자와 이주여성, 난민 등 4만2582명에게 따뜻한 인술을 펼치고 있다. 광주·전남지역 의사와 한의사, 치과의사, 약사, 간호사, 통역·행정 지원 등 자원봉사자 100여 명이 회원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광주 광산구 우산동 진료소에서 매주 일요일 무료진료를 한다. 이와 함께 올 상반기부터 한국국제의료재단과 전남대병원의 후원을 받아 찾아가는 이동진료를 펼쳤다. 올 하반기에는 성금 모금으로 찾아가는 이동진료를 힘들게 이어가고 있다.

김은규 광주이주민건강센터장은 “회원 회비와 각계의 후원으로 각종 진료를 하고 있다”며 “내년에도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노동자를 위한 찾아가는 이동진료를 이어갈 수 있도록 따뜻한 후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이주노동자#의료인#무료 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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