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풍까지 안내할 미래 내비게이션[정우성의 미래과학 엿보기]

정우성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입력 2021-09-06 03:00수정 2021-09-06 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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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자동차에는 찾는 길뿐 아니라 다양한 정보를 표시하는 헤드업디스플레이(HUD)가 널리 활용되고 있다. 사진 출처 셔터스톡
정우성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대학생 때 지하철과 관련된 숙제를 한 적이 있다. 출발역과 도착역을 입력하면 최적의 경로를 계산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수도권 지하철은 노선도가 형형색색을 이룰 만큼 여러 노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환승역도 많고 목적지까지 가는 방법이 다양하다. 그래서 노선도를 수학적으로 해석한 뒤 가장 빠른 경로, 환승을 가장 적게 하는 경로를 계산했다. 지금은 많은 노선이 신설되어 노선도는 더욱 복잡해졌지만, 해석하는 방법만 이해하면 목적지까지 가는 가장 빠른 경로를 금방 구한다.

자동차에도 찾아가는 곳까지의 길을 알려주는 내비게이션이 있다. 위성 정보를 이용해 현재 위치를 파악하고, 자동차에 저장된 지도를 이용하여 최단 경로를 계산하는 방식이다. 자동차가 달리는 도로는 지하철과 달리 출퇴근 시간에 벌어지는 정체가 있다. 약속시간을 지키려면 아주 일찍 출발하거나 막히지 않는 도로를 잘 찾아가야 한다. 그래서 스마트 내비게이션이라는 것이 등장한다. 인공위성과 통신하며 차들의 현재 위치를 확인한다. 어느 길에 자동차가 몰리고, 한가한 곳은 어디인지 파악한다. 운전자에게 조금 멀리 돌아가더라도 목적지까지 더 빨리 도착하는 길을 알려준다.

상당수의 남자들은 내비게이션을 믿지 않는다. 본인의 기억과 감을 믿고, 더욱이 기계에 의존하는 걸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그래서 잘못된 길을 택하여 헤매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어설픈 고집이 항상 틀린 것은 아니다. 스마트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길이 정답이 아닐 때도 있기 때문이다. 두 갈래의 길 중 하나를 선택할 때, 일시적으로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길로 모든 차가 몰려서 더욱 심각한 정체가 일어날 수 있다. 이를 해결하려면 내비게이션 시스템이 임의로 차량을 양쪽 길에 적절하게 분배해줘야 한다. 이 경우 어떤 차는 도리어 더 느린 길을 가게 되지만, 모두가 한쪽 길에 몰려서 도로가 주차장이 되는 파국은 막을 수 있다. 즉 각자의 정답을 찾는 게 아니라, 데이터를 독점하고 있는 시스템이 중앙에서 모두를 통제하는 셈이다.

우리나라 내비게이션은 과속이나 신호위반을 단속하는 지역을 알려준다. 우리나라에서는 카카오내비나 티맵 제품이, 미국에서는 웨이즈(Waze)라는 제품이 널리 쓰인다. 웨이즈는 이스라엘 스타트업으로 출발하여 구글에 인수된 회사다. 이 제품이 알려주는 단속정보는 우리와는 조금 다른 방식이다. 우리나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에서 주기적으로 단속 카메라 위치를 점검하여 지도 정보를 업데이트한다. 내비게이션과 실제 정보 사이에 시간차가 있다. 웨이즈는 사용자들이 직접 정보를 입력하고, 곧바로 지도에 반영된다. 틀린 정보가 있다면 다른 사용자가 이를 찾아내어 고치도록 한다. 단속카메라뿐 아니라 도로 표면이 푹 파인 곳이나 동물이 차에 치여 도로 한가운데 방치된 곳 등의 위험지역 정보도 모은다. 운전자들이 알려준 정보가 시스템에 모두 모이고, 다시 사용자에게 빠르게 전해진다. 자동차와 위성, 중앙 시스템 사이의 빠른 통신이 필요하고, 대용량 자료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기술이 중요하다. 한두 명이 아니라 아주 많은 사용자가 동시에 제공하는 정보가 서로 섞이지 않게 기록하는 것도 만만한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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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날아다니는 비행기에도 내비게이션이 있다.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하늘에도 비행기가 다니는 길이 정해져 있다. 땅 위의 도로처럼 공항 사이에도 비행기를 위한 길인 항공로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다만 눈에 보이도록 길을 만든 게 아니라, 지상에서 발사하는 전파로 비행기가 다닐 길을 표시한다. 혹은 자동차 내비게이션처럼 인공위성에서 비행기가 가야 할 곳을 알려주기도 한다. 그래서 비행기가 많이 다니는 항공로에서는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정체가 일어나기도 한다. 서울과 제주를 오가는 항공로는 세계적으로도 많이 붐비기로 유명한 곳이다. 지상의 도로가 모자라면 확장하거나 새로운 길을 내는 것처럼 항공로도 확장이 가능하다. 항공기의 항법 능력이나 지상에서의 관제 기술을 바탕으로 항공로 사이의 간격을 보다 촘촘하게 만든다.

미래의 내비게이션은 도심의 빌딩 숲에서 발생하는 갑작스러운 돌풍에도 대비하는 기능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국내 드론업체가 세종호수공원에서 피자 배달 시범 서비스를 벌이고 있다(왼쪽 사진). 이런 드론이 바람의 영향을 받는 것에 대비하기 위한 관측기구. 뉴시스·메트로웨더
요즘은 항공기가 아니어도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이 많다.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도 배달하는 드론이 등장했다. 예전에는 공원에서 음식을 주문하면 오토바이가 짜장면을 가져왔다. 이제는 무인 드론이 하늘을 날아서 앉은 자리까지 피자를 가져다준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는 하늘의 바람길을 알려주는 내비게이션을 만들고 있다. 비행기가 이착륙할 때 가장 두려운 것 중 하나가 갑작스레 부는 바람이다.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바람이 불면, 비행기가 활주로를 벗어날 수 있다. 도심을 날아다니는 배달용 드론이나 하늘을 날아다니는 택시는 고층빌딩 사이를 오가게 된다. 바람이 나아가는 길에 높다란 건물이 떡하니 막고 있으면,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곳으로 바람의 방향이 바뀐다. 혹은 고층빌딩 숲 사이의 좁은 공간을 통과하는 바람은, 갑작스레 강한 돌풍으로 변하기도 한다. 맛있는 음식을 한참동안 기다렸는데, 바로 코앞에서 바람에 흔들린 드론이 떨어져 음식이 쏟아지는 일을 막으려면, 시시각각 바뀌는 바람을 더욱 자세히 알아야 한다.

제대로 된 길을 찾아가기 위한 내비게이션에도 나날이 새로운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도심에서의 이동 공간은 땅에서 하늘로 확장되고 있다. 어떤 기술과 제품을 개발하고 투자하느냐에 따라서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누가 차지할지 정해질 것이다. 연구개발 투자의 로드맵을 잘 기획하고 집행하는데 도움을 줄 내비게이션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과학기술을 이해하는 정책과 경영을 더욱 고민할 때이다.

정우성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미래 내비게이션#자동차#비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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