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기대·우려 속 출범 한달…‘1호 수사’ 쏠리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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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2월 21일 07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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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명 공수처 설립준비단장(왼쪽부터),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추미애 법무부장관,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초대 처장이 2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공수처 현판 제막식에서 현판식을 갖고 있다. 2021.1.21 © News1
남기명 공수처 설립준비단장(왼쪽부터),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추미애 법무부장관,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초대 처장이 2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공수처 현판 제막식에서 현판식을 갖고 있다. 2021.1.21 © News1
문재인 정권의 최대 숙원이었던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21일 출범 한달을 맞았다.

법무부가 위치한 정부과천청사에 터를 잡은 공수처는 판사 출신 김진욱 처장의 진두지휘 아래 수사팀 구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3월 수사팀 구성 완료와 4월 1호 사건 수사 착수가 목표다.

공수처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부여받은 권력형 비리 전담 기구다. 자의적인 수사·기소권 행사로 비판받아온 검찰의 72년 기소독점 체제를 허문다는 헌정사적 의미를 갖는다. 1996년 참여연대가 공수처 설립을 포함한 부패방지법안을 입법 청원한 지 25년 만이며,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공수처 설치를 대선 공약으로 내건 지 19년 만에 공수처가 출범했다.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은 지난달 21일 취임식에서 “여당 편도 야당 편도 아닌 오로지 국민 편만 들겠다”며 “정권의 사수처가 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약속했다.

업무 첫날 핵심 업무인 수사·기소·공소유지와 관련, 상호 견제를 위해 수사부(3부)와 공소부를 분리 편제한 공수처는 사건이첩 요청권을 정하는 사건·사무규칙 제정 작업과 함께 검사 선발을 진행 중이다.

검사와 수사관 공모는 소위 흥행 대박이 났다. 앞서 공수처 검사 공모엔 부장검사 4명을 뽑는 데 40명, 나머지 19명 검사 모집엔 193명이 원서를 내며 10대1의 경쟁률을 기록, 흥행 부진 우려를 말끔히 씻었다. 사무보조 등을 담당하는 공무직 채용에도 모집인원의 약 20배에 달하는 지원자가 몰렸다. 25명이 지원한 공수처 초대 대변인을 뽑기 위한 면접은 24일 진행된다.

정원이 25명인 공수처 검사의 경우 현재 서류전형이 진행 중으로, 면접을 거쳐 인사위원회 심의·추천, 대통령 임명의 절차가 남아있다. 다만 지난 16일까지였던 여야 교섭단체 몫 인사위원 4명 추천이 야당의 거부로 이뤄지지 않았다. 공수처는 국민의힘에 오는 28일까지 인사위원 2명을 추천해달라고 재요청한 상황이다. 야당이 추천을 계속해서 미룰 경우 야당 추천 인사 없는 인사위원회가 구성될 가능성도 있다.

야당이 제기한 공수처법에 대한 헌법소원에서 헌법재판소가 지난달 28일 ‘합헌’ 결정을 내리며 공수처는 법적 존립 기반과 명분도 확보했다. 다만 헌재는 “공수처는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를 담당하므로 직무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헌재가 강조한 것처럼 공수처는 수사를 통해 정치적 중립성을 증명해내야 한다. ‘살아있는 권력’의 눈치를 보는 모습을 보일 경우 존립 기반이 크게 흔들리기 때문이다.

정치적 외압에서 얼마나 단호한 모습을 보일 지가 지난 한달간 순항해온 공수처가 직면한 최대 과제다. 지난 19일 김 처장을 예방한 김정욱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이 면담 후 “김 처장이 정치적 중립에 고민이 많은 듯 하다. 신뢰성 확보 방안에 대해 많이 이야기했다”고 한 대목에서도 공수처장의 고심을 읽을 수 있다.

취임 이후 국회 여야 지도부와 김명수 대법원장, 윤석열 검찰총장, 박범계 법무부 장관 등 예방 일정을 이어가고 있는 김 처장은 지난 8일 윤 총장과 만남 직전 “공수처는 국민 기본권을 위해, 또한 인권 친화적 수사로 검찰과 선의의 경쟁을 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공수처 출범을 이뤄낸 여당이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법까지 내놓은 가운데, 공수처에는 출범 보름 만에 100건에 달하는 고소·고발 사건이 접수되는 등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공수처 1호 수사의 상징성과 첫 성과에 주목하고 있다. 1호 사건 후보로는 김학의 전 법무부 장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 이용구 법무부 차관 택시 기사 폭행 사건, 월성 1호기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등이 거론된다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뉴스1과 통화에서 “공수처의 본질은 권력형 비리 척결이기 때문에 1호 수사도 그러한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본다”고 했다.

한 교수는 “구체적으로 어떠한 사건이 1호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기본적으로 정치 권력을 통해 비리를 저지르는 자에 대한 수사여야 한다”며 “권력형 비리를 제대로 찾아내서 수사한다면 국민들도 공수처에 상당히 호응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공수처가 좌고우면을 해선 안된다”며 “공수처의 수사 대상은 일반 국민이 아니라 정치 권력자들이라는 사실을 강하게 인식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또한 공수처의 수사대상이 고위공직자라는 점에서 국민들의 알권리를 충분히 보장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한 교수는 “공수처의 수사도 국민들의 감시 대상이 돼야 하기 때문에 피의사실 공표 금지나 수사 기밀 측면에서 접근하기 보다는 국민들과 면밀히 소통해야 한다”며 “공수처장이 고위공직자를 대상으로 인권수사를 너무 강조하며 인권위가 해야 할 말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도 했다.

하태훈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1호 수사로 굉장히 상징성이 큰 사건을 했으면 좋겠지만 성공에 대한 부담으로 그렇게 하진 않을 것 같다”며 “1호 사건은 나름대로 성공을 담보할 수 있는 사건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하 교수는 “1호 수사 대상으로 검찰이 적합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그럴 경우 공수처와 검찰이 대립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고민이 클 것”이라며 “공수처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행사할 수 있는 사건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고 관측했다.

공수처가 수사와 기소 단계에서 기존 검찰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하 교수는 “공수처도 기존 검찰처럼 수사 중간중간 언론에 브리핑을 하면 여론의 영향을 받을 수 있으니 매우 엄격하게 원칙을 지켜가야 한다”고 했다. 국회 법사위원인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공수처 검사로 검찰 출신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공수처가 검찰개혁의 사명을 꼭 완수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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