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 크는 삼나무, 이젠 애물단지로 전락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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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때 들여와 방풍림으로 인기
아토피 유발 밝혀지며 식재 안해

일본에서 들여와 한때 방풍림과 경제수로 각광받았던 삼나무가 꽃가루 알레르기 등으로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다.
일본에서 들여와 한때 방풍림과 경제수로 각광받았던 삼나무가 꽃가루 알레르기 등으로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다.
제주사람들은 삼나무를 ‘쑥대낭’이라고 부른다. 쑥쑥 크는 나무, 즉 ‘속성수’라는 뜻이다. 쑥대낭은 감귤과수원 방풍림으로 제격이었다. 돌로 담을 쌓는 것보다 비용이 적게 들고 방풍 효과도 뛰어났기 때문이다. 목장 경계수로 심어졌고 가로수로도 한때 각광을 받았다.

제주지역 인공 조림의 시초는 1922년 한라산 10ha에 심어진 곰솔로 알려졌다. 삼나무는 1924년 제주시 월평동 27ha에 심어진 것이 처음으로 추정되고 있다.

삼나무가 제주지역에 들어온 것은 일제강점기이다. 일본인들이 한라산에서 표고버섯 등 임산물을 재배하기 시작하면서 대규모 벌채와 수탈이 이뤄졌다. 이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일본에서 들여온 삼나무로 조림사업이 이뤄졌다. 국립산림과학원이 관리하는 서귀포시 한남시험림에 어른 3명이 안아야 손끝이 닿을 정도로 큰 삼나무들이 현재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효자 수종이었던 삼나무는 한순간에 ‘애물단지’로 변했다. 제주대 환경보건센터 연구 결과 알레르기성 비염, 아토피 피부염, 천식 등을 유발하는 인자가 봄철 삼나무 꽃가루에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지금은 삼나무를 심지 않고 있으며 베어낸 뒤에는 황칠, 동백, 상수리나무 등을 식재한다. 베어진 삼나무는 목재 계단이나 건축외장, 인테리어, 톱밥 등으로 쓰이면서 여전히 제주지역 목재산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삼나무#애물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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