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소비자물가에 인플레 우려… 정부 “하반기 개선될 것” 진화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2일 19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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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물가가 4월에 이어 5월에도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치인 2%를 웃돌자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하반기(7~12월)엔 개선될 것”이라며 우려를 잠재우고 있지만 급격한 경기 회복세로 고(高)물가 현상이 이어지면 기준금리 인상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가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추진하면 시중에 돈이 더 풀려 물가 급등을 촉진할 수 있단 전망도 제기된다.

● 정부 “하반기 물가압력 완화”라면서도 기대 인플레 우려
2일 통계청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2.6% 올라 9년 1개월 만에 최대 상승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5월 소비자물가 오름폭이 확대된 것은 기저효과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은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내외 기관의 연간 물가 전망치가 2%를 밑돈다는 점을 근거로 하반기 물가가 안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정부는 인플레이션 우려를 차단하기 위한 물가 관리 대책도 내놨다. 계란의 수입물량을 이번 달 5000만 개 이상으로 늘리고, 이달 말 종료되는 긴급할당관세 조치는 연말까지 연장한다. 가공식품용 쌀은 2만t을 추가로 시장에 공급한다. 원자재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을 위해 조달청이 보유한 비철금속 할인 물량을 이달 2만9000t 방출한다.

정부는 인플레이션 우려에 선을 그으면서도 향후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인플레이션 경계감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기대인플레이션이 높게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한은 역시 “경제 활동 정상화 과정에서 수요, 공급 측면의 물가 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인플레이션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게다가 정치권에서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포함한 2차 추경안 논의까지 나와 시중에 유동성이 공급되면 물가를 부채질 할 수 있단 우려도 있다.

● 글로벌 인플레 공포에 ‘통화 긴축’ 빨라지나
정부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이유는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잦아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을 딛고 경제가 회복하는 과정에서 세계 주요국에서 물가가 치솟고 있다.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4.2% 상승했다. 2008년 9월 이후 약 13년 만에 최대폭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언제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논의를 시작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국에서도 소비자물가와 집값이 최근 3년 내 최고치다.

문제는 향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나고 있다는 점이다. 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 가격은 이날 시장에서 2.1% 올라 배럴당 67.72달러에 거래됐다.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라 원유 수요가 증가할 것이란 관측에 약 2년 반 만의 최고치로 오른 것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물가 상승과 미국의 금리인상 등 국내외 여건을 감안하면 연내 한은이 금리 인상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봤다. 한은이 금리를 인상하면 사상 최대로 불어난 가계부채의 이자 부담이 커져 경제의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세종=주애진기자 jaj@donga.com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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