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병상 석달간 822→984개 찔끔 늘어… 최소 1500개 확보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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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코로나 한달 앞으로]
〈1〉확진자 대신 중환자 중심으로


“확진자 숫자 아닌 입원 가능 병상수가 일상회복 가를 것”
전문가들 “유행 지표 바꿔야”



① 일일 신규 확진자 2564명
② 중환자 총 336명, 여유 병상 512개

30일 0시 기준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을 나타내는 두 가지 수치다. 지금까지 정부는 확진자 수(①) 증감에 초점을 맞춰 모임 인원을 제한하거나 식당과 카페 이용시간을 단축하는 등 ‘사회적 거리 두기’를 조정했다. 하지만 백신 1차 접종률이 70%를 넘어서면서, 이런 기준은 한계에 도달했다는 평가다. 백신 효과로 인해 확진자가 늘어도 사망하거나 위중증 상태에 빠지는 환자가 줄기 때문이다.

정부는 11월 초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 전환을 시작한다. 전문가들은 가장 먼저 ‘유행 지표’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다. 확진자 수 대신 중환자 수와 이용 가능한 병상(②) 현황을 매일 알리는 것이다. 위드 코로나 환경에서 유행 상황을 가장 정확히 알려주기 때문이다.

위드 코로나 한 달을 앞두고 세부 방안을 논의할 보건복지부 토론회가 1일 처음 열린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방역 완화에 따라 하루 1만 명의 확진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가정하고 중환자 1500명을 감당할 수 있게 병상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태호 부산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중환자 병상을 실시간으로 집계해 여유 병상이 줄어들 때 방역을 강화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재갑 한림대 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중환자 대응이 위드 코로나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거리두기 연장… ‘백신 혜택’ 늘릴듯

3일까지인 현행 거리 두기(수도권 4단계, 비수도권 3단계)가 2주 더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 그 대신 ‘백신 인센티브’가 일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결혼식이나 돌잔치 때 접종 완료자 인원 제한을 완화하는 것이다. 방역당국은 1일 새로운 거리 두기 방안을 확정해 발표한다.

확진자 폭증해도 중환자 엇비슷
전문가 “위드 코로나 시대 방역, 중환자-병상 위주로 짜야 효과”
확진자수도 매일 집계-공개하되 중환자수 예측 지표 정도로 활용



11월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체계가 크게 바뀐다. 단계적 일상 회복, 이른바 ‘위드(with) 코로나’의 시작이다. 전문가들은 위드 코로나의 안착을 위해 무엇보다 유행을 바라보는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현재 정부는 국내외에서 발생하는 신규 확진자 수를 중심으로 유행 상황을 전달하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가장 중요한 정보였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는 과거만큼 중요한 의미를 갖지 못한다. 전문가들은 이제 위드 코로나에 더 적합한 유행 지표를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거리 두기, 중환자 수와 연동하자

3차 유행의 정점이었던 지난해 12월 25일 국내 신규 확진자는 1240명이었다. 역대 최다 확진을 기록한 지난달 25일 확진자는 3273명이었다. 하지만 두 날짜의 중환자 수는 각각 311명과 339명으로 비슷했다. 확진자 수 폭증에도 중환자 수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이유는 명확하다. 백신 접종 효과다. 30일 0시 기준 국내 백신 1차 접종률은 76.0%, 접종 완료율은 49.0%다. 코로나19에 걸린 환자가 사망하는 비율(치명률) 역시 지난해 12월 2.70%에서 8월 0.35%까지 감소했다.

이 때문에 확진자 발생이 아닌 중환자 수를 방역 강화나 완화의 주요 잣대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국민들에게도 확진자 대신 중환자와 사망자 수 등을 최우선적으로 알려야 한다. 그래야 코로나19 상황이 악화되는지, 개선되는지를 국민들이 판단할 수 있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중환자 규모가 우리의 의료 역량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에 근접하거나 짧은 기간 내에 급증할 때 강력한 방역조치를 시행하면 된다”고 제언했다.

○ 병상 600개 늘리고 실시간 집계

9월 29일 오후 5시 기준 국내 중환자 병상 984개 가운데 사용 중인 것이 472개다. 바꿔 말하면 현재 우리 의료 체계가 추가로 받을 수 있는 중환자가 최대 512명인 셈이다. 이처럼 여유 병상은 의료 체계의 능력과 한계를 보여 주는 주요 지표다.

하지만 정부가 4차 유행 이후 석 달간 병상 확충을 위해 두 차례 행정명령을 내렸지만 중환자 병상이 162개 늘어나는 데 그쳤다. 위드 코로나를 위해선 중환자 병상을 지금보다 최소 600개 이상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하루 1만 명이 신규 확진되고, 그중 1.5%인 150명이 위중증으로 악화해 평균 10일간 집중 치료를 받는다고 가정하면 중환자 병상이 최소 1500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역별 중환자 병상을 실시간 집계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태호 부산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응급실 병상은 ‘국가응급진료정보망’으로 실시간으로 집계하지만 코로나19 병상은 이런 체계가 아직 없다”고 말했다.

○ 확진자 수는 ‘보조지표’로 활용

중환자 위주로 방역 체계를 개편하더라도 신규 확진자 집계와 공개를 멈춰선 안 된다는 의견이 많다. 확진자 수는 2, 3주 이후 중환자와 사망자 수를 미리 가늠할 수 있는 선행지표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코로나19의 위중증 악화 비율이 0.1% 이하로 떨어지기 전까지는 확진자 수를 참고 자료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매일 공개하던 숫자를 위드 코로나 전환을 계기로 공개하지 않는다면 ‘방역당국이 정보를 감춘다’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 지금처럼 집계하되 방역 조치의 핵심 근거로 삼지 않는 게 합리적이라는 얘기다.

도움말 주신 분들(가나다순)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 김탁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 이재갑 한림대 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허목 전국보건소장협의회장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위드코로나#중증 병상#단계적 일상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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