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하는 대구 물산업… 물기업 매출 급증하며 지역경제 견인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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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전초기지 ‘물산업 클러스터’
‘물산업 허브’ 30여년 투자 성과

대구 달성군 구지면 물산업 클러스터. 국내 물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크게 높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구시 제공
대구 달성군 구지면 물산업 클러스터. 국내 물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크게 높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구시 제공
대구 물산업이 비상(飛上)하고 있다. 물기업 매출이 급증하고 종사자가 늘면서 지역 경제를 견인하는 미래 신산업으로 성장했다. 달성군 구지면 국가물산업 클러스터(집적단지)는 국내 핵심 전초기지로 떠올랐다.

2019년 9월 16만8000여 m² 터에 자리 잡은 클러스터는 입주 기업들의 신기술 개발과 성능 시험, 사업화 등을 맞춤형으로 지원한다.

● 대구 물기업 가파른 성장세
대구시에 따르면 국가물산업 클러스터 입주 기업은 현재 112곳으로 지난해 90곳보다 증가했다. 100억 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물기업은 2014년 3곳에서 지난해 10곳으로 늘었다. 연평균 성장률은 2008∼2013년과 비교해 2014∼2018년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간 사업체 0.85%, 종사자 7.97%, 부가가치 10.76%가 각각 증가했다.

친환경 물탱크를 생산하는 ㈜문창은 지난해 매출 190억 원을 달성했다. 2019년 매출 135억 원보다 41% 증가했다. 이 기업은 부식 방지 기술로 친환경 물탱크를 생산한다. 낡은 콘크리트 물탱크 내부를 스테인리스 패널로 덮어 누수와 침수를 막는 기술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리히터 규모 7.0 지진을 버티는 스테인리스 면진(免震)형 물탱크 제조 기술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끊임없는 기술 개발로 저수조 관련 특허를 세계에서 2번째로 많이 보유하고 있다.

소독 시스템 전문기업 ㈜제이텍은 물속 세균 및 미생물을 화학 처리하는 약품을 발생시키는 장치를 개발했다. 물에 전기적 힘을 가해 순환하는 방식으로 효율을 높이는 국내 유일한 기술이다. 지난해 매출은 80억 원. 2019년 매출 대비 122% 늘었다. 이 회사 제품은 중소벤처기업부의 우수 연구개발 혁신 제품으로 뽑혔다. 최근 국가핵융합연구소와 플라스마를 이용한 수(水)처리 기술 이전을 진행하고 있다.

㈜썬텍엔지니어링은 수질계측기를 국산화했다. 지난해 매출은 2019년 대비 88% 늘어난 150억 원이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상수도본부에 납품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미국 대만 등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면서 수출이 전년대비 23% 증가했다.

환경부가 지난달 발표한 ‘혁신형 물기업’ 10곳 가운데 ㈜삼진정밀과 대한환경, IS테크놀로지㈜, ㈜동해, 터보윈㈜ 등 대구 기업 5곳이 이름을 올렸다. 연매출의 3%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수출 비중이 5% 이상이면서 물 분야 해외 인증을 보유한 기업들이다.

물기업의 성장은 클러스터 인프라 고도화도 한몫을 하고 있다. 국내 유일한 물 관련 기술 인증기관인 한국물기술인증원은 2019년 11월부터 가동 중이다. 수도용 자재와 제품에 대한 위생 및 안전 기술 인증 등을 수행한다. 대구시와 환경부는 고성능 밸브, 펌프 같은 물 흐름 관련 제품의 성능을 시험하는 유체성능시험센터 구축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2023년 12월까지 390억 원을 투자해 짓는다. 대구시 관계자는 “물산업 클러스터 내 물 융합 연구와 워터캠퍼스 등을 추가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 물산업 허브 도시 국제화
대구의 물산업이 성장한 것은 30여 년 동안 특별한 관심을 갖고 투자한 덕분이다. 대구시는 1983년부터 하천 관리와 상하수도 개선, 오폐수 정화처리, 생태복원 등에 약 5조 원 가까이를 들여 치열하게 물 관리를 해왔다. 지금은 ‘수달의 도시’로 불릴 만큼 신천, 금호강, 동화천, 팔거천 등 도심 하천 대부분이 건강한 물 생태계를 자랑한다.

대구시는 물산업 클러스터와 입주 기업 성장을 계기로 국제 경쟁력 향상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펴고 있다. 2015년부터 매년 대구에서 개최하는 대한민국 국제 물주간이 대표적이다. 해외 물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물 허브(중심) 도시 대구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는 평가다. 올해는 11월 29일부터 12월 2일까지 대구 엑스코에서 연다. 코로나19 상황이 있지만 세계 80여 개국 1만5000여 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 기간 ‘세계 물 안보와 복원을 위한 지식, 기술, 정책’을 주제로 제17차 국제수자원학회도 열릴 예정이다.

대구시가 2015년 시작한 세계물도시포럼도 물산업 선진도시와 개도국 도시 간 정보 교류와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방정부 차원의 세계 물 파트너십 기반을 구축해 국제 물 분야 문제에 대한 공동 대처 방안을 마련한다. 지난해 8개국 9개 도시가 참가했고, 올해는 11개국 15개 도시가 머리를 맞대 내실을 다질 계획이다. 대구시는 핀란드 미켈리와 물 산업 협력을 위한 업무 협약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

시는 물산업이 기술적 측면뿐만 아니라 환경 문화 관광 등 전반적인 분야를 아우를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도시화와 산업화로 인한 각종 문제로 물산업의 중요성은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내륙도시 대구의 한계를 뛰어넘어 세계적 도시로 뻗어가는 물길을 열도록 다양한 구상을 하겠다”고 말했다.

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비상하는 대구#물산업#물기업#매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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