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9월 11일까지 아프간 주둔 미군 철수 완료”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14일 16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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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는 전쟁(Endless war)’으로 불렸던 미국의 최장기 해외전쟁 아프가니스탄전이 발발 계기가 됐던 9.11 테러 20주년인 올해 9월 11일에 끝날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13일 “당초 5월로 예정됐던 철군 계획을 4개월 늦은 9월 11일까지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기술적 문제 등으로 당초 예정됐던 철군 시한을 맞추기 힘들 것이라며 일정 지연을 이미 예고했다.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은 13일 “바이든 대통령이 14일 아프간 주둔 미군 철수에 관한 계획과 일정을 직접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후 워싱턴 인근 알링턴 국립묘지를 찾아 아프간에서 전사한 미군을 추모하기로 했다. AP통신은 13일 백악관 고위당국자 또한 “5월 1일 전에 잔여 병력의 질서 있는 감축을 시작하고 9월 11일 전에 모든 미국 병력을 빼낼 것”이라며 철군 계획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아프간 탈레반 반군의 공격 등 돌발 상황이 발생해도 철군 일정을 고수하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집권 내내 해외주둔 미군 철수를 주창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 행정부는 지난해 2월 탈레반과 올해 5월까지 철군을 완료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당초 1만5000명이던 아프간 주둔 미군 또한 2500여 명으로 줄었다. 미국의 지도력을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후 미 정계 일각에서 가뜩이나 불안한 아프간 정세가 더 불안해질 수 있다며 철군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지금 과감히 철군하지 않으면 아프간전을 영원히 끝내지 못할 수 있다는 판단이 철군 결정을 단행한 배경으로 풀이된다.

영국 또한 아프간 철군에 동참한다. 13일 영국 더타임스는 영국이 아프간 주둔 영국군의 훈련을 지원하는 ‘사막의 샌드허스트’ 작전 통제권을 아프간 정부에 넘길 계획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아프간에는 영국군 약 750명이 주둔하고 있으며 미군 시설 및 지원이 없으면 독자 주둔이 어려운 상태다.

9·11 테러 직후 당시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탈레반이 테러 배후인 수니파 무장단체 알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에게 근거지를 제공했다며 “빈라덴을 미국에 넘기라”고 압박했다. 탈레반이 거부하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동맹국과 아프간을 침공해 전쟁이 발발했다. 전쟁 초기 아프간에 친미 정권을 수립하고 2011년 아프간 이웃 나라인 파키스탄에 은신하던 빈라덴을 제거하는 등 성과를 올렸다. 탈레반의 집요한 저항, 다민족 다언어 국가인 아프간의 복잡한 국내 정세 등으로 장기화하자 미국 내 피로감이 극에 달한 상태다. 뉴욕타임스(NYT)는 20년간 2400명의 미군이 숨지고 2만 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2조 달러가 넘는 비용이 들었다고 전했다.

해외주둔 미군의 재배치 작업도 빨라지고 있다. 유럽을 순방 중인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13일 방위비 분담금 문제로 트럼프 행정부가 감축 입장을 밝혔던 독일주둔 미군을 오히려 500명 늘릴 뜻을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독일의 방위비 분담금이 적다며 3만6000명 주독 미군 중 1만2000명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정치매체 더힐 등은 주독미군 증원이 최근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에 병력을 집결시킨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진단했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이은택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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