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신 신화’ 옛터에 부산 신발산업 후예들 둥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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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정신 상징 ‘검정고무신’ 전시
중소업체들, 맞춤형 제작 서비스 “지역산업-관객-소비자 상생공간”

상상마당 부산 2층 디자인 스퀘어에서 커스텀 작가들이 고객 주문에 맞춰 신발을 디자인하고 있다. KT&G 상상마당 제공
상상마당 부산 2층 디자인 스퀘어에서 커스텀 작가들이 고객 주문에 맞춰 신발을 디자인하고 있다. KT&G 상상마당 제공
상상마당 부산의 5층 청년창업 지원 공간에는 오래된 검정고무신 한 켤레가 전시돼 있다. 신발 산업의 메카인 부산의 보생고무산업에서 만든 제품이다. 보생고무산업은 1960년대 ‘타이야표(타이어표) 고무신’으로 유명했던 회사다. 검정고무신을 전시해둔 건 상상마당 부산의 위치가 보생고무산업 본사가 있던 자리이기 때문이다. 기술 개발로 국가 주축 산업을 일궜던 선배 기업인들의 창업가 정신을 잊지 말자는 뜻도 담고 있다.

신발과 부산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1960년대 주요 신발 회사 8곳 중 6곳이 부산에 모여 있었다. 1962년 미국에 장화를 수출한 것을 시작으로 달러를 벌어들이는 효자 노릇을 했다. 고무신에 이어 운동화까지 히트를 치면서 부산 경제 발전을 이끌었다. 1990년 부산 신발 기업의 수출 규모는 약 43억 달러(약 4조6633억 원)로 정점을 찍었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에 의존했던 신발 산업은 이후 부침을 겪었다. 자체 브랜드의 경쟁력이 문제였다. 비록 예전만큼 주목받지는 못해도 부산의 신발 제작 노하우와 기술력은 아직도 그대로 남아있다.

상상마당 부산 2층에 위치한 신발 편집숍 ‘파도블(PADOBLE)’은 인지도가 떨어져 판로 확보가 어려운 부산의 중소 신발 기업들에 고객과 만날 기회를 제공한다. 파도블에는 부산의 중소 신발 브랜드 20곳이 입점해 있다. 단순히 신발 판매에만 그치지 않고 고객이 각자의 개성에 따라 신발을 디자인할 수도 있다. 즉석에서 작가들이 맞춤형 신발을 제작해주는 서비스다. 자신의 신발을 직접 디자인해 보는 ‘원 데이 클래스’도 운영된다. 이상민 KT&G 상상마당 파트장은 “상상마당 부산은 기획 단계부터 지역과의 상생을 고려해 공간을 구성했다”며 “지역 산업, 관객, 소비자와 함께하는 공간으로 키워 나가겠다”고 말했다.

부산=박성민 기자 min@donga.com
#고무신신화#신발산업#검정고무신#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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