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사법부까지 적폐청산 광풍”…사법농단 무죄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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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4월 7일 14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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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 뉴스1
양승태 전 대법원장. 뉴스1
사법농단 혐의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두 달 만에 다시 열린 재판에서 “이른바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의 광풍(狂風)이 사법부까지 불어왔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1부(이종민 부장판사)는 7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에 대한 122차 공판을 진행했다. 지난 2월 공판이 속행되고 2개월 만에 재개된 이날 재판은 부장판사 3인으로 구성되는 대등재판부로 바뀌었고, 재판부 구성도 달라졌다.

갱신 절차에 따라 직접 발언 기회를 얻은 양 전 대법원장은 “우리 피고인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예단에 관한 것”이라면서 “그 과정에서 자칫 형성된 예단이 객관적 관찰을 방해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우리 사법부가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이야말로 당시 수사과정에서 쉬지 않고 수사상황이 보도됐다”며 “그런 과정에서 모든 정보가 왜곡되고 마구 재단돼 일반인들에게는 ‘저 사람들이 상당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생각에 젖어 들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제 광풍이 다 할퀴고 지나간 자국을 보면 ‘이게 왜 이렇게 된 건가’ 살피는 상황에서도 과거에 형성된 예단이 객관적 판단을 방해할 수 있다는 점을 저희들은 매우 걱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새로운 재판부가 이 사건의 본질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 사건의 실질적 내용이 어떤 것인지를 정확하게 판단해주길 바라겠다”고 덧붙였다.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뉴스1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뉴스1

앞서 같은 법원 형사합의32부(윤종섭 부장판사)는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하며 일부 혐의에 양 전 대법원장이 공모했다고 판단했다.

해당 재판에서 양 전 대법원장의 공모가 인정된 혐의는 ▲헌법재판소 파견 법관들에게 헌재 내부 정보를 파악하도록 한 혐의 ▲서울남부지법 재판부가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취소하도록 한 혐의 ▲국제인권법연구회 등을 와해시키려 한 혐의 등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대법원장 시설 일제 강제징용 소송 등 재판에 개입한 혐의와 법관을 부당하게 사찰하거나 인사에 불이익을 가한 혐의 등으로 2019년 2월 재판에 넘겨졌다.

양 전 대법원장 측 변호인은 이날 재판에서 “기본적으로 법원행정처의 대법원장에 대한 일반적 보고체계가 없고, 양 전 대법원장은 공소사실과 같은 직권이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변호인은 ‘재판 개입’이 있었다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 “아무리 대법원장이라도 법관의 재판 심리에 개입할 수 없고, 법관은 개입 행위에 복종할 의무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뉴스1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뉴스1

조혜선 동아닷컴 기자 hs87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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