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모테트합창단이 들려주는 ‘위로의 노래’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입력 2021-05-18 03:00수정 2021-05-18 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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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단 32주년 맞는 민간합창단
1년 반 만인 내달 4일 정기연주회
“포레의 따뜻한 레퀴엠으로 위로”
1989년 창단 이후 32년간 국내 대표 민간 직업 합창단으로 활동해 온 서울모테트합창단의 롯데콘서트홀 공연 모습. 서울모테트합창단 홈페이지
서울모테트합창단이 117회 정기연주회를 6월 4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연다. 제목은 ‘위로의 노래’. 프랑스 낭만주의 작곡가 가브리엘 포레의 ‘레퀴엠’(진혼미사곡)을 비롯해 ‘파반’ ‘라신 찬가’, 첼리스트 양성원이 협연하는 ‘엘레지(비가)’ ‘꿈꾼 후에’ 등 포레의 작품만으로 채운 콘서트다.

순수 민간 직업 합창단으로 올해 창단 32주년을 맞는 서울모테트합창단은 2019년 12월 바흐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로 116회 정기연주회를 치렀다. 이번 정기연주회는 1년 반 만이다.

“외환위기 당시 관객 두 분에게서 편지를 받았죠. 두 분 모두 앞날이 막막해 삶을 마감하려다 서울모테트합창단의 공연을 보고 위로를 받아 꿋꿋이 살기로 마음먹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한 분은 빵집을 열어 직접 구운 빵을 합창단으로 보내기도 했습니다.” 창단 이후 줄곧 단장을 맡고 있는 박치용 지휘자는 “코로나19로 아픔을 겪고 있는 오늘날의 우리 사회에도 다시 ‘위로의 노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위로의 노래’는 서울모테트합창단 스스로에게도 필요했다. “민간이 운영하는 드문 직업합창단으로서 적지만 급여를 지급해 왔죠. 이번 위기로 합창단 자체가 생존의 위기에 몰려 단원들을 무급휴직 처리하고 4대 보험만 유지해 왔습니다. 단원들로선 실업급여를 받는 게 오히려 나은 상황이라 몹시 가슴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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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디 117회 정기연주회는 2018년 10월부터 시작한 ‘서울모테트합창단 30주년 시리즈’의 마지막 공연이 될 예정이었다. 지난해 4월 수난주간을 맞아 바흐의 대곡 ‘마태수난곡’을 130명의 합창단과 오케스트라까지 총 180명이 공연하는 대형 프로젝트였다. 그러나 코로나19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대신 ‘따뜻한’ 포레의 레퀴엠으로 눈을 돌렸다.

“포레의 레퀴엠은 ‘심판’을 경고하는 세쿠엔티아(부속가) 부분을 뺀 대신 천국의 희망을 노래하는 ‘인 파라디숨’(천국에서)으로 끝납니다. 작곡가 스스로가 ‘삶과 죽음에 대한 문제를 다른 차원에서 생각했다’고 말했죠. 레퀴엠답지 않은 레퀴엠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죽음이라는 문제에서 위로를 끌어낸 명곡입니다. 이 곡을 메인곡으로 정하면서 아예 센티멘털하면서도 낭만적인 포레의 작품들로만 위로의 프로그램을 꾸며보기로 했죠.” 포레 ‘레퀴엠’의 두 솔로에는 오래 이 합창단과 호흡을 맞춰온 소프라노 강혜정과 베이스 박흥우가 출연한다.

박 단장은 “예술 선진국인 독일의 경우 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 총리가 예술가들을 지원하기 위한 대책을 먼저 발표하는 걸 보며 그 시스템이 부러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예술 지원 시스템은 단기적인 행사와 프로젝트 지원에 치중한 나머지 꾸준히 성과를 이뤄온 민간 단체에 대한 지원은 너무도 열악하다”며 “장기적인 예술 지원책만이 장기적인 문화 경쟁력을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서울모테트합창단#위로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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