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제3지대 ‘마이웨이’…대선 핵심 변수 될까[고성호 기자의 다이내믹 여의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19일 10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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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에서 열고 국민의힘과의 합당 결렬을 선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에서 열고 국민의힘과의 합당 결렬을 선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국민의힘과의 합당 협상 결렬을 공식 선언하면서 대선 시나리오가 한층 복잡해졌다. 제3지대 독자출마 가능성이 나오면서 내년 대선은 3자 구도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아진 형국이다.

안 대표는 16일 “단지 합당을 위한 합당 또는 작은 정당 하나 없애는 식의 통합은 정권 교체를 위해서도,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앞서 양당은 4월 재·보궐 선거 이후 합당 협상을 진행했지만 난항을 겪었다.

그는 ‘대선 출마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당원, 지지자들과 함께 논의해서 길을 찾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안 대표의 이번 ‘마이웨이’ 결정은 정치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과 합당 이후 대선 경선을 치르면서 ‘원 오브 뎀’(one of them)으로 전략하기 보다는 중도층 지지기반을 바탕으로 막판 단일화에 나서는 것이 현실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안 대표는 당분간 독자 행보를 통해 중도확장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대선 막판까지 존재감을 극대화한 뒤 국민의힘의 최종 대선 후보와 단일화 협상에 나설 확률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제3지대에서 중도층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안 대표의 정치적 위상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2017년 11월 당시 김동연 경제부총리(오른쪽)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예산안 처리 협조를 위해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를 예방해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2017년 11월 당시 김동연 경제부총리(오른쪽)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예산안 처리 협조를 위해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를 예방해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정치권에선 여야 대선 구도가 박빙으로 치닫게 되면 안 대표의 정치적 입지가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문(반문재인) 이미지를 갖고 있는 안 대표가 중도층 표심을 결집시킬 경우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안 대표는 제3지대에 머물러 있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와 손을 잡고 몸집을 키워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김 전 부총리는 최근 사단법인 ‘유쾌한 반란’ 이사장직을 사임하며 본격적인 대선 행보를 예고했다.

앞서 안 대표는 ‘김 전 부총리와 손잡을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고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가지신 분이라면 누구든 만나서 의논할 자세가 돼 있다”며 밝혔다.

하지만 김 전 부총리가 18일 안 대표와 “만날 계획은 없다”고 밝혀 제3지대 연대는 일단 제동이 걸리는 모양새다. 김 전 부총리는 이날 “제가 추구하는 것은 정권 교체나 정권 재창출을 뛰어넘는 정치 세력의 교체, 정치판을 바꾸는 것”이라며 “정치공학에 다라 움직이는 것은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안 대표가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면서 밝힌 대선 불출마와 합당 약속을 스스로 깬 것도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아울러 야권 후보 단일화 전까지 지지율을 끌어올려야하는 점도 과제로 꼽힌다. 국민의힘이 제1야당으로서 입지가 단단해진 상황에서 안 대표의 정치적 입지는 상대적으로 축소된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제3지대라는 변수를 만나면서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일대일 구도로 맞서려 했던 구상에 차질을 빚게 됐다. 대선 막판까지 정치적 불확실성을 떠안게 된 것으로 야권 후보 단일화를 놓고 치열한 신경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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