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폭탄 요양병원 전국 1585개…묘책 없으면 사망자 속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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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2월 31일 06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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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유행이 정점을 향해가면서 전국 요양병원에서 신규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다. 그러나 사망자 증가 속도를 막을 만한 뾰족한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더욱이 전국 요양병원 수는 1600개에 육박한다. 언제 어디서든 요양병원 확진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요양병원 1585개, 그중 수도권 34.5%…부·울·경도 376개

요양병원 확진자는 기저질환을 앓고 면역력이 약한 70~80대 노인이 많다. 이런 특성 탓에 확진자 1명이 대규모 전파를 일으키고 사망자 발생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요양병원이 전국에 1600개에 육박하다 보니 어느 곳에서 집단감염이 터질지 예측조차 어렵다. 거동이 불편한 요양병원 환자 특성상 다른 의료기관으로 옮기거나 집으로 돌아가기도 어렵다.

31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으로 전국에서 운영 중인 요양병원은 총 1585개로 조사됐다. 그중 코로나19 유행을 주도하는 수도권 지역에만 547개로 전체 34.5%를 차지했다. 경기도 350개, 서울 126개, 인천은 71개에 달했다. 비수도권 지역은 1038개다.

비수도권 지역은 부산 187개, 경남 147개, 경북 116개, 전남 91개, 충남 86개, 전북 84개, 대구 71개, 광주 65개, 대전 51개, 충북 50개, 울산 42개, 강원 32개, 제주 10개, 세종 6개 순이다. 부산과 울산, 경남을 뜻하는 부·울·경 지역에서만 376개에 달했다. 최근 수도권과 부·울·경 지역에서 확진자가 많았던 것도 지역 요양병원 규모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요양병원은 입원환자가 많은 종합병원이나 상급종합병원(대학병원)에 비해 의사 수도 현저히 적다. 올해 3분 기준 요양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는 6076명이다. 전국 요양병원 전체 숫자로 단순 계산하면 병원 1곳당 3.8명에 그쳤다. 의료 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요양시설은 이보다 환경이 더 열악할 것으로 보인다.

요양병원 내 코로나19 확산세는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이하 방대본)에 따르면 30일 0시 기준 서울 구로구 요양병원과 요양원에서 추적검사를 통해 확진자 15명이 늘어 누적 190명을 기록했다.

경기도 고양시 요양병원도 지난 27일 추적검사를 진행해 19명이 늘어 누적 확진자를 105명으로 집계했다. 전북 순창군 요양병원도 지난 23일 격리자 추적검사를 통해 40명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누적 확진자는 총 76명이다.

30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치명률은 1.47%로 해외 국가보다 낮은 수준이지만, 최근 확산세로 사망자가 많아진 것은 부정적인 신호다. 지난 29일 0시 기준 사망자가 40명 발행한데 이어 30일에도 20명이 코로나19로 숨졌다. 30일 사망자 20명은 모두 60대 이상 고령 층이었다.

권준욱 방대본 제2부본부장은 29일 브리핑에서 “최근 요양원·요양병원·의료기관에서 집단발생이 증가하면서 고령층 환자가 규모도 커지고 비율도 증가했다”며 사망자가 증가 원인을 분석했다.

◇요양시설서 전원 못하고 숨진 확진자 53명…코호트 격리도 불안

코로나19가 확산 중인 요양병원은 고령 층 확진자 치료에도 역부족이다. 지난 2월 이후 사망 장소가 요양병원인 확진자는 누적 53명이다. 방역당국은 최근에 발생한 확진자 중 요양병원 입원자는 일부에 그쳤다는 입장이지만, 최근 유행세를 보면 안심하기 어렵다.

요양병원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내려지는 동일집단(코호트) 격리가 유행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호트 격리는 감염병 확진자가 발생한 시설과 집단을 격리하는 방역 조치다. 일종의 사회적 고립을 통해 외부 확산을 막는 방식인데, 오히려 고령층 환자에게 독이 됐다는 지적이다.

대한의사협회도 요양병원의 코호트 격리를 반대하고 나섰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9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확진자를 치료할 인력과 장비가 부족한 요양병원의 코호트 격리는 국민의 소중한 생명을 포기하는 무책임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환자를 격리할 시설이 부족한 요양병원에 확진자를 둔 채 해당 시설을 격리하면, 감염되지 않은 입원환자까지 코로나19에 노출된다는 게 의사협회 주장이다. 와상 환자가 많은 요양병원 특성상 다른 시설보다 코로나19 확산도 빠를 수 있다.

요양시설은 음암병상이나 인공호흡기 등 코로나19 중환자를 치료할 시설과 의료인력도 턱없이 부족하다. 방역당국은 요양병원 환자 전담의료기관을 확충하는 등 신속한 전원을 통해 추가 확산을 막는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지난 2~3월 대구·경북 지역 대유행 때 코호트 격리를 통해 확산을 막은 전례를 내세워 해당 격리 방식을 유지할 뜻을 분명히 밝혔다.

문제는 전파력이 70%나 강한 영국 변이 바이러스가 요양병원으로 침투할 경우 사태가 걷잡을 수없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면역력이 약한 요양병원 노인들이 그 표적이 될 수 있어 시급히 요양병원 환자를 위한 전담 의료기관을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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