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잇단 대미 압박 ‘바이든 떠보기’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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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최선희 담화에 미사일까지
대북정책 발표 앞둔 美와 신경전
北의도 간파한 미국은 로키 대응
한미일 안보실장회의 내주 개최

21일 북한의 순항미사일 발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16일과 18일 각각 미국을 겨냥해 내놓은 담화에 이어 나왔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에 대해 “압제 정권”이라고 직격탄을 날린 지 3일 만이다.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장거리 탄도미사일 대신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는 저강도 무력시위를 통해 조 바이든 행정부의 반응을 떠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북정책 검토를 마무리하고 조만간 새 대북전략을 발표할 미국은 다음 주 워싱턴에서 한미일 3국 간 안보실장회의를 열고 대북정책을 집중 협의하기로 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한미일 3국 국가안보회의(NSC) 수장들 간 협의가 이뤄지는 것은 처음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평가와 향후 도발 가능성 및 대응 방안도 의제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1월 8차 노동당 대회를 마친 북한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한동안 공식적인 대미 메시지를 자제하며 내부 결속 다지기에 집중했다. 8일 한미 연합훈련이 시작된 뒤에도 반응을 보이지 않던 북한이 처음 공개적으로 반응을 보인 건 16일 김여정 담화를 통해서다. 김여정은 미국을 겨냥해 “4년간 발편잠(마음 편한 잠)을 자는 것이 소원이라면 시작부터 멋없이 잠 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18일에는 최 부상이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 철회되지 않는 한 앞으로도 계속 미국의 접촉 시도를 무시할 것”이라며 “싱가포르나 하노이에서와 같은 기회를 다시는 주지 않을 것임을 명백히 한다”고 대미 압박 수위를 높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순항미사일 발사가 북-미 관계의 판을 깨지는 않으면서도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태도 변화를 압박하는 전초전의 성격이 있다고 보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계속해서 북한 인권 문제를 강도 높게 비판하는 등 대북 억지와 압박 기조를 이어나갈 경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처럼 미국을 직접 위협할 수 있는 도발로 수위를 높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바이든 행정부의 고위 당국자는 23일(현지 시간) “우리는 대북정책 검토의 마지막 단계(final stage)에 와 있다”며 “다음 주에 이를 논의하기 위해 일본 한국의 국가안보보좌관들과 워싱턴에서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가 의도적으로 북한의 행동을 무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북한을 본격적으로 상대하기에 앞서 일종의 샅바싸움이 이미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북한#대미 압박#바이든 떠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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