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에 타고 물에 잠기고… 다가오는 추석이 서러운 이재민들

명민준 기자 입력 2021-09-07 03:00수정 2021-09-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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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새벽 영덕 최대 전통시장 화재… 전체 225개 점포 가운데 79곳 피해
대목 물량 쌓아둔 상인들 망연자실… 태풍 ‘오마이스’ 직격 포항 죽장면
주택-농경지 등 피해액 88억 추산
4일 경북 영덕군 영덕시장 안에서 상인들이 잿더미로 변한 상가를 바라보고있다(위쪽 사진). 3일 포항시 북구 죽장면에서 작업자들이 침수 피해로 쓰레기로 변한 가재도구를 치우고 있다. 뉴스1·포항시 제공
“추석 대목을 앞두고 물량을 쌓아뒀었는데 모두 불타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경북 영덕군 영덕읍 남석리 영덕시장의 류학래 상인회장은 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동료 상인들 모두가 망연자실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류 회장은 “대부분의 상인들이 추석을 미리 준비한다고 평소보다 물건을 2, 3배 구입해 뒀는데 끔찍한 피해가 발생했다. 건질 수 있는 상품이 거의 없다”고 했다.

추석을 앞두고 화재 피해를 입은 영덕시장과 태풍의 집중호우로 삶의 터전을 잃은 포항시 죽장면 주민들이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긴급 지원에 나섰지만 전체 복구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 지원책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영덕시장 화재로 점포 225곳 중 79곳 피해

화마가 영덕시장을 덮친 것은 4일 오전 3시 30분경. 1965년 문을 연 영덕 최대 전통시장(1만8600m²)이 잿더미로 변한 것은 순식간이었다. 한 대게 판매점 냉각기 주변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불은 순식간에 주변 상가를 집어삼켰다. 전체 점포 225곳 가운데 79곳이 피해를 입었고 48곳은 완전히 불에 탔다. 류 회장은 “추석 영업뿐만 아니라 이후가 더 심각할 것 같다. 상당수 상인들이 대출을 받아서 대목 물품을 사들여 빚더미에 앉게 생겼다”고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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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경북도와 영덕군은 우선 영덕시장 남쪽 도로에 몽골텐트 40개를 설치해 임시 시장을 마련했다. 또 인접 폐교인 야성초교 운동장에 컨테이너 약 50개를 설치하고 있다. 조만간 전기와 수도 시설을 갖춰 14일 이곳에 시장을 재개장할 계획이다.

도는 유관기관 등과 함께 장보기 행사를 마련하고 각종 재정 지원 방안도 추진한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4일 피해 상인들에게 무이자 무담보로 3000만 원을 즉시 지원하고 긴급 경영자금 또는 재해중소기업 특례보증자금도 낮은 금리로 빠르게 대출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상담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영덕시장 화재피해 상인지원센터도 운영한다. 이희진 영덕군수는 “사고 현장을 찾은 이승우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에게 재건축 공사비 150억 원 가운데 100억 원을 국비로, 재난특별교부세 30억 원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고말했다.

행안부는 6일 특별교부세 1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영덕군은 화재로 인한 잔해물 처리와 추가 피해 발생 예방을 위한 안전대책 마련, 각종 시설물 응급복구에 특별교부세를 이용할 방침이다.

○ 태풍 피해 열흘 넘었지만 곳곳이 전쟁터 방불

포항시 죽장면은 수마가 할퀴고 간 지 열흘이 지났지만 피해를 입은 곳곳이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있다. 범람한 하천으로 인해 마을 곳곳의 논밭에 돌과 자갈들이 마치 돌무덤처럼 쌓였다. 갈라지고 뒤틀려 끊어진 도로도 많다.

지난달 24일 제12호 태풍 오마이스로 인해 죽장면에는 3시간 동안 227.5mm의 폭우가 쏟아졌다. 국도 31호선 등 도로 12곳과 교량 2곳이 유실됐다. 주택 189가구가 침수 피해를 입었고 사과 과수원 등 농경지 54ha가 물에 잠겼다.

경북도 중앙재해피해 합동조사단에 따르면 죽장면의 피해액은 88억 원에 이른다. 복구비는 이보다 30배 가까이 많은 2385억 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도는 태풍 피해를 입은 포항시와 경주시 영천시 청송군에 응급 복구비 32억 원을 긴급 지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6일 포항시 죽장면에 대한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재가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피해 주민들이 하루 빨리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재난지원금 지급과 전기 및 도시가스 요금 감면 등의 행정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이재민#추석#대구#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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