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조국, 7개 허위스펙중 2개 공모… 입시 공정성 훼손”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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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심 2심도 징역 4년 선고
재판부 “죄질 매우 안좋아” 12개 유죄

질문에 답하는 정경심 변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11일 2심에서 1심과 같이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직후 정 
교수 측 김칠준 변호사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10년 전 입시제도하에서의 스펙 쌓기라는 걸 현재 관점으로 
재단했다”면서 “대단히 아쉽고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질문에 답하는 정경심 변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11일 2심에서 1심과 같이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직후 정 교수 측 김칠준 변호사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10년 전 입시제도하에서의 스펙 쌓기라는 걸 현재 관점으로 재단했다”면서 “대단히 아쉽고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피고인은 설득력이 있다거나 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수사기관과 법정에 출석해 진술한 사람들은,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에서 사법 절차에 적극 협조한 것인데도, 그들에 대한 강한 적대감을 보이면서 비난을 계속하고 있는 것도 결코 온당한 태도라고 볼 수는 없다.”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판사 엄상필)는 11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59·수감 중)에게 1심과 같이 징역 4년을 선고하며 정 교수 측의 재판 행태를 지적했다. 재판부는 정 교수의 15가지 혐의 중 12가지를 유죄로 인정했다. 1심보다 1가지 혐의를 더 유죄로 본 것이다.

○ 7개 스펙 모두 허위…“죄질 매우 안 좋아”


2심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정 교수의 딸 조모 씨의 단국대 논문 제1저자 등재 등 ‘입시용 7개 스펙’을 모두 허위로 판단했다. 조 씨가 2013년 7개 스펙을 서울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제출해 1차 합격하고, 이듬해 부산대 의전원에 4개 스펙을 제출해 최종 합격한 것은 입시 업무 방해에 해당한다고 봤다.

특히 7개 허위 경력 중 2개는 1심 판단대로 2심에서도 조 전 장관이 직접 위조해 허위로 발급한 것으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의 연구실 PC 전자기록과 이메일 등 디지털 증거를 검토한 뒤 조 전 장관이 2009년 7, 8월 딸 조 씨를 위해 아쿠아펠리스호텔 인턴십 확인서를 위조한 것으로 판단했다. 조 전 장관이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십 확인서를 2009년 7월 위조해 허위 발급한 혐의도 인정됐다.

재판부는 “정 교수는 단순히 조 전 장관의 인맥을 사용해 딸이 인턴을 할 기회를 얻은 것이 아니다”라면서 “확인서 작성자에게 사실과 다른 내용을 기재할 것을 요구하거나 조 전 장관과 함께 딸이 하지도 않은 활동을 넣어 위조하기까지 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 교수가 구체적으로 허위 스펙을 만든 행위들의 내용과 방법, 수단 등을 종합할 때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면서 “만약 피고인의 범행이 없었더라면 합격할 수도 있었던 다른 지원자는 탈락하게 되어 그 사람에게 막대한 피해를 가했다”고 지적했다.

○ 증거인멸 일부 유죄로 바뀌어


증거인멸과 관련해선 유죄로 인정된 혐의가 1심보다 늘었다. 재판부는 1심과 달리 2019년 8월 정 교수가 조 전 장관과 공모해 자산관리인 김경록 씨에게 자택 및 동양대 PC의 하드디스크 등을 은닉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정 교수가 검찰 수사에 대비해 사모펀드 운영사 코링크PE 직원에게 동생 관련 자료를 삭제하라고 증거인멸을 지시한 것 역시 유죄가 유지됐다.


사모펀드 불법 투자 관련 혐의도 상당수 유죄로 결론이 났다. 정 교수가 2018년 1월 미공개 중요 정보를 이용해 WFM 주식 1만6772주를 장내매수하고 그에 따른 범죄수익 1061만 원을 은닉한 점은 1심과 같이 유죄로 인정됐다. 이후 같은 해 2∼11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WFM 주식 7532주를 매수한 혐의도 인정됐다. 하지만 정 교수가 WFM 실물주권 12만 주를 장외매수한 혐의와 관련해선 1심과 달리 무죄를 선고했다.

○ 스펙 위조와 증거은닉 공모…조국 재판에 영향

조 전 장관이 딸의 허위 스펙 2개를 직접 위조하고 자산관리인에게 증거를 은닉하도록 지시했다는 정 교수의 2심 판결은 조 전 장관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조 전 장관은 자녀 입시 비리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법에서 별도의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조 전 장관은 법정에서 “자녀들의 대학원 입시 과정에 제출한 입시 서류에 허위 내용을 기재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해 왔지만 정 교수의 2심 재판부 판단은 정반대였다.

조 전 장관은 “가족으로서 참으로 고통스럽다. 위법수집증거 등에 대해 대법원에 상고해 다투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선 상반된 반응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는 “형량을 먼저 정해 놓고 내용을 끼워 맞췄다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며 재판부를 비판했다. 조 전 장관에 대한 수사를 지휘했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선 캠프 김병민 대변인은 “‘조국에 마음의 빚이 있다’던 문재인 대통령에게 아직도 마음의 빚이 남아있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박상준 기자speakup@donga.com
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조아라 기자 likeit@donga.com
#정겸심#조국#허위스펙#징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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