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아마존 물류전쟁이 시작됐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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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네이버 ‘배송 그 이상 서비스’ 경쟁
직접 뛰는 쿠팡… ‘로켓제휴’
동맹 택한 네이버… ‘빠른 배송’

# 패션업체 ‘이힝’의 길준모 대표는 본사를 부산 강서구에 두고 있지만 매출액은 수도권이 부산보다 많다. 이커머스 업체인 쿠팡의 오픈마켓 플랫폼 ‘마켓플레이스’를 통한 판매가 많아서 본사의 위치는 중요하지 않다. 지난해 하반기(7∼12월)부터 쿠팡이 마켓플레이스 판매자에게 제공하는 풀필먼트(물류총괄대행) 서비스 ‘로켓제휴’를 이용하면서 매출이 많이 늘었다.

# 소비자가 LG생활건강의 네이버 ‘브랜드스토어’에서 상품을 주문하면 24시간 내로 배송을 받을 수 있다. 네이버와 CJ대한통운이 체결한 풀필먼트 서비스 계약을 통해서다. 기존 온라인 구매 제품이 각 사 물류센터에서 대형 택배사의 서브터미널, 허브터미널 등을 거쳐 최종 배송지로 발송돼 온 단계를 크게 줄인 것이다.

○ 쿠팡 경쟁력 결정할 ‘로켓제휴’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선두를 다투는 쿠팡과 네이버의 ‘물류 전쟁’이 뜨거워졌다. 빠르고 안정적인 배송이라는 지향점은 같다. 하지만 쿠팡은 직접, 네이버는 여러 물류기업과의 제휴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유통업계에서는 “‘한국판 아마존풀필먼트서비스(Fulfillment By Amazon·FBA)’ 업체가 되기 위한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FBA는 아마존이 판매자들의 상품 보관과 물품 포장, 배송, 고객 응대까지 대행해주는 서비스로 ‘물류 혁명’으로 꼽힌다. 아마존이 이베이를 제치고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의 패권을 차지한 결정적인 요소다.

쿠팡이 지난해 7월 시작한 ‘로켓제휴’는 FBA와 비슷하다. 로켓제휴 서비스를 이용하는 오픈마켓 판매자는 쿠팡이 예측한 수요를 바탕으로 전국 150여 개 물류센터에 제품을 입고하면 된다. 이후 배송과 반품, 소비자 응대는 모두 쿠팡이 대행한다. 쿠팡이 가격과 물량을 결정하는 ‘로켓배송’과 달리 판매자가 원하는 대로 가격을 책정하고 입고 물량을 정할 수 있다. 쿠팡이 직접 상품을 매입해 판매하는 ‘로켓배송’처럼 당일이나 다음 날 배송이 이뤄진다.

지난달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 신고서를 낸 쿠팡의 기업 가치는 최대 50조 원 이상으로 평가된다. 그 핵심 경쟁력이 바로 로켓제휴다.

아직 로켓제휴로 판매되고 있는 상품 종류는 3만여 건에 불과하다. 최근 건강기능식품이 추가되는 등 조금씩 넓혀가는 모양새다. 쿠팡 관계자는 “국내 인구의 70%가 쿠팡 물류센터에서 약 11km 이내에 거주하고 있다”며 “어느 지역에서도 빠른 배송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투자를 이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네이버 ‘빠른 배송’ 이상의 서비스 추구

지난해 네이버쇼핑의 거래액은 25조 원, 쿠팡 거래액은 20조 원으로 추정된다. 거래액 기준 이커머스 1위는 네이버쇼핑인 셈이다. 하지만 네이버가 직접 보유한 물류 인프라는 없다. 그 대신 여러 물류업체에 투자하며 동맹을 결성했다. 지난해 국내 1위 물류업체 CJ대한통운과는 지분을 교환하며 2대 주주가 됐다. 콜드체인(냉동·냉장 창고 및 차량)과 이륜차 배송망을 보유한 물류업체 메쉬코리아의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네이버는 이런 ‘물류 동맹군’을 통해 스마트스토어, 브랜드스토어에 입점한 판매자에게 가장 적합한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려 한다. 그 중심에는 물류 데이터를 한곳에 모으는 ‘풀필먼트 데이터 플랫폼’이 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2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판매자들은 빠른 배송뿐만 아니라 원활한 교환과 반품, 프리미엄 배송, 신선식품을 위한 콜드체인 등을 바란다”며 “사업 특성에 맞춰 직접 설계할 수 있는 물류 솔루션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물류 노하우에선 쿠팡이, 정보기술(IT) 역량에선 네이버가 앞서는 만큼 승패를 예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치열한 경쟁”이라고 말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한국판 아마존#쿠팡#물류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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