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실패 인정, 방향은 그대로?” 與대선주자들 反시장정책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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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7월 11일 07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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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을 중심으로 대선 주자들의 부동산 공약 경쟁이 벌써부터 뜨겁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부동산 정치만 계속되고 있다”며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4년간 부동산값 폭등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반(反)시장 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대선주자들이 한목소리로 공급 확대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실현 가능성에는 의문이 제기됐다. 향후 보완될 정책에서는 시장의 목소리를 경청해 규제 완화와 민간 참여 확대가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주요 대선 후보들은 최근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자 토론회에서 현 정부의 부동산 주거정책 실패를 사실상 인정했다. 그러나 정작 내놓은 정책에서는 대부분 증세와 규제에 초점을 맞추면서 시장이 바라는 획기적인 방향 전환은 없을 것으로 예상됐다.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들은 세부 정책에는 차이가 있으나 대부분 ‘부동산 증세’에 초점을 맞췄다. 과도한 부동산 소유에 대해선 조세 부담을 늘려 투기 가수요를 억제하고, 증세를 통해 주거 취약 계층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부동산 세수는 기본소득으로 국민에게 돌려주거나 균형 발전·청년 주거복지·임대주택 건립에 쓰겠다는 구상이다.

◇보유세·토지공개념 등 ‘규제 강화’…전문가들 “현 정부 실책 답습”

우선 이재명 경기지사는 국토보유세 신설을 통해 비필수 부동산에 대한 ‘징벌적’ 세금 부담을 강화해야 한단 입장이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도 토지공개념 3법을 대표 발의하겠다고 했다. 법인 택지 소유를 회사·공장 설립 등 목적 외에는 제한하고 개인의 택지 소유도 상한선을 두는 내용이다. 개발 이익을 환수하고, 유휴토지에 가산세를 강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비슷한 기조다.

전문가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현 정부가 집권 초기부터 세금과 규제 강화로 정책 실패를 자초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이러한 행보를 굳이 답습했다는 설명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4년간 세금으로 옥좨서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됐느냐. (대선주자들의) 정책이 오히려 후퇴했다”며 “서민 표를 의식한 정책이 아니라 실제로 안정화할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토지공개념의 경우 택지소유상한법과토지초과이득세는 앞서 위헌, 헌법 불합치 판정을 받은 적이 있다는 점도 거론됐다. 이 전 총리는 입법 기술에 관한 문제라고 이야기하지만, 조항을 조정하더라도 재산권 침해 논란은 피할 수 없는 반박이 나온다. 취득 경위와 제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인 상한선을 정해놓는 것은 현실에 부적합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농사를 짓는 개인은 토지가 많을 수밖에 없고, 기업의 경우 당장 건물을 세우지 않더라도 확장 계획을 갖고 토지를 소유하는 것은 경영 측면에선 합리적인 판단이라 투기인지 투자인지 분간이 쉽지 않다”고 꼬집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 또한 이미 기업의 비업무용 토지보유 제약이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부동산 병폐가 사라질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공급 확대 한목소리에 “현실성 보완해야…민간 공급 활성화 필요”

대선주자들은 한목소리로 주택 공급 확대를 강조했다. 이 지사는 신도시 공공택지에 기본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방안을 내놨고, 이 전 총리는 유휴 국공유지와 역세권 활용 공급 방안을 꼽았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임기 내 공공·민간 주택 28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공언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김포공항과 인천공항을 통폐합해 해당 부지에 2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공약했다.

공급 확대를 강조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현실 가능성이 부족한 점은 아쉽다는 평가다. 송승현 도시와 경제 대표는 “시장에서 주택 공급을 원한다는 점을 수용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다만 숫자는 제시했지만 대선 주자들이 언급한 부지에 주택 공급이 가능할 것인지 현실성 여부, 재원 마련 근거같은 디테일한 부분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이 제시한 김포공항 부지 주택 공급의 경우 ‘주택 수 늘리기’에 집중한 탓에 공항의 도시 내 기능을 간과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은형 연구원은 “주택을 짓자고 김포공항을 없애면, 공항 기능을 위해 깔아놓은 인프라와 수십 년간 쌓아온 노하우가 사라진다. 이는 엄청난 손실”이라며 “국내선을 책임지고 있는 김포공항의 기능과 입지적 특성도 지나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 지사의 기본주택도 현실성이 부족하단 비판이다. 서진형 교수는 “누구나 입주할 수 있는 만큼 엄청난 재원이 필요하고, 1가구 1주택 소유 정책으로 임대 시장이 축소돼 주거이전의 자유까지 제한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여러 후보가 임대주택 확대에 무게를 실었지만, 장기임대의 경우 임대 기간이 끝난 뒤엔 소득이 없는 노령층으로 남게 돼 오히려 자산형성 기회를 빼앗는다는 견해도 있었다.

공공에 치우친 공급 정책도 수정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서진형 교수는 “정부가 모든 계층을 위한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것은 욕심”이라며 “민간의 주택 공급을 활성화하면서 공공은 취약계층에 집중하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 “시장 경청한 정책 만들어야”…규제 완화·민간 역할 활성화 조언

전문가들은 꼬여있는 매듭을 풀기 위해서는 시장의 목소리를 경청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승현 대표는 “민주당 대선주자 중 일부 부동산 정책은 시장을 적대시하는 하는 느낌까지 들 정도”라며 “시장과 소통하지 않는 부동산 정책이 계속되고 있어 ‘꼰대’ 같은 정책이 반복되고 있다. 탑다운 방식으로 시장을 옥죌 것이 아니라, 수요자가 원하고 시장이 바라는 점을 들어 정책을 정하는 바텀업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택 공급을 효과적으로 늘리기 위해서는 규제를 완화하고 민간의 역할도 활성화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야권에서는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민간주택 100만 가구 공급을,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실수요 1주택자 양도세·보유세 폐지 등 공약을 내놨지만, 여권에서는 정 전 총리 외에는 특별히 눈에 띄는 공약이 없다는 비판이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공급과 관련해서는 적극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며 “민간에는 안전진단 완화와 같은 활성화 유인을 주고, 초과 이익이 과도하게 발생하면 환수를 하면 된다”고 말했다. 또한 “다주택자 운신의 폭을 막는 양도세 중과 등 기존에 펼쳤던 정책으로 시장이 왜곡된 부분은 명확하게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서진형 교수는 “민간 공급 활성화를 위해서는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며 “정부는 모든 계층이 아닌 10%의 주거취약계층 지원에 집중하고 민간에게 나머지를 맡기는 투트랙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대중 교수는 “인프라를 없애 주택을 짓는 정책이 아니라, 용적률을 상향하고 규제를 풀어 공급을 늘리는 시장 친화적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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