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P, 제도권 편입되자마자 사면초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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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투법 한달, P2P 업체 늘었지만…
카카오페이 제휴 끊기고 금융사의 투자 참여도 불투명

개인 간 대출·금융투자(P2P)업이 제도권으로 정식 편입된 지 한 달여 만에 등록업체가 5곳 늘어났다. 하지만 당국의 ‘플랫폼 규제’ 여파로 카카오페이 등 온라인 금융 플랫폼들이 잇달아 P2P 투자 서비스를 중단한 데다 금융회사들의 연계투자도 불투명해 제도권에 편입되자마자 사면초가 위기에 빠졌다.

29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온투법)에 따라 등록 요건을 갖춰 심사를 통과한 업체는 모두 33곳으로 집계됐다. 온투법이 1년간의 유예 끝에 본격 시행된 지난달 27일 등록 업체는 28곳이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존 P2P 업체 중 40곳이 등록 신청을 했지만 현재 심사가 진행 중”이라며 “미등록 업체의 대출을 등록 업체의 대출로 갈아탈 수 있는 방안도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P2P는 2002년 대부업 이후 19년 만에 제도권에 편입된 새로운 금융업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지만, 최근 투자자 유입의 핵심 창구가 막히면서 어려움에 직면했다. 최근 토스, 핀크, 뱅크샐러드, 카카오페이 등 온라인 금융 플랫폼들이 연달아 P2P 투자 서비스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온라인 금융 플랫폼의 P2P 투자 서비스를 ‘광고’가 아닌 ‘중개 행위’로 보고 금융소비자보호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P2P 회사인 A사 관계자는 “개인투자자들의 투자금 중 70% 이상이 유입되던 카카오페이와의 제휴가 중단되면서 서비스 유지에 어려움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피플펀드, 어니스트펀드 등 자체 애플리케이션(앱) 플랫폼이 있는 회사들은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대다수 업체들은 새로 판로를 개척해야 할 상황이다. B사 관계자는 “플랫폼과 제휴가 중단된 뒤 개인투자자들과의 접촉이 줄어들다 보니 기한 내에 대출자금 모집이 불발되는 ‘대출 이탈’ 비중도 2배 넘는 수준으로 증가했다”고 했다.

또 저축은행 등 금융기관의 연계투자 유치도 당초 예상치 못했던 제도 미비로 난항을 겪고 있다. 온투법은 P2P 시장 활성화를 위해 P2P 금융상품에 저축은행 등 금융사들이 일정 범위 내에서 직접 연계투자를 하는 것도 허용했다. 하지만 금융사의 연계투자가 온투법상 대출로 간주되는 만큼 금융사가 대출 심사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P2P 업계에선 “금융사들이 심사를 하려면 정보가 필요한데, 개인정보보호법 등에 따라 P2P 회사가 보유한 차입자 정보를 금융사에 제공할 수 없게 막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P2P 관련 문제들이 불거지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이와 관련해 명쾌한 해석을 내리고 못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법무법인 2곳에 의뢰해 해당 법 조항에 대해 법률자문을 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명쾌한 해법이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은 금융위원회에 이에 대한 유권해석을 의뢰한 상황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P2P 업체들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인 이유는 결국 ‘소비자 보호’인데 판로를 막아버리는 조치는 소비자의 편의를 떨어뜨리는 측면이 더 커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p2p#온투법#플랫폼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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