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판엔 낯선, 그러나 질리지 않는… ‘칠채장단’과 놀아볼까요

김기윤 기자 입력 2020-11-19 03:00수정 2020-11-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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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무용단 이재화 안무가
2년만에 ‘가무악칠채’ 재공연
한박에 징 7번 치는 홀수박장단
“객석에서 자는 사람 없을 거예요”
“객석에서 자는 사람이 없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어요.”

‘123 12 123 12 123 123.’ 무용수들이 어딘가 ‘불편한’ 느낌의 칠채 장단을 입혔다. 전문 무용수도 이해하기 힘든 이 홀수박(拍) 장단은 징을 일곱 번 친다고 해 칠채라는 이름이 붙었다. 굿판이나 웃다리 농악에서 주로 쓰며 끝날 듯 멈추지 않는 역동성이 특징이다.


칠채는 이재화 안무가(32·사진)를 만나 처음 무용 무대에 올랐다. 2018년 쇼케이스 때부터 ‘조선의 EDM(일렉트로닉댄스음악)’ ‘록 페스티벌’이라 호평받은 작품은 흥을 최고조로 터뜨릴 채비를 마쳤다. 20∼22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무대에서 선보일 국립무용단 ‘가무악칠채’의 이 안무가를 11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만났다.

이 안무가는 “어려서 장구를 배워 칠채 장단은 알고 있었는데 박자가 잘 맞아떨어지지 않아서 그런지 무용에서는 좀체 쓰이질 않더라. 한 장단으로만 작품을 만든다면 절대 질리지 않을 장단이 필요했고, 그게 칠채였다”고 했다. 그의 안무에 무용수 7인과 악사 7인, 음악감독 허성은, 정가(正歌) 보컬 박민희, 소리꾼 김준수가 합류해 ‘가무악칠채’를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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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제40회 동아무용콩쿠르 일반부 한국무용창작 부문 금상을 받은 그는 2014년 국립무용단에 입단했다. 2018년 그가 호기롭게 이 작품을 만든다고 하자 우려도 많았다. “박자가 너무 어려워 포기하고 싶었다”는 그에게는 무용수들과 합을 맞춰볼 음원도 없었다. “포털 사이트에서 북과 징 소리를 직접 내려받아 음원과 박자도 만들었죠.” 그를 믿고 ‘한번 해보자’며 의기투합한 무용수, 악사들 덕에 작품은 빛을 봤다. 기존 30분짜리 작품은 정가 음악을 추가해 1시간으로 늘어나 풍성함을 더했다.

“30분 동안 숨 막혀 죽을 만큼의 긴장감과 타격감을 객석에 주고 싶었어요. (그러면서도) 길이를 늘려 공연을 잠시 ‘비우는’ 정가도 넣었고, 후반부에 가장 강한 드럼과 기타 소리를 더해 무용수와 연주자가 반(半) 미친 상태로 보이는 강렬함을 표현했습니다.”


무용수로도 참여해 루프스테이션(소리의 일정 구간을 반복 재생하는 기기)까지 연주하는 그는 전통의 현대화에 목마르다. ‘이재화 안무가님’이라는 호칭이 세상에서 가장 어색하다는 그이지만 무대에 쓰일 소품, 레이저 장비까지 꼼꼼히 챙기며, 연출 욕심도 많다.

“모르는 게 더 많지만 답습하는 것을 넘어 제 생각을 소박하게 정리해 표출하는 무대면 만족해요.”
 
김기윤 기자 pep@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국립무용단 이재화 안무가#가무악칠채#칠채 장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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