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빛도 마스크로 가려질까요? [청계천 옆 사진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3일 13시 48분


코멘트
“어? 안녕하세요. 오랜만이네요.”

“아이구 이게 몇 년 만이에요. 어떻게 지내셨어요?”

길거리에서 본 풍경입니다. 중년 남성 두 분이 우연히 서로를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를 하더군요. 그런데 의아합니다. 두 분 다 KF-94 마스크에 두꺼운 겨울 털모자를 쓰셨고, 몇 년 만에 봤다 하니 그리 친한 사이도 아닌 듯한데 말이죠. 게다가 두 분 다 풍모나 패션이 특이하지도 않았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를 어떻게 바로 알아 본 것일까요?

사람마다 각자 타인을 알아보는 느낌이나 방법이 있겠죠. 그래도 맨 먼저 눈을 보게 되지 않나요? 안면인식 전문가들도 사람 얼굴에서 가장 특징적인 부분은 바로 눈 주변이라고 말합니다. 생체인식 기술 중에서도 안면인식 기술이 최근 대세인데요, 눈-코-입-광대 등을 대조해 알아보는 기술입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안면인식 기술 회사들은 마스크로 가려지는 코-입-광대 분석은 포기하고 눈과 눈 주변을 인식하는 기법을 키우고 있다고 합니다. 사람 얼굴의 가장 큰 특징이 ‘다행히’ 눈과 눈 주변이라 기술적으로 큰 어려움이 없다고 하네요. 올해 초 일본 IT 업체 NEC는 마스크를 착용해도 사람을 알아보는 안면인식 기술을 상용화 했는데 99.9% 인식률을 자랑하며 식별에 걸리는 시간도 1초가 채 안 걸린다고 합니다.

안면인식 기술은 중국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하죠. CCTV로 수배범을 자동으로 찾아내는 기술도 있다고 합니다. 인권이나 사생활 침해에 대한 의식이 크지 않고…. 20여 년 전 중국에서 3세 아이를 포함해 7명을 살해한 40대 여성 연쇄살인범이 지난해 체포돼 화제가 된 적이 있는데 이때도 중국의 CCTV 얼굴인식기술 ‘덕분에’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해라고 하니 분명히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었을 텐데 말이죠.

영화 ‘기생충’ 포스터. 얇고 검은 띠로 눈을 가려 의뭉한 분위기를 연출한 것이 신의 한수 아닐까요.
영화 ‘기생충’ 포스터. 얇고 검은 띠로 눈을 가려 의뭉한 분위기를 연출한 것이 신의 한수 아닐까요.

반대로 눈을 가린다면 얼굴 알아보기가 쉽지 않겠지요. 요즘 신문사진에서도 모자이크를 많이 합니다. 초상권 보호를 위해서인데요, 만약 굳이 최소한만으로 모자이크를 해야 한다면 눈주변을 합니다. 요즘엔 마스크를 쓰고 있는 분들을 공공장소에서 찍어도 초상권에 문제가 된다 싶으면 편집과정에서 눈매만을 따로 모자이크합니다.

눈매만 가려도 누군가를 알아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눈매만 가려도 누군가를 알아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최근엔 귓불 등 귀 모양으로도 인식이 가능한 기술을 개발 중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눈매처럼 큰 효과가 있을까 궁금합니다.

그런데, 눈매야 그래픽 등 영상분석 기술로 알아낼 수 있다고 하지만· 그 사람 특유의 눈빛도 과연 카메라로 찍어서 분석할 수 있을까요? 감정이 담긴 눈빛도 분석이 가능할까요? 눈빛은 사람의 눈과 ‘눈치’로만 알아챌 수 있지 않을 런지요?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