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CEO가 자기과신 강할수록, M&A 이후 실패할 위험 커져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29일 03시 00분


코멘트

난양공대-아이오와대 공동 연구

최근 전 세계적으로 기업의 인수합병(M&A)이 활성화됨에 따라 기업 영업권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영업권은 기업이 우수한 경영진, 유리한 입지 조건, 브랜드 인지도 등을 활용해 초과 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는 무형자산이다. 회계 기준에 따라 영업권의 가치는 M&A 과정을 통해서만 인식되는데, 인수 기업이 피인수 기업으로부터 인수한 순자산의 공정 가치를 초과해 대가를 지급했을 때 발생하는 초과액을 나타낸다. 그런데 M&A 이후 피인수 기업이 당초 인수 당시 시점보다 실적을 내지 못하면 영업권의 가치는 떨어질 수 있다. 회계 기준에 따라 기업은 영업권에 대해 매년 손상검사를 실시하고, 영업권의 실제 가치(회수 가능액)가 장부 금액보다 낮아지면 그 차액만큼 손상차손을 인식해야 한다. 난양공대와 아이오와대의 공동 연구팀은 이런 영업권 손상에 대한 의사결정에 최고경영자(CEO)의 주관과 판단, 특히 자기과신 성향이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과신 성향을 가진 사람은 자기 행동의 결과를 실제보다 낙관적으로 예측하고 과대평가하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자기 과신 성향의 CEO는 영업권의 회수 가능액을 추정할 때 과도하게 낙관적으로 예측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과신 성향의 CEO들이 영업권 손상을 인식하는 빈도가 다른 CEO보다 낮을 뿐 아니라 영업권이 손상되더라도 적시에 인식하지 못할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실제로 2003∼2012년 S&P1500 기업을 표본으로 분석한 결과 과신 성향 CEO들이 다른 CEO들에 비해 영업권 손상을 인식하는 빈도가 29%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뿐만 아니라 과신 성향 CEO는 영업권의 경제적 손상이 발생한 뒤, 회계적으로 영업권 손상을 인식하기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본 연구 결과는 비현실적으로 낙관적인 미래를 기대하는 과신 성향의 CEO가 무리한 M&A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을 뿐 아니라 M&A 후에도 적시에 영업권 손상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는 기업에 큰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영업권의 손상 같은 나쁜 소식이 기업 내부에서만 누적되다가 한꺼번에 시장에 전달되면 주가가 폭락해 주주와 기업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업은 이런 과신 성향의 CEO를 어떻게 사전에 견제할 수 있을까? 회계, 재무 전문가에 의한 감시 감독이 필요하다. 연구팀의 추가 분석에 따르면 이사회 구성원 중 회계, 재무 전문가의 비율이 증가할수록 과신 성향 CEO가 영업권 손상 인식을 미루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기업의 재무 상황 및 재무제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경영진을 견제할 만한 회계 전문성을 가진 이사회 구성원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김진욱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jinkim@konkuk.ac.kr
정리=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
#m&a#인수합병#자기과신#ceo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