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이야기가 만드는 대형 트렌드[Monday DBR/박영은]

박영은 프린스술탄대 경영대학 교수, 정리=김윤진 기자 입력 2021-10-18 03:00수정 2021-10-18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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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엔터테인먼트 작품을 들여다보면 고전이라 여겼던 작품들이 신선한 반전을 선보이고 있다. 단순히 살짝 변형을 가하는 수준이 아니다. 분명 고전을 바탕으로 하고 있긴 하지만 연관만 있을 뿐 완전히 새로운 창작물이 탄생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영화 ‘크루엘라’는 2021년 5월 개봉된 뒤 한참 동안 국내외 극장가와 온라인 사이트를 들썩이며 화제를 모았다. 극작가 도디 스미스의 ‘101마리 개들의 대행진’을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 영화 ‘101마리의 달마시안 개’는 1961년 월트디즈니에 의해 처음 개봉된 이래 수차례에 걸쳐 재개봉한 고전이다. 이를 실사판으로 옮긴 영화 ‘크루엘라’는 주된 아이템만 원작에서 옮겨왔을 뿐 이야기 자체를 완전히 바꿨다. 존재감이 그리 크지 않던 크루엘라를 주인공으로 조명했을 뿐 아니라 크루엘라의 속사정을 공개해 그녀를 전형적인 악녀가 아닌 선과 악이 공존하는 인물로 그렸다. 이런 복합적인 서사의 변화는 크루엘라가 전 세계 시장에서 관심을 받는 계기, 즉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로 작용했다.

티핑 포인트는 어떤 현상이 서서히 진행되다가 작은 변화로 인해 한순간 폭발하는 지점을 뜻한다. 마케팅 관점에서 보면 상품이나 작품이 ‘뜨는 지점’, 임계점(Threshold)에 도달해 극적으로 판매가 증가하는 지점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티핑 포인트 효과가 일어나려면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메시지가 혁신적이고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소수에 의해 전파돼야 하고, 대중의 행동 변화로 이어져야 하며, 주변 상황이 잘 맞아떨어져야 한다. 이런 조건만 충족되면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도 티핑 포인트가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다.

먼저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의 티핑 포인트는 작품 안 스토리에서 나타날 수 있다. 크루엘라 사례처럼 고전에 작은 변화를 주고 다양한 방식으로 재해석하다 보면 어느 순간 새로운 작품이 된다. 애니메이션 원작의 서브 캐릭터를 조명하고 그녀의 속사정에 관심을 기울이자 완전히 다른 실사 영화가 탄생하고 크루엘라의 화이트 반, 블랙 반 헤어스타일이 대유행을 탔듯이 말이다. 이처럼 전혀 다른 결말이나 대형 트렌드도 실제로는 사소하고 별것 아닌 이야깃거리에서 시작될 수 있으며 이런 작은 이야깃거리가 바로 티핑 포인트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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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작품 안에서뿐만 아니라 기업의 탄생과 성장 과정에서도 전환점이 되는 티핑 포인트가 있을 수 있다. 이는 특히 해외 진출 과정에서 더 두드러진다. 해외직접투자와 관련된 전통적인 이론에 따르면 기업은 △현지 기업보다 지식, 노하우, 인재 등에 있어 ‘독점적(Ownership-specific) 우위’가 있을 때 △더 많은 수요가 있거나 첨단 기술, 풍부한 자원을 빠르게 취득할 수 있는 시장 등 ‘입지적(Location-specific) 우위’가 있을 때 △외부 시장을 이용하는 것보다 회사 내부자원을 이용해 이런 독점적 우위를 ‘내부화(Internalization)’하는 것이 유리할 때 해외직접투자를 집행한다.

그런데 이런 전통적인 국제 경영 이론이 적용되지 않는 현상들이 엔터테인먼트 세계에서 다수 등장하고 있다. 같은 회사 안에서도 엔터테인먼트 상품에 따라 서로 다른 해외 진출 방식을 택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해외 진출의 가장 상급 방식인 현지법인 완전 소유 자회사를 두고도 상품별 최적화를 위해 수출, 라이선싱 등 낮은 수준의 방식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예를 들어 2021년 기준 연매출 2조 원을 달성한 게임사인 엔씨소프트는 2003년 8월 대만에 현지법인 자회사를 설립했으나 게임별 특징을 고려해 현지 업체를 통한 라이선싱이나 조인트벤처를 통한 현지법인 공동 배급 등 각기 다른 전략을 택했다. 이런 현상은 기존 국제 경영 이론으로 설명되지 않으며 고전 프레임워크를 그대로 따를 수만은 없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지금처럼 협업이 중요해지고 외부의 역량을 흡수하는 게 중요한 시대에 폐쇄적인 방식만을 고집한다면 한계에 봉착할 수 있다. 다양한 방식으로 외부 채널들과 접촉해야 한다. 고전을 뛰어넘어 엔터테인먼트 기업 성장의 티핑 포인트로 작용하는 요소가 어디에서 오는지 다시 점검해 볼 때다. 작은 도전들이 모여 어느 순간 기업 글로벌 진출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하자.

박영은 프린스술탄대 경영대학 교수
정리=김윤진 기자 truth3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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