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 확산에 ‘골머리’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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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현장을 가다]

지난달 30일 중국 베이징 중심가 왕푸징에서 시민들이 베이징 겨울올림픽 카운트다운 시계탑을 바라보고 있다. 올림픽 개회까지 186일 남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지난달 30일 중국 베이징 중심가 왕푸징에서 시민들이 베이징 겨울올림픽 카운트다운 시계탑을 바라보고 있다. 올림픽 개회까지 186일 남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지난달 30일 중국 베이징 중심가 왕푸징(王府井)을 찾았다. 약 6m 높이의 대형 카운트다운 시계탑이 보였다. 많은 시민이 시계탑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카운트다운은 2022년 2월 4일 오후 8시에 맞춰져 있었다. 베이징 겨울올림픽 개회 시간이다.》

상하이에서 이곳까지 왔다는 싱리쥐(邢麗菊)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올림픽이 열릴 수 있을지 걱정을 많이 했다. 2020 도쿄 여름올림픽을 보니 우리도 잘 치를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베이징 시민 샤쥔(夏俊) 씨는 “중국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몇백 배 더 많은 일본에서도 올림픽을 잘 치렀으니 베이징 올림픽은 문제없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은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통해 달라진 중국의 위상을 국제사회에 각인시키겠다는 뜻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특히 미국을 넘어 세계 제일의 패권국이 되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2012년 말 집권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내년에 집권 10년 차를 맞는다는 것도 중요하다. 시 주석이 베이징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 종신 집권을 위한 우호적 여론을 조성한 후 내년 10월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이를 확정지으려 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도쿄보다 강력한 방역 체계

최근 중국 관영매체들은 코로나19 확산세 속에 치러진 도쿄 올림픽을 ‘성공적인 대회’라고 치켜세우기 바쁘다. 관영매체가 일본 관련 소식에 입을 모아 칭찬하는 것은 드물다. 일본을 치켜세우려는 게 아니라 베이징 올림픽을 무사히 치르기 위한 사전 작업에 가깝다. 도쿄 올림픽 관련 보도 후에 늘 베이징 올림픽 언급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가 “성공적으로 치러진 도쿄 올림픽은 세계에 힘을 줬다. 또 베이징 올림픽이 내국인 관중을 수용할 수 있다는 영감을 줬다”고 보도한 것이 대표적이다.

중국은 베이징 올림픽 기간에 일본보다 훨씬 강력한 방역 체계를 가동하겠다는 방침이다. 우선 39개 겨울올림픽 경기장에 대한 재설계 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선수, 심판, 관중, 취재진 등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경기장 복도에 구조물을 설치해 통로를 여러 개로 나누고 화장실 등의 시설 또한 추가로 설치하겠다는 것이다.

일본 사례도 반면교사로 삼기로 했다. 도쿄 올림픽은 무관중이었다. 또 대회 참가자들은 지정된 숙소에 머물며 주최 측이 제공하는 셔틀버스만 이용했다. 대회 장소를 외부와 차단하는 ‘버블’ 방역이었다. 다만 일부 직원은 자택에서 경기장으로 출퇴근하는 게 허용됐다. 도쿄 올림픽 관련 코로나19 확진자의 3분의 2가 이 과정에서 발생했다.

이에 따라 중국은 대회 구역과 외부를 100% 분리하는 ‘완전 버블’ 방역을 구상하고 있다. 올림픽 기간에 모든 대회 관계자들을 예외 없이 버블 안에서만 지내도록 하는 것이다. 올림픽이 끝난 뒤에도 관계자들을 지정된 장소에서 일정 기간 격리하기로 했다.

전국체육대회로 예행연습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개회식이 열리는 베이징 국가체육장 내 주경기장 ‘냐오차오(鳥巢)’ 전경. ‘새 둥지’란 뜻의 냐오차오는 2008년 베이징 여름올림픽 때에도 주경기장으로 쓰였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개회식이 열리는 베이징 국가체육장 내 주경기장 ‘냐오차오(鳥巢)’ 전경. ‘새 둥지’란 뜻의 냐오차오는 2008년 베이징 여름올림픽 때에도 주경기장으로 쓰였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당국은 15∼27일 산시성에서 열리는 전국체육대회를 ‘올림픽 리허설’로 삼을 예정이다. 이 대회에서 선수 및 관계자를 일반 관중과 여러 방식으로 분리시켜 보고, 관중을 어느 정도로 수용해야 문제가 없는지를 파악해 올림픽 때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베이징올림픽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차이치(蔡奇) 베이징 당서기는 지난달 전국체육대회 준비 현장을 찾아 “이 대회가 올림픽 성공을 위한 시험 행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전국체육대회조직위원회 측은 전체 34개 종목 중 핸드볼, 여자배구 등 12개 종목 입장권을 우선 판매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상황을 지켜본 뒤 다른 종목 입장권은 추가로 판매할 계획이다. 관중은 실명 확인을 거쳐야 입장권 구입과 경기장 입장이 가능하다. 또 경기 시작 72시간 전 핵산 검사를 받아 코로나19 음성 상태임을 증명해야 한다. 이와 별도로 경기 2주일 전 백신 접종을 끝내야 한다.

국제사회 보이콧 움직임에 예민


국가 역량을 올림픽에 집중시키고 있는 중국은 미국, 유럽연합(EU) 등이 올림픽 보이콧 움직임을 보이는 것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EU 의회는 7월 8일 “중국이 홍콩, 티베트, 신장위구르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지 않으면 회원국에 정부 대표단의 참석을 거부하라고 촉구하겠다”는 결의안을 의결했다. 1주일 후 영국 하원 또한 비슷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에 이은 미 권력서열 3위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 또한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5월 주창했다. 미 의회 또한 7월 말 코카콜라, 비자, 에어비앤비, 인텔, 프록터앤드갬블(P&G) 등 올림픽 공식 후원사인 미 기업을 소집해 청문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집권 민주당 의원들은 “미 기업이 중국 공산당의 체제 선전을 돕고 있다”고 질타했다.

중국은 “올림픽에 정치 문제를 끌어들이지 말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보이콧 움직임을 잠재울 만한 수단이 별로 없는 게 사실이다. AFP통신은 “서방 정치인의 올림픽 보이콧 요구가 시 주석과 중국 공산당에 두통거리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에서는 5년마다 공산당 당대회가 열린다. 덩샤오핑(鄧小平) 이후 모든 최고지도자들은 집권 5년 차를 맞았을 때 그해 당대회에서 후임자를 지명했다. 하지만 시 주석은 2017년 제19차 당대회 때 후계자를 지명하지 않았다. 이때부터 중국 내에서는 시 주석이 종신 집권을 시도할 것이란 관측이 무성했다.

시 주석은 2018년 헌법을 개정해 국가주석 연임 제한 규정도 없앴다. 각각 10년씩 집권한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과 다른 길을 가겠다는 의지를 알린 셈이다. 시 주석이 내년 20차 당대회에서 3연임에 성공하면 1976년 사망한 마오쩌둥(毛澤東) 이후 46년 만에 장기 집권하는 최고지도자가 된다. 엄청난 정치사회적 변화가 불가피한 만큼 이에 반발하는 세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이 베이징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에 매달리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한다면 중국 사회는 물론이고 전 세계에 자신의 통치력을 각인시키고 장기 집권에도 힘을 실을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성공적으로 치르지 못하면 가뜩이나 자신의 장기 집권에 반감을 보이고 있는 반대파에 빌미를 제공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스포츠 메가 이벤트라고만 보기엔 너무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베이징 겨울올림픽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세계가 주목할 수밖에 없다.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kky@donga.com


#중국#베이징올림픽#보이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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