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조희연 해직교사 특별채용은 불법”…검찰에 기소 요청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3일 17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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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3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65)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 달라고 검찰에 요청했다. 2018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의 요구에 따라 해직 교사 5명을 불법 채용하고, 이 과정에서 채용에 반대하는 교육청 공무원들을 결재 라인에서 배제한 혐의 등이다. 공수처는 이 사건을 ‘1호 사건’으로 정해 수사에 착수한 지 129일 만에 결론을 내렸다.

“공무원 업무 권한 침해한 불법 채용”

공수처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조 교육감을 직권남용과 국가공무원법위반 혐의로, 비서실장이었던 한모 서울시교육청 정책안전기획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해달라고 검찰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공수처 등에 따르면 조 교육감은 2018년 7월 전교조 서울지부와 서울시 의회로부터 “해직 교사 5명을 연내 채용해 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대부분 전교조 간부 출신인 해직 교사 5명은 과거 공직선거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으로 유죄가 확정돼 당연 퇴직한 인물이었다.

조 교육감은 2018년 8월 실무 책임자인 교육정책국장과 중등교육과장에게 “5명에 대한 채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으나 이들이 “법 위반으로 퇴직한 사람들을 특별 채용할 수 없다”며 거부하자 국, 과장을 빼고 채용 추진안에 단독 결재했다. 조 교육감은 이어 채용 업무 담당인 중등교육과 장학관에게 “이후 일정은 한모 (당시) 비서실장 지시를 받으라”고 했다.

공수처는 국, 과장을 배제하고 채용 추진안에 단독 결재한 조 교육감의 행위에 대해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조 교육감이 권한을 남용해 서울시교육청 조례로 정해진 국, 과장의 정당한 업무 권한을 침해했다는 판단이다. 조 교육감이 중등교육과 장학관에게 “비서실장의 지시를 받으라”고 한 것도 공수처는 직권남용으로 봤다. 본래 국, 과장의 지시를 받아야 하는 장학관으로 하여금 업무 권한이 없이 비서실장 지시에 따라 불법 소지가 있는 채용 업무를 추진하게 했다는 것이다.

공수처는 조 교육감이 ‘특별채용’ 안건을 심의하기 위한 인사위원회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인사위원 A 씨를 상대로 인사위에 참석하도록 한 것에도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했다. A 씨는 조사에서 “특정 해직 교사들을 채용하기 위한 인사위원회에는 참석할 수 없다고 여러 차례 거부했지만 (A 씨가) 불참할 경우 의사 정족수를 채울 수 없다”는 압박에 따라 인사위에 참석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교육감, 비서실장과 공모해 불법 채용 관여”

공수처는 조 교육감이 비서실장이었던 한 기획관과 공모해 해직 교사 5명을 불법 채용했다고 판단했다. 조 교육감은 ‘특별 채용 추진 계획안’에 단독 결재한 뒤 전교조 대변인 출신인 한 기획관에게 채용 업무 지휘를 맡겼고, 한 기획관이 해직 교사들에 유리하도록 심사위원을 구성한 뒤 실제 위원 몇몇에게 접촉했다는 것이다.

한 기획관이 선정한 채용 심사위원 5명 중 4명은 과거 해직 교사들을 법률 대리하거나, 토론회 등에 함께 참여하는 등 친분이 있었다. 한 기획관은 채용 진행 도중에는 심사위원 2명에게 메시지를 보내 전교조 간부 출신 해직 교사 이모 씨를 거론하면서 ”역차별 받지 않게 해달라. (교육)감님 생각이다“라고 했다. 심사 결과 해직 교사 5명은 1~5 순위를 차지해 특별 채용됐다. 심사위원들이 ‘특별 채용 적합성’ 항목에서 점수를 몰아준 결과였다.

공수처는 조 교육감이 외형상 공개 채용인 것처럼 절차를 밟았지만 실제로는 5명을 내정하는 등 채용에 부당하게 관여했다고 보고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채용 업무를 맡았던 당시 서울시 교육청 공무원들은 공수처에서 ”조 교육감이 5명을 채용하라고 지시했던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공통 진술했다고 한다. 공수처는 올 5월 서울시교육청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해직 교사 5명에 대한 채용을 검토한 ‘OOO 등 5명 특별 채용 추진 일정’ 문건 등을 다수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檢, 직접 보강수사 가능성도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조 교육감 사건을 형사1부에 배당했으며, 추가 수사를 거쳐 조 교육감과 한 기획관에 대한 기소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검찰은 필요할 경우 조 교육감의 혐의에 대해 직접 보강 수사에 나서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이 공수처에 ”보완 수사하라“고 요구할 경우에는 두 기관이 충돌할 수도 있다.

공수처 관계자는 ”검찰이 수사 기록과 증거 관계를 본다면 저희와 같은 결론을 내리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수사 검사(공수처)와 기소검사(검찰청 검사)의 업무 협조가 필요하지만, 사법경찰관과 검사 관계에서 이뤄지는 보완수사 요구에 응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조 교육감은 3일 공수처의 기소요구 사실이 알려진 직후 입장문을 내고 ”특채 대상자를 내정한 적 없고, 직권을 남용해 담당 공무원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시킨 적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조 교육감의 변호인은 ”공수처는 수많은 증거가 가리키는 진실을 외면했고 오로지 편견과 추측에 근거해 공소제기 요구 결정을 했다“며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해 (조 교육감의) 혐의 없음을 밝힐 예정이다“고 했다. 한 기획관의 변호인도 ”비서실장은 채용 실무자에게 업무 지시할 지위에 있지도 않고, 실제 지시한 사실도 없다“며 ”검찰의 사건 처리 과정에서 비서실장의 혐의 없음을 다시 한 번 충분히 소명할 것“이라고 했다.


고도예기자 yea@donga.com
유원모기자 onemore@donga.com
조유라기자 jyr01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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