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 브로, 뭐가 문제야” 주말밤 홍대앞 노마스크 술판 외국인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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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코로나 앞두고 경각심 풀어져… 5,6명씩 모여 다닥다닥 음주-흡연
노래 틀어놓고 수십명 야외 파티, 경찰-지자체 단속에도 ‘통제불능’
확진자 중 외국인 비율 20% 넘어… 접종률 낮아 대량확산 통로 우려
전문가 “방역 허리띠 더 졸라매야”

16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골목의 달고나를 판매하는 노점상 앞에서 외국인 4명이 구청 직원과 경찰의 단속 지역을 피해 
마스크를 벗고 소주를 마시고 있다. 이들 일행은 “경찰이 계속 귀찮게 해서 없는 곳으로 피해 왔다. 우리는 백신도 다 맞았는데 
괜찮은 것 아니냐”며 불만을 표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16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골목의 달고나를 판매하는 노점상 앞에서 외국인 4명이 구청 직원과 경찰의 단속 지역을 피해 마스크를 벗고 소주를 마시고 있다. 이들 일행은 “경찰이 계속 귀찮게 해서 없는 곳으로 피해 왔다. 우리는 백신도 다 맞았는데 괜찮은 것 아니냐”며 불만을 표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헤이 브로(Bro), 금요일 밤이잖아요. 마스크만 없으면 더 즐길 수 있다고요.”

15일 밤 12시 무렵 서울 마포구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인근 한 골목. 소주를 병째로 마시던 미국인 A 씨(23)는 동아일보 취재진이 “방역수칙상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냐”고 묻자 이렇게 말했다. A 씨는 일행 5명과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A 씨 일행은 경찰차가 지나가면 2명씩 거리를 두고 섰다가 이내 다시 뭉치기를 반복했다. A 씨는 경찰차를 보며 “짜증난다. 왜 자꾸 마스크를 쓰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우리는 바이러스를 퍼뜨릴 생각이 없다. 그냥 재미 좀 보고 싶을 뿐”이라고 툴툴댔다.

○ 외국인, 한국 방역수칙은 ‘딴 나라 사정’
주말 밤 홍대 골목에 몰려든 외국인들의 방역수칙 위반 문제가 불거지자 서울경찰청은 홍대 일대 외국인 밀집 지역을 특별방역 치안 구역으로 지정하고 단속 강화에 나섰다. 하지만 15일 동아일보가 둘러본 단속 현장은 이같이 ‘통제 불능’에 가까웠다. 이날 홍대 골목 곳곳은 오후 9시경부터 인파로 가득했다. 일대를 가득 메운 외국인들은 5, 6명 단위로 모여 거리를 서성이거나 담배를 피웠다. 일부는 음식을 포장해 자리를 잡고 맥주를 마시기도 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가 적용된 수도권에서 오후 6시 이후 3명 이상 사적 모임을 가질 수 없지만, 이들에겐 ‘다른 나라 사정’일 뿐이었다.

오후 10시경 경찰과 구청 직원이 조를 이뤄 특별단속에 나섰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경찰이 담배를 피우고 있는 외국인 무리에 다가가 “흩어져 달라”고 하자 한 외국인은 “우리는 일행이 2명뿐이다. 문제없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규정상 문제가 없어 단속반이 돌아서자 이들은 “실은 6명인데”라고 중얼거리며 경찰을 비웃듯 서로를 보고 씩 웃었다.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경찰의 단호한 말투를 어눌하게 따라 하며 비꼬는 외국인도 많았다.

16일엔 경찰이 기동대 240여 명 등 가용 인력을 총동원해도 외국인들을 통제하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였다. 이날 오후 9시경 단속반이 현장 투입을 준비하는 골목 맞은편에서는 외국인 수십 명이 모여 큰 소리로 노래를 틀고 야외 파티를 즐겼다. 멕시코에서 온 유학생 B 씨(24)는 “나는 백신 접종을 완료했으니 상관없지 않으냐”며 “경찰들이 하는 말을 하나도 알아듣지 못하겠다”고 했다.

단속에 나선 경찰과 마포구 직원들은 외국인 특별단속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했다. 마포구 관계자는 “주의 사항을 말해줘도 자국어로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릴 뿐 계도에 따르지 않는다”고 했다. 특별단속에 참가한 한 경찰은 “경찰을 보면 비속어부터 내뱉고 협조하지 않는 외국인이 많다”며 “단속 현장에서 폭행이나 공무집행 방해 등 부가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응할 수 있는 강제적 조치가 없어 답답하다”고 했다.

○ ‘위드 코로나’ 전환 앞두고 외국인 위험 요소 지적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최근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5명 중 1명이 외국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매주 확진자 중 외국인의 비중이 늘고 있는 추세다. 9월 26일∼10월 2일에 외국인 환자 비중은 24.5%(4277명)로 20%를 넘어섰고, 10월 3∼9일에는 22.2%(3048명)를 나타냈다. 지난달에는 마포구 주점의 외국인 중심 집단감염으로 70명 넘는 확진자가 나오기도 했다. 외국인 확진자 발생 빈도 역시 10만 명당 208명으로 내국인(10만 명당 23명)의 9배 이상으로 나타났다.

국내 체류 외국인이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 전환의 ‘위험 요소’라는 지적은 계속 나오고 있다. 외국인의 백신 접종률은 17일 기준 약 45.6%로 내국인(64.6%)보다 20%포인트 가까이 낮기 때문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우리 사회가 ‘위드 코로나’로 향하는 시점인 지금은 방역의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할 때”라며 “홍대 사례와 같이 특정 집단 내 교류가 활발한 외국인·젊은이들의 방역수칙 위반이 계속되면 코로나19가 더 빠르게 전파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채연 기자 ycy@donga.com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이승우 인턴기자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졸업


#홍대앞#외국인#노마스크#술판#방역수칙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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