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의사 서승우 “마라톤, 무릎 망가진다고요? 끄떡없어요”[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양종구 논설위원 입력 2021-02-27 14:00수정 2021-02-2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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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우 교수는 서울 도림천 일대에서 열리는 공원사랑마라톤대회에서 매주 마라톤 풀코스를 달리고 있다. 서승우 교수 제공.


서승우 고려대 구로병원 정형외과 교수(58)는 약 6년 전부터 거의 매주 일요일에 마라톤 42.195km 풀코스를 완주하고 있다. 지금까지 완주한 풀코스 만 350회가 넘는다.

“2005, 2006년 진행된 우주비행사 뽑는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이소연 씨가 최종으로 ‘우주인’이 된 이벤트입니다. 학창시절 비행사 꿈이 있었지만 눈이 좋지 않아 의대로 방향을 틀었던 기억에 무작정 지원했죠. 그 때 체력테스트로 3.5km 달리기가 있어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초반에 탈락했지만 그게 계기가 돼 지금까지 달리고 있습니다.”

땀의 기쁨이라고 해야 할까. 달리면서 몸도 좋아지지만 전반적인 컨디션까지 끌어올려줬다. 헬스클럽 러닝머신을 달리기 시작했다. 매일 1시간씩 약 10km를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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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가을 인천대교 개교 기념 마라톤대회가 있었어요. 친구가 하프코스를 달리자고 하기에 ‘이왕 달리려면 풀코스를 달리자’고 오기를 부렸죠. 힘겹게 5시간19분에 완주하면서 마라톤 풀코스가 10km를 4번 뛰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10의 제곱이란 생각으로 뛰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60세를 훌쩍 넘은 분들도 쉽게 달리는데…. 내공이 필요했습니다. 훈련이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훈련에 들어갔습니다.”

러닝머신 위를 달리기도 했지만 한강변으로 나가서 본격적으로 달렸다. 그리고 2010년 3월 3.1절 마라톤 30km를 거뜬히 완주한 뒤 자신감을 얻었다. 봄가을 동아마라톤, 춘천마라톤, 중앙마라톤 등 메이저대회에서 연례행사처럼 풀코스를 달렸다.

서승우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탓에 마라톤대회에는 출전하지 못했지만 서울 도림천 일대에서 열리는 공원사랑마라톤대회에서 매주 풀코스를 완주하고 있다. 서승우 교수 제공.


“2015년쯤이었습니다. 서울 도림천에서 매주 마라톤대회가 열리는 것을 알고 그 때부터 매주 풀코스를 완주하기 시작했습니다.”

서울 도림천 일대에서 열리는 공원사랑마라톤대회.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일요일, 그리고 공휴일에 열린다. 참가신청을 한 뒤 오전 6시부터 8시까지 참가자가 출발하고 싶은 시간에 자유롭게 달리기 때문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 19) 시대에 최적화된 대회로 평가받고 있다. 수천 명이 모이는 대회는 다 취소되고 있지만 이 대회는 코로나 19에도 계속 열리고 있다. 풀코스와 하프코스, 10km, 5km가 열린다. 서 교수는 지난해 3월 풀코스 300회를 넘겼고 그 이후에도 매주 달리고 있으니 350회를 넘게 완주하고 있다. 서 교수는 “공원사랑마라톤은 고가도로 밑을 많이 달리기 때문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덮거나 춥거나 달리기에 좋다”고 말했다.

서승우 교수(오른쪽)는 시각장애인 레이스 도우미 역할도 자주 하고 있다. 시각장애인 차승우 씨와 레이스하고 있는 모습. 서승우 교수 제공.


그 무렵부터 울트라마라톤과 산악마라톤인 트레일러닝 대회에도 출전하기 시작했다. 울트라마라톤은 200km 대회를 2회 완주했고 트레일러닝대회는 지리산 화대종주, 경남 울주 영남알프스 하이트레일나인피크 등 유명대회는 다 완주했다. 지리산 화대종주는 화엄사에서 대원사까지 48km 코스로 12시간에 완주했다. 화대종주는 매년 하는 연례행사다. 지인들끼리 훈련 삼아 가기도 한다. 영남알프스 하이트레일나인피크는 9개 산봉우리를 넘는 105km 대회로 35시간 12분대에 완주했다. 대관령 노스페이스 100km 트레일러닝도 21시간 46분에 완주했다. 불수사도북(불암산 수락산 사패산 도봉산 북한산) 45km는 대회에도 출전하고 지인들끼리 훈련 삼아 달리기도 하는 코스다.

“산을 달리는 게 훨씬 재밌습니다. 오를 때 쓰는 근육, 능선을 달릴 때 쓰는 근육, 내리막을 달릴 때 쓰는 근육이 달라요. 일종의 근육 돌려 막기 같은 기분, 한 동작을 할 땐 다른 근육들은 쉬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평지는 똑같은 근육을 계속 써야 한다는 부담이 있어요. 또 계속 달려야 한다는 의무감이랄까. 왜 그런 것 있잖아요. 멈추면 마라톤이 아닌 것 같은 느낌. 산은 경사도가 심하면 천천히 걷기도 해요. 걷다 뛰다 자유롭게 달립니다.”

트레일러닝에 빠진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도심 속에서 느끼지 못하는 자연의 참 맛을 체험해 좋다고 한다. 서 교수도 마찬가지다. 그는 “자연이 주는 편안함이 있다. 몇 시간씩 달리는데 전혀 지루하지 않다. 도로를 달리는 것과는 천지차이의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정형외과 의사적 관점에서 이렇게 달려도 되는 것일까?

서승우 교수가 지난해 3월 공원사랑마라톤대회에서 마라톤 풀코스 300회를 완주한 뒤 기념 사진을 찍었다. 서승우 교수 제공.


“훈련이 돼 있으면 가능합니다. 전혀 훈련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달리면 몸에 무리가 가서 고장이 날 수 있죠. 우리 몸은 항상 외부 환경에 적응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합니다. 10km, 하프코스, 풀코스, 울트라마라톤 등 그것을 완주하기 위해선 꾸중하게 훈련해서 몸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아서 탈이 나는 겁니다.”

일부에서는 마라톤을 하면 무릎 등 관절에 무리가 가 고장이 날 수 있다고 한다. 서 교수는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말한다.

“칠순마라톤클럽(칠마회) 회원 중에 마라톤 풀코스를 1000회 이상 완주한 분들이 7분이 넘어요. MRI(자기공명촬영)로 6명의 무릎과 허리를 검사했는데 멀쩡했습니다. 오히려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보다 더 건강했습니다.”

서 교수는 이 연구결과를 해외 학술지에 기고해 게재되기도 했다. 서 교수는 마라톤을 하면서 무릎이 고장 나는 이유로 욕심을 들었다.

“풀코스 1000번 완주할 때까지 괜찮던 분이 갑자기 무릎이 망가져서 찾아왔기에 원인을 알아봤더니 무리해서 기록을 단축하고자 했더라고요. 자기 몸이 견뎌내지 못할 정도로 무리를 하면 우리 몸은 망가집니다. 더 격렬하게 달려야 하기 때문에 무릎에 가는 충격도 그만큼 커집니다. 아무리 몸이 튼튼하더라고 해도 오래되면 어딘가는 곯아 있습니다. 절대 무리하면 안 됩니다.”

직접 마라톤을 즐기는 서 교수는 현장에서 무릎이 망가지는 대부분이 욕심이 과해 자신의 능력보다 무리한 경우가 많았다. 서브스리(3시간 이내 기록) 달성, 330(3시간30분) 달성 등 기록에 대한 욕심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그 1,2분이 뭐라고 친구들, 지인들끼리 서로 빨리 달린다고 우쭐해 하는 문화가 있는데 정말 잘못된 것입니다. 무리하지 않고 즐기면서 달려야 오래 달립니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마스터스마라토너들의 ‘주치의’ 역할도 한다. 현장에서 알게 된 다양한 주자들이 조언을 구하면 언제든 답과 해결책을 주고 있다.

서 교수는 2012년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83회 동아마라톤에서 마라톤 풀코스 개인 최고기록 3시간 8분대를 기록하는 등 마스터스마라토너로선 수준급 기량을 발휘하기도 했지만 요즘은 4시간 안팎으로 천천히 달린다. 오랫동안 달리기 위해서다.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운동도 생활화 하고 있다.

“병원 업무가 일찍 시작하기 때문에 새벽에는 달리지 못합니다. 일과를 마치고 러닝머신에서 1시간에 10km 안팎을 달립니다. 그리고 주 2회 20km를 넘게 달리고 매주 일요일 풀코스를 완주하고 있습니다.”

서 교수는 서울 고려대 구로병원에서 서초동 집까지 25km, 안암병원에 진료가 있을 경우 안암병원에서 집까지 21km를 주 1회씩 달리고 있다. 구로병원에서 출발해 도림천 한강변 반포천으로 이어지는 코스, 안암병원에서 출발해 성북천 청계천 중랑천 한강변 반포천으로 이어지는 코스가 환상적이라고 했다. 병원에서 늦게 끝날 경우엔 집 러닝머신에서 경사도를 높여 마치 오르막을 질주하듯 달린다. 트레일러닝 대회가 열리면 참가하기 위해서다. 평균 월 300~350km를 달리고 있다.

서승우 교수(오른쪽)가 2016년 제주국제울트라마라톤대회 100km 단체전에 고대의대마라톤동호회 회원들과 출전해 단체전 2위를 한 뒤 포즈를 취했다. 서승우 교수 제공.


서 교수는 2015년 고려대 의대 마라톤동호회 KUMA(Korea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 Association of runners)를 만들었다. 졸업생과 재학생이 함께 달리면서 어우러지는 모임이다. 서 교수는 2016년 제주국제울트라마라톤대회 100km에 KUMA OB 위주로 출전해 단체전 준우승을 하기도 했다. 5명이 출전해 모두 12시간 안에 들어와야 하는 대회에서 일치단결해 상위권에 입상한 것이다.

“졸업하고 여기저기 흩어져 달리고 있는 동문들을 모으고 재학생들도 참가시켜 동호회를 만들었습니다. 건강해야 진료도 잘하는 법입니다. 의대 OB와 YB가 모여 달리는 첫 동호회로 알고 있습니다.”

서승우 교수(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고려대 의대 재학생들과 러시아 시베이라 알타이울트라트레일에 출전했을 때 모습. 서승우 교수 제공.


서 교수는 학생들과 함께 2019년 오만 130km 트레일러닝 대회도 다녀왔다. 서 교수는 130km를 완주했고 학생들은 50km 등 짧은 거리를 달렸다. 러시아 시베리아 알타이울트라트레일도 함께 출전했다.

서승우 교수가 오만 130km 트레일러닝 대회에 출전해 기념사진을 찍었다. 서승우 교수 제공.


“마라톤을 하면서 건강은 자연스럽게 따라왔습니다. 어디가 아프다는 느낌은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체력이 받쳐주다 보니 수술할 때 집중력이 좋아졌어요. 전 척추측만 관련 수술을 자주 하는데 많게는 10시간이 넘게 걸리는데도 전혀 흐트러짐 없이 집중할 수 있습니다. 모두 마라톤 덕입니다.”

서 교수는 지난해 세계 최고의 트레일러닝 대회인 울트라트레일몽블랑(UTMB) 출전 자격도 획득했는데 코로나19 탓에 가지 못했다. 만일 올해 열린다면 출전할 수 있다. UTMB는 알프스산맥을 달리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트레일러닝대회로 170km(UTMB), 101km(CCC), 119km(TDS), 290km(PTL), 55km(OCC) 등 5개 종목이 열린다. UTMB에 가려면 각종 트레일러닝대회에 출전해 점수를 따야 한다.

서승우 교수가 대관령 노스페이스 100km 트레일러닝에 출전해 질주하다 포즈를 취했다. 서승우 교수 제공.


서 교수는 최근 KUMA 재학생들과 설악산을 다녀왔다. 오색약수터부터 공룡능선도 등반했다.

“요즘은 제가 60세가 다 돼 가는데 젊은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다는 게 기쁩니다. 모두 마라톤 덕입니다. 제 또래들과 산에 가면 한봉우리 올라가면 끝나서 재미가 없는데 젊은 친구들이랑 가면 몇 봉우리는 더 넘죠. 꾸준히 달리고 주말에 풀코스를 완주해 트레일러닝대회가 열리면 출전하겠습니다. 이렇게 매일 달리는 이유는 산을 타기 위해서입니다.”

서 교수는 평생 달리겠다고 했다. 그는 “나이 드신 분들 중 중간에 쉬면서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나이 들어서는 쉬었다 다시 달리려면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나이 들어서 운동을 조심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부상도 조심해야 합니다. 다치면 그 파급효과가 큽니다.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매일 달려야 합니다. 단 무리하지는 않아야 합니다.”

양종구 논설위원 yjongk@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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