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리는 50조 보상비… 증시 뜨겁자 “주식투자 고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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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 토지보상비 투자상담 현장
은행들 상담팀 꾸려 현장 누벼… “공모주-전기차 어떠세요” 추천
“양도세 부담 큰 현금보상은 좀”… 채권 수령-대토 보상 관심 급증

수도권 3기 신도시 중 최대 규모로 개발되는 경기 남양주시 왕숙지구 주민들이 개발 예정지를 둘러보며 하나은행 세무사(왼쪽)와 상담하고 있다. 은행 직원은 “과거엔 토지 보상을 받는 주민의 80% 이상이 현금 보상을 선호했지만 지금은 절세를 위해 대토 보상과 채권 보상을 원하는 주민이 40%가량 된다”고 말했다. 남양주=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수도권 3기 신도시 중 최대 규모로 개발되는 경기 남양주시 왕숙지구 주민들이 개발 예정지를 둘러보며 하나은행 세무사(왼쪽)와 상담하고 있다. 은행 직원은 “과거엔 토지 보상을 받는 주민의 80% 이상이 현금 보상을 선호했지만 지금은 절세를 위해 대토 보상과 채권 보상을 원하는 주민이 40%가량 된다”고 말했다. 남양주=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지난달 경기 남양주시 진건읍의 한 사무실. 주민 A 씨(45·여)는 하나은행 토지보상드림팀 직원과 1시간 넘게 투자 상담을 하고 있었다. 3기 수도권 신도시로 개발되는 인근 1134만 m² 규모의 남양주시 왕숙지구에 땅을 보유한 A 씨는 토지보상비를 받아 어디에 투자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A 씨는 “세금 부담이 커 토지 보상을 받아 얻는 차익 15억 원으로 주변 부동산을 사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요즘 주식시장이 뜨거워 보상비 중 일부를 주식에 넣을까 상담하고 있다”고 했다.

“공모주에 일부 투자하는 건 어떠세요. 주식에 투자하려면 전기자동차나 2차전지 관련 종목을 눈여겨보시는 게 좋습니다.”

A 씨 건너편에서 상담을 받던 주민 B 씨(49)도 은행 프라이빗뱅커(PB)에게서 주식 투자 관련 조언을 받고 있었다.

정부가 수도권 3기 신도시 건설 일정을 대폭 앞당기기로 하면서 최대 50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토지보상비가 수도권 일대에 풀릴 것으로 예상된다. 대규모 보상비가 부동산시장으로 유입되면 집값 불쏘시개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증시가 ‘삼천피’(코스피 3,000) 시대를 열며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토지보상비로 주식에 투자하려는 주민들도 많다고 은행 PB들은 말했다.

시중은행들은 시장에 풀릴 거액의 토지보상비를 유치하기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부동산, 세무, 상속·증여, 자산운용 등 전문가들로 전담 조직을 꾸려 수도권 3기 신도시 현장을 누비고 있다. 하나은행 토지보상드림팀도 전문가 12명으로 팀을 꾸려 매주 3기 신도시 6곳을 2차례 방문해 투자 컨설팅을 해주고 있다.

일반적으로 토지 보상을 받는 방법엔 현금 보상과 채권 보상, 개발된 토지를 돌려받는 대토(代土) 보상이 있다. 과거에 압도적으로 많았던 현금 보상은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이 10%에 불과해 매력이 떨어졌다. 최근 땅값이 많이 올라 현금 보상을 받아도 재투자할 부동산도 많지 않은 편이다. 박정국 하나은행 상속증여센터장은 “보상 주민의 연령이 젊을수록 직접 주식 투자에 관심을 보이거나 주식형 펀드로 눈을 돌리는 추세”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엔 ‘세금 폭탄’을 피하기 위해 채권이나 대토 보상에 눈을 돌리는 주민들이 크게 늘었다는 게 은행 상담직원들의 얘기다. 우리은행 자산관리컨설팅센터가 토지 보상 고객을 대상으로 상담한 내용을 분석한 결과, 절세 관련 문의가 70%가 넘었다. 채권 보상은 3년, 5년 만기 상품으로 보상받으면 최대 40%까지 양도세를 감면받을 수 있는 데다 만기 때까지 시간을 벌면서 적당한 투자처를 물색할 수 있다는 게 매력이다.

대토 보상의 경우 정부가 지난해부터 양도세 감면율을 15%에서 40%로 대폭 올리면서 최근 절세에 관심 많은 주민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대토로 받을 토지 대상에 아파트 용지를 추가한 것도 유인책이 되고 있다. 박 센터장은 “경기 하남, 과천처럼 서울 강남권과 접근성이 좋은 곳의 경우 대토 보상 문의가 10명 중 3명꼴로 들어온다”며 “아파트 용지, 상가 지역은 A급으로 분류돼 대토 보상 경쟁이 치열하다”고 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특히 조합이나 추진위원회에서 ‘대토 보상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조건을 문의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이는 토지 소유자가 보상받은 토지를 리츠에 현물로 출자하고, 리츠가 신도시 개발사업을 추진한 뒤 수익을 배분하는 식이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50조#보상비#주식투자#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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