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10, 20대 97명 온라인서 만나 보험사기… 범죄단체혐의 첫 적용

유채연 기자 입력 2021-10-19 03:00수정 2021-10-19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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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만 있어도 1회에 50만원 번다”… 인터넷 카페 만들어 가담자 모아
신호 등 법규 어긴 운전자 상대로 고의사고 내고 합의금 8억 가로채
조직적으로 수익 나누고 합숙생활… 탈퇴 시도하면 협박-폭행 일삼아
檢, 범죄단체 조직 혐의로 기소… 10, 20대 보험사기 1년새 19% 늘어
고교생 A 군은 올 1월 ‘죽을 용기로 같이 일하실 분’이라는 이름의 온라인 카페에 가입했다. 구인 구직 정보를 주고받는 이 카페에서는 “숙식을 제공해 주면 무슨 일이든 하겠다”며 일거리를 찾는 게시글이 여러 건 올라와 있었다. A 군은 “자리에 앉아만 있으면 한 번에 30만∼50만 원을 벌 수 있다”는 글을 보고 게시자에게 연락했다. A 군이 찾아간 모텔에는 이미 40여 명이 방 여러 곳에 나뉘어 합숙 생활을 하고 있었다.

A 군은 일에 투입되기 전 집중 교육을 받았다. 먼저 합숙소에 들어온 사람들로부터 고의로 교통사고를 낸 뒤 보험사로부터 합의금을 받아내는 요령 등을 배웠다. 이들은 서로를 사장, 팀장, 팀원 등으로 불렀다. 사장은 조별 작업 상황을 관리하고 팀장은 작업에 나설 때마다 운전을 맡았다.

한 팀장급 인물은 A 군에게 “사고가 나면 가만히 자리에 앉아 있고, 앞차가 끼어들어 사고가 났다고 경찰에 진술하라”고 알려줬다. 팀장들은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뒤쿵’(차량을 뒤에서 쿵 받는다는 뜻의 보험사기 용어) 사고를 낼 수 있는지 등의 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4인 1조로 움직이는 이 보험사기단은 신호 위반 등 법규를 어긴 운전자를 상대로 일부러 사고를 낸 뒤 보험사 직원이 오면 보험사 측을 상대로 “150만∼200만 원을 합의금으로 주지 않으면 입원료가 고액인 병원에 입원하겠다”고 압박하는 수법으로 돈을 뜯어냈다. 합의금을 챙기면 사장이 60%를 가져갔고 팀장이 20%, 팀원 3명이 나머지 20%를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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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원이었던 A 군은 범행에 수차례 동행하며 수백만 원을 벌었다. 불법이라는 건 알았지만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멈추지 못했다. A 군은 5월 경찰의 연락을 받고서야 겁을 먹고 “그만두겠다”고 했다. 그러자 팀장은 “네가 이미 선택한 일 아니냐. 조선족을 시켜서 가족을 해치겠다”고 협박하며 폭행을 휘둘렀다.

서울서부경찰서는 A 군이 속한 보험사기단 범죄에 가담한 97명을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으로 8월 말 검찰에 송치했다. 피해액은 8억5000만 원에 달한다. 경찰은 이들이 조직적으로 수익을 나누고 합숙 생활까지 하며 범행을 준비한 점 등을 근거로 범죄단체 조직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도 같은 혐의로 이들을 기소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모두 A 군과 비슷한 10, 20대였다. 주범 4명도 20대 초반이다. 경찰 관계자는 “처음에는 팀원으로 들어왔다가 돈을 벌게 되면 더 큰 유혹을 느껴 팀장, 사장 역할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가담 정도가 심해진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험사기로 적발된 10, 20대는 2019년 1만5668명에서 지난해 1만8619명으로 18.8% 증가했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A 군 사건처럼 폭행이나 위협을 가하지 않고도 쉽게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해 죄책감 없이 발을 들여놨다가 적발되지 않고 수익이 계속 생기니 범죄인 것을 알고도 계속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통사고 보험사기가 잔인한 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9일 전남 화순군에서 생명보험금을 노리고 또래 여성을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10대 3명은 5월 교통사고 보험사기로 범행을 처음 시작했다. 외제차 할부금과 유흥비 등에 쓸 돈이 부족해지자 살인까지 계획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고속도로 교통사고로 아내가 사망하자 남편이 보험금으로 95억 원을 수령하고 무죄를 받은 사건을 보고 돈을 쉽게 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채연 기자 ycy@donga.com
#온라인#보험사기#범죄단체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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