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배성범 법무연수원장 “조직개편안, 자율성·독립성 심하게 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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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6월 1일 14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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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성범 법무연수원장(59·23기) 2020.1.10/뉴스1 © News1
배성범 법무연수원장(59·23기) 2020.1.10/뉴스1 © News1
검찰 고위직 인사를 앞두고 사의를 표명한 배성범 법무연수원장(59·23기)이 법무부가 추진하는 조직개편안이 수사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배 원장은 1일 오후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 올린 사직인사글에서 “검찰총장이나 법무부 장관이 개별 사건의 수사 개시를 승인하는 것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에 의구심을 야기한다”며 “일선 청과 검사들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심하게 손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무부가 추진 중인 조직개편안에는 지방검찰청의 전담부만 6대 범죄 직접 수사를 할 수 있고 일반 형사부는 검찰총장이나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얻어 수사를 개시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배 원장은 “조직개편안은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강조됐던 형사부 활성화, 검찰 전문 역량 강화 기조와 어긋난다고 생각한다”며 “강력부와 조사부, 외사부 등 전문수사부서가 수십년간 힘들여 축적해온 전문 수사 역량은 우리 사법시스템과 국가사회의 중요한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전문 수사부서를 일거에 폐지하는 상황에서 검찰의 전문 역량을 강화한다고 할 수 있나”라며 “조직범죄, 경제범죄, 국제 외사범죄는 더욱 대형화되고 정교해지는데 검찰의 전문 수사 시스템은 오히려 위축되는 사법현실이 안타깝다”고 털어놨다.

아울러 “전문 영역에서 경찰, 특사경과의 신속한 공조나 협력체계 운영에도 악영향을 미칠 우려도 크다”고 덧붙였다.

2019년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의혹과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등의 수사를 지휘한 배 원장은 검찰 인사에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근무할 때나 그 전후 뛰어난 후배 검사들이 정치적 논란이 불가피한 사안의 수사, 공판에 임해야 하는 부담과 고통을 짊어졌다”며 “주어진 사건에 최선을 다한 검사들이 특정 수사팀의 일원이었다는 이유로 인사 등에 부당한 불이익을 받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검찰개혁이 단지 슬로건에 그치지 않고 내외의 공감과 설득력을 갖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배 원장은 “인권과 공정을 화두로 적지 않은 고민과 노력을 해왔음에도 아직 일부 국민에게는 검찰이 겸손하지 못하고 내부 문제에 철저하지 못했다고 비치는 면이 남아있다”며 “일부 부정적 인식은 겸허히 성찰해 변화의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고도 썼다.

한편 지난달 검찰 인사위원회 이후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사의를 표명하고 강호성 범죄예방정책국장 등 법무부 간부들이 명예퇴직 의사를 밝힌데 이어 조상철 서울고검장(52·23기)과 오인서 수원고검장(55·사법연수원23기), 배 원장, 고흥 인천지검장(51·24기) 등이 잇따라 사의를 표명하고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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