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미국 여행객에 빗장 푼다…“백신 접종했다면 입국 가능”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26일 09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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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한 미국 국민들은 올 여름부터 유럽 여행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유럽연합(EU) 측이 밝혔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성공한 세계 각국 사이에 서로 격리 기간을 면제해 주는 ‘트래블 버블(Travel Bubble)’이 계속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EU 행정부 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25일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에서 백신 접종 사실을 어떻게 증명할 것인지에 대한 협의를 거친다면 유럽이 다시 미국 여행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 같이 밝혔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27개의 모든 EU 회원국은 유럽의약품청(EMA)이 승인한 백신으로 접종한 모든 사람들을 조건 없이 받아들일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면서 “미국 국민들은 EMA가 승인한 백신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EMA는 미국에서 접종되고 있는 화이자와 모더나, 얀센 백신을 모두 승인한 바 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정확히 언제 미국 국민의 유럽 여행이 가능해질지 구체적인 시한을 제시하진 않았다. 다만 그는 “미국이 6월 중 성인의 70%를 접종해 집단면역을 달성하려는 것에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르면 올 여름 휴가철에 미국 관광객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취지다. 미국과 EU의 보건 당국자들은 서로에게 백신 접종 사실을 어떻게 기술적으로 입증할 수 있을지를 놓고 최근 몇 주 동안 협의를 해 왔다.

물론 EU 집행위원회가 미국 여행객을 받아들이자고 결정하더라도 이는 권고 사항일 뿐 각국이 독자적으로 입국 제한 조치를 유지할 수 있다. 원칙적으로 백신 접종자의 입국을 허용하더라도 음성 확인서나 며칠 간의 격리 등 최소한의 방역 의무를 부과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관광 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은 바로 이 권고에 따라 미국 여행자들에게 빗장을 풀 것이라고 NYT는 전망했다.

서로 상대국 국민의 격리를 면제해주는 ‘트래블 버블’은 얼마 전부터 확진자가 적은 나라들 간에 시행되고 있다. 이달 초 대만과 팔라우가 패키지 여행객에 한해 격리를 면제했고, 호주와 뉴질랜드도 19일부터 상호 간 자유로운 여행을 보장하기 시작했다. 다만 이들 국가는 아직 백신 접종률이 낮아서 향후 바이러스가 확산될 경우 언제든지 버블이 깨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와 달리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고 있는 미국과 영국, EU 일부 나라들 간의 트래블 버블은 백신 효력 만큼 지속기간이 오래 유지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NYT는 “인도 등에서 확진자가 크게 증가하는 와중에 유럽 여행객의 귀환 소식은 백신 강국과 그렇지 않은 나라 간의 심화되는 불평등을 보여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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