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젠더 갈등 부추기기, 제1야당이 할 일인가

동아일보 입력 2021-08-03 00:00수정 2021-08-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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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사상 첫 양궁 3관왕에 오른 안산 선수의 짧은 머리에서 시작된 성차별 논란이 정치권의 공방으로 번졌다. 국민의힘 양준우 대변인이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에 “안 선수에 대한 비이성적 공격에 단호히 반대한다”면서도 “이번 논란의 핵심은 남성 혐오 용어 사용”이라는 글을 올리자 여당 대선 주자들이 “선수를 향한 성차별적 공격을 비판해야 할 공당이 피해자에게 원인을 돌렸다”고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이번 논란은 일부 누리꾼의 황당한 트집 잡기에서 시작됐다. 안 선수가 머리를 짧게 자르고, 일부 집단에서 남성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통용되는 단어를 소셜미디어에 쓴 적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극단적 페미니스트로 몰아갔다. 희박한 근거로 정치 성향을 단정 짓는 것도 문제이지만 설사 페미니스트라 해도 그게 비난받을 일인가.

안 선수를 향한 폭력을 비난하는 여론이 우세한 가운데 안 선수의 개인전 우승으로 꺼지는 듯했던 논란의 불씨를 제1 야당의 대변인이 살린 건 유감이다. 문제의 단어는 남성 혐오가 아닌 다른 뜻으로 쓰는 경우도 많다. 안 선수가 사용한 맥락이 남성을 비하하는 상황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안 선수를 남혐 용어 사용자로 단정 짓고 일부 극단적 커뮤니티 내부의 논쟁거리를 제도권 정당의 공방으로 키운 건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정의당은 양 대변인의 징계를 요구했지만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개인 의견일 뿐” “여성 혐오적 관점에서 이야기한 게 아니다”라며 그를 옹호하고 있다. 양 대변인의 의도가 무엇이었든 소모적 논쟁을 키운 데 대해 국민의힘은 책임 표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

젠더 갈등은 이 대표가 지적했듯 “지역갈등보다 더한 갈등이 되기 전에 조기에 해결해야 하는” 심각한 사회 문제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은 20대 남성의 지지를 의식한 듯 여성가족부 폐지론 등을 불쑥 꺼내 갈등을 키운 사실이 있다. 갈등의 원인을 찾아 해소해야 할 책임이 있는 정치권이 논쟁에 가세해 갈등을 증폭시키는 일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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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 갈등#제1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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