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만에 다시 대남 비난 재개한 김여정…비건 오자 담화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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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2월 9일 10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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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별 방문차 한국을 찾은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8일 오후 숙소인 서울 종로구 한 호텔을 나서고 있다. 비건 부장관은 현직으로서 마지막이 될 이번 방한에서 북핵 협상에 대한 소회를 밝히는 한편, 북한을 향해 도발을 자제하고 대화 복귀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2020.12.8 © News1
고별 방문차 한국을 찾은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8일 오후 숙소인 서울 종로구 한 호텔을 나서고 있다. 비건 부장관은 현직으로서 마지막이 될 이번 방한에서 북핵 협상에 대한 소회를 밝히는 한편, 북한을 향해 도발을 자제하고 대화 복귀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2020.12.8 © News1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겨냥한 짧은 담화로 대남 비난을 재개해 9일 주목된다. 약 6개월 만의 대남 담화로 존재감을 드러낸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북한의 대응에 의문을 제기한 강 장관을 강도 높게 비난하면서 당장의 대외 교류 가능성을 차단했다.

김 제1부부장은 8일 ‘남조선 외교부 장관 강경화의 망언 두고두고 기억할 것이다’라는 제목의 담화에서 지난 5일(현지시간) 바레인과 아랍에미리트(UAE)를 순방할 당시 강 장관이 코로나19 관련 북한의 상황을 언급한 데 대해 지적했다.

강 장관은 당시 북한이 코로나19 확진자가 없다고 주장하면서도 과도하게 통제하는 것에 “이상한 상황”이라고 의문을 제기했고, 국경을 폐쇄하는 등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한 데 대해선 코로나19가 북한을 ‘더 북한답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제1부부장은 이에 “우리의 비상방역조치들에 대해 주제넘은 평을 했다”거나 “앞뒤 계산도 없이 망언을 쏟는 것을 보면 얼어붙은 북남관계에 더더욱 스산한 냉기를 불어오고 싶어 몸살을 앓는 모양”이라고 쏘아붙였다.

이는 그 동안 발표한 담화에 비해 분량은 짧지만 “(강 장관의 발언을) 정확히 들었으니 우리는 두고두고 기억할 것이고 아마도 정확히 계산되어야 할 것”이라는 경고성 메시지까지 담겨 무게감이 적지 않다.

김 제1부부장이 대남 관련 ‘액션’을 재개한 건 지난 6월17일 문재인 대통령의 6·15공동선언 20주년 연설에 대해 “혐오감을 금할 수 없다”, “철면피하고 뻔뻔스러운 내용만 구구하게 늘어놓았다” 등으로 비난한 지 약 6개월 만이다. 가장 최근인 지난 7월엔 연내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일축하는 대미 담화를 냈다. 여전히 대남, 대외 메시지 총책을 맡고 있음이 확인된 셈이다.

김 제1부부장은 지난 7월 27일 전국 노병대회 참석 이후 잠행하다 10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함께 강원도 김화군 수해 복구 현장에 나섰고, 지난달 김 위원장이 주재한 두 차례 정치국 회의에 참석하면서 본격 활동이 예고되기도 했다. 공식석상에서 모습을 감춘 동안엔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과 대미 정책 수립에 몰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김 제1부부장의 담화가 발표된 시점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임기 종료를 앞두고 방한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의 공식 일정 시작일과 겹치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제1부부장이 앞서 7월 대미 담화를 발표한 시기도 비건 부장관이 2박3일 방한 기간 북한에게 “우리는 준비됐으니 대화에 나오라”면서 북측에 ‘권한 있는 협상 대표’ 임명을 촉구한 직후다.

김 제1부부장은 당시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가 없는 한 올해 추가적인 북미 회담을 없을 것이라며 ‘비핵화 조치 대 제재 해제’ 틀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점을 확인했다. 대미 메시지를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번 담화는 북한이 당장 코로나19를 계기로 한 교류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재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겨울철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세를 보이자 방역 단계를 ‘초특급’으로 격상했고 국경 폐쇄 조치도 이어가고 있다.

아울러 내년 1월에 예고한 당 제8차 대회까지 코로나19 방역 성공을 주요 목표로 삼은 만큼, 그 전까지는 별다른 대외 행보는 보이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 등 정부 인사들이 북한을 향해 코로나19 방역 협력을 요구하고 있으나 이에 대해서도 침묵하며 사실상 거부하고 있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책임 있는 당국자가 더구나 국제무대에서 북한 최고지도자의 성과를 공개적으로 부인한 것에 대해 북한이 그냥 넘어가기가 쉽지 않다”면서 “백신 지원에 대한 북한 측의 수용 가능성은 더욱 낮아진 것으로 평가된다”라고 말했다.

다만 북한이 대외적 활동을 재개하려는 일종의 ‘사인’이라는 해석도 동시에 제기된다. 당 대회 때 예고한 국가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대외 메시지를 표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코로나19에 대한 예민한 대응이 이어져 대외적 침묵 또한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정식 취임하는 1월20일 이후 미국의 입장을 먼저 살필 것이라는 예상에도 무게가 실린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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