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불만 폭발? ‘다윗’ 주호영이 ‘직’을 던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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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2월 18일 17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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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총회에서 원내대표직에 재신임을 받은 주호영(가운데)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성원(오른쪽) 원내수석부대표, 김기현 의원과 의원총회장으로 향하고 있다. 2020.12.18/뉴스1 © News1
의원총회에서 원내대표직에 재신임을 받은 주호영(가운데)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성원(오른쪽) 원내수석부대표, 김기현 의원과 의원총회장으로 향하고 있다. 2020.12.18/뉴스1 © News1
정기국회와 임시국회에서 연이어 거대여당에 밀린 국민의힘이 18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었다. 코로나19가 최악의 상황이지만 대면 회의를 감행할 만큼 절박함이 묻어났다.

야당이 또한번 대여 공세를 펼칠 인사청문회라는 무대가 곧 다가오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 측근 ‘3철’중 한명인 전해철, ‘재앙의 입’이라 부릴만한 변창흠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다.

그런데 원내투쟁의 총사령관격인 주호영 원내대표가 의원총회 시작과 함께 돌연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제 거취를 의원들에게 일임하겠다”는 말을 남긴 후다.

주 원내대표는 정기국회 이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얘기했지만 그동안 당내 비판에 속앓이를 해온 것도 숨기지 않았다.

주 원내대표는 의총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 대북 전단을 금지하는 남북교류협력법이라든지 여러 가지 법들이 국회에서 일방적으로 통과된 것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분도 있어 재신임을 물었다”고 말했다.

스스로의 결단이 있기에 앞서 당내 비판이 적지 않았음을 암시한다.

21대 국회 첫 정기국회를 거치면서 주 원내대표에 대한 불만은 폭발 직전까지 쌓였다.

내년도 예산안 처리에 합의한 것을 놓고 중진들의 불만이 쏟아졌고,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 등 쟁점 법안의 처리 과정에서도 당 지도부가 전략을 세우지 못하고 끌려다닌다는 비판이 나왔다.

공수처법 개정안 등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를 3건의 법안에 신청할지, 5건의 법안에 신청할지를 놓고 혼선을 빚기도 했다.

주 원내대표가 당 소속 의원들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이른바 ‘태극기 세력’의 모임인 ‘문재인 정권 폭정종식 민주쟁취 비상시국연대’ 출범식에 참여한 것을 놓고도 불만이 나왔다.

김 위원장은 이날 의총에서 주 원내대표가 사의를 밝히고 퇴장하자 “보궐 선거를 우리의 뜻대로 매듭지을 수 있도록 생각해 달라. 당이 단결해 반드시 선거에 이겨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의 발언 이후 의원들의 발언이 시작됐지만, 주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발언은 나오지 않았다.

주 원내대표의 원내 운영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제기했던 중진 의원들도 “주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어주자”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재신임’으로 흘러갔다.

사의 표명으로 흔들리던 리더십을 다잡은 셈인데, 주 원내대표는 임기가 끝나는 내년 5월까지 원내대표직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주 원내대표의 ‘사의 표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6월15일에도 더불어민주당과의 원 구성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책임을 지겠다며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한 뒤 사찰에 칩거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틀 뒤 의원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재신임을 받았는데 ‘사의 표명’, ‘의총을 통한 재신임’으로 정치적 위기를 극복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주 원내대표가 ‘사퇴’의 배수진을 친 이유, 의총에서 두 차례나 재신임을 거쳐야 했던 이유는 174석의 거대 여당을 상대하는 야당 원내 사령탑의 ‘숙명’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주 원내대표를 대신해 누가 원내대표를 맡더라도 174석의 민주당, 전체 의석의 5분의 3을 넘는 범여권을 상대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당 전체에 깔려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의총 분위기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민주당의 일방·독선적인 입법 독재는 누가 원내대표가 돼도 막을 방법이 없다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주 원내대표를 옹호하며 당의 단결을 강조한 것도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종인 비대위원장 체제 출범 이후 김 위원장과 주 원내대표를 비롯한 중진들의 주도권 다툼이 있는 것으로 보였지만, 김 위원장이 주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어준 만큼 주 원내대표가 당 운영의 중심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날 의총에서 주 원내대표의 손을 들어준 중진 의원들이 주 원내대표의 당 운영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주 원내대표에게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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