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료가 어려운 이유가 뭔가.
“2006년 경기 안양교도소에서 두 번 이상 아동성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을 정밀 조사한 적이 있다. 청소년 대상 프로그램이 효과가 있어 이를 성인으로 확대해 보려는 취지였다. 그런데 기절하는 줄 알았다. 시작부터 벽에 부딪혔으니까.” (어떤 벽에….) “인지행동치료를 하려면 가장 먼저 환자가 질문을 이해하고 자기 상태를 최대한 정확하게 설명해줘야 한다. 그게 치료의 출발점이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모양 맞추기 같은 비언어성(동작성) 아이큐는 거의 정상인데 언어성 아이큐는 70점이 안 됐다. 질문을 잘 이해하지도, 설명도 못하는 거다.”
“그러니까, 성범죄자들은 굉장히 다양한 특성을 갖고 있다. 소아성애자도 있고, 다른 범죄를 저지르면서 성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도 있다. 범행에 이르는 과정도 성에 대한 통념이 잘못돼서인지, 충동억제가 안 돼서인지 다 다르다. 더욱이 성 변태처럼 요상한 요인들이 있는 경우에는 치료가 더 어렵다. 이런 걸 아주 정밀하게 체크해야 제대로 된 치료 방향과 방법이 나오는데 말이 안 되니…. 치료를 해도 얼마나 나아진 건지 전후 비교도 안 되고. 그래서 우리끼리 언어치료부터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했다.”
※신 교수팀이 조사한 아동성범죄자들의 평균 학력은 초등학교 졸업이다. 조두순은 초졸이다.

“그런 연구를 한 게 우리가 처음이었으니까. 지금도 국내에 성범죄자 치료에 대한 연구가 많지 않다. 당시에는 더더욱. 2000년 성범죄 사건 때문에 국회에 갔는데 모 국회의원이 ‘신성한 국회에서 감히 성폭력이란 단어를 입에 올리느냐’고 소리 칠 정도로 인식도 낮았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중에서도 이 분야를 연구하려는 사람은 별로 없다. 개업할 수 있는 분야도 아니고…. 그래서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관련 연구도 지원하고 이어가야 하는데 우리는 그런 생각이 없다.”
―당신이 한 연구는 이후 어떻게 됐나.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의뢰로 한 건데… 사장됐다. 그 연구는 이후에 없어진 것 같다. 14년 동안 계속 이어졌다면 지금쯤은 괜찮은 대책이 나올 수 있었을 거다. 관련 연구도 적은데 그나마도 활용을 안 하니…. 깜깜이 정책이 그래서 나오는 거 아닌가. 캐나다가 이런 분야의 연구가 잘돼 있는데….” (캐나다에 성범죄가 많나?) “그건 아니고 성범죄를 굉장히 심각하게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사나 심리학자들이 이 분야 연구를 많이 하도록 펀드가 발달돼 있다. 이런 게 진짜 공공의료다. 이런 현실에서 조두순에 대한 특별집중치료 프로그램이 있다고? 솔직히 나는 믿지 않는다. 조두순이 어떤 상태인지 기초조사조차 제대로 안 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출소가 한 달도 안 남았는데 설마….
“법무부가 공개를 안 하니 누가 하는지 알 수 없지만 치료를 하려면 심리학자가 많이 필요한데 대부분 여자들이다.” (여자가 하면 안 되나.) “가해자가 남자니까. 성적 변화를 일으켜야 하는데 여성은 한계가 있다. 그리고 성범죄자들이 여자 치료사에게는 다 털어놓고 말하지 못하는 면도 있다. 우리도 남자 치료사를 구하기가 정말 어려워 애를 많이 먹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치료가 효과가 있으려면 본인 의지가 강해야 한다. 조두순이 그럴까?”
―법무부는 이 목차 외에는 밝힐 수 없다고 한다.
“중요한 건 치료의 질이다. 여기 피해자의 아픔을 공감하는 항목이 있는데… 우리는 성폭행으로 인한 유산 장면을 보여줄 때 의사들이 아이를 가위로 자르는 모습까지 보여준다. 그러면 청소년 성범죄자들은 울면서 괴로워한다. 자신들의 행위가 피해자들에게 얼마나 고통을 주는지 몰랐던 거지. 그냥 성범죄 피해자가 나온 영화 하나 보여주고 ‘죄송합니다’ 말 한마디 듣고 넘어가면 되는 게 아니다. 그런 건 치료가 아니다. 그냥 성교육이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게 고리를 끊는 것인데… 이 고리를 찾았는지도 의문이다.” (고리가 뭔가.) “어떻게 해서 성범죄까지 이르게 됐는지 그 지점을 찾는 것이다. 범죄자마다 다른데 외로울 때마다 술을 마시다가 성범죄에 이르렀다면 술이 고리다. 술 대신 다른 방법을 찾거나 아니면 마시는 시간을 조절해서 성범죄로 진행하지 않도록 하는 거다. 성범죄자를 치료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주무 부처인 법무부는 근본적인 노력은 아무것도 안 했다.”
―추미애 장관은 방지책을 세우겠다는데….
“폐쇄회로(CC)TV만 늘리는 게 무슨 대책인가. 사건이 벌어진 게 12년 전이다. 조두순처럼 인지능력이 무지막지하게 떨어져 분석 자체가 안 되는 성범죄자는 어떻게 할 것인지 이미 대책이 나와 있어야 했다. 연구가 부족하다면 예산을 투입해 했어야 하고, 인력이 없다면 키웠어야 했다. 법무부가 성범죄 대응 주무부처 아닌가. 만약 제대로 검사했다면 조두순은 심리치료가 안 먹히기 때문에 성충동억제 약물을 써야 하는 걸로 나올지도 모른다. 할 일은 아무것도 안 하고 윤석열(검찰총장)만 조지고 있으니….”
―법무부가 조두순 출소 이후를 대비해 조언을 구한 적이 있나. 당신만큼 피해자 상황을 잘 아는 사람도 없는데….
“없다.” (응?) “나뿐만 아니라 피해자 아버지에게도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안산시장도 희한한 게… 문재인 대통령에게 조두순 격리법 만들어 달라고 국민청원을 넣을 정도면 피해자 가족에게 괜찮은지, 필요한 게 뭔지 물어보는 게 상식 아닌가.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다. 피해자 가족이 속상해하는 게 그런 거다. 대책이랍시고 만든 것에 피해자 의견은 빠져 있다고.” (조두순 대책을 세운다면서 피해자에게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고?) “우리 행정이 그렇다. 10여년 전 배변 주머니 때문에 아이가 재수술 받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 수술이 비보험이라 굉장히 비싸 피해자 가족이 감당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당시 범죄피해자보호기금에서 지원하게 해달라고 여성가족부에 부탁했는데 안 된다고 하더라. 보통 의료비로 300만 원을 지원하는데 특별한 경우에 이사회가 승인하면 더 지원할 수 있다. 그런데도 담당 국장이 한사코 안 된다는 거다. 말도 못하게 싸웠다. 하다하다 안 돼서 정부와 실랑이하는 사이에 애가 죽을 것 같아서 국민모금으로 수술비를 마련했다. 그런데 10여 년이 지났는데 이사 비용을 또 국민모금으로 했으니….”
―범죄피해자보호기금법에 피해자 주거 지원이 명기돼 있지 않나. 왜 그걸 활용하지 않고….
“피해자 가족이 불안에 떤다고 그렇게 보도가 되고, 숱한 사람들이 청와대 국민청원을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뭔가 해줄 줄 알았다. 그런데 석 달이 채 안 남았는데 정부가 아무것도 안 하는 거다. 행정 절차를 밟으면 과거 수술비 때처럼 속만 터지다가 되지도 않을 것 같았다. 그리고 이런 문제로 또 정부와 싸우는 걸 아이가 알면 어떤 심정이겠나. 그래서 나중에 절차를 밟더라도 일단 먼저 이사부터 시켜야 한다는 생각에 9월 말부터 한국폭력학대예방협회를 통해 국민모금을 시작했다. 계속 전셋값이 오르는 것도 걱정이 되고…. 다행히 국민들이 도와줘서 며칠 전 모 경찰서 근처 보안이 잘된 아파트를 가계약할 수 있었다. 근데 한 달 전보다 1억5000만 원이나 올랐더라.” (부동산 정책 탓인가.) “그런 것 같다.”
※범죄피해자보호기금법은 상담, 의료 제공, 취업 관련 지원, 주거지원 및 보호시설의 설치·운영 등에 기금을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수술 직후 아이는 배변 주머니를 찬 채 눕지도 못하고 앉아서 장시간 조사를 받았다. 그런 아이를 부르고 카메라 조작법도 몰라 네 번이나 고통스러운 상황을 반복 진술하게 한 검찰. 오죽하면 법원이 국가가 13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했을까. 한사코 수술비 지원은 안 된다고 한 여성가족부. 12년간 관심도 없다가 이제와 CCTV와 보호관찰 강화로 넘어가려는 법무부. 그사이 피해자 가족은 국민의 온정으로 수술비와 이사 비용을 마련했다. 나라가 안 도와줘 국민이 나서다니…. 관군(官軍)은 어디가고, 의병(義兵)만 나부끼나. |
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이수정 “십수 년 민주당 지원, ‘그대로 가야하나’ 혼란 빠져”
진중권 “신현수도 친문이 잘라내는 것…文도 통제 못해”
윤석열, 총장직 거는 건 與가 바라는일…檢, 중수청 앞 자멸할수도
홍준표 “아직도 문재인 세상…정신 못차리는 국민의힘”
이언주 “백신 1호 접종 구경만 한 文, 아직 신분사회인가?”
- [단독]‘이용구 폭행사건 지휘’ 서초署 간부, 휴대전화 데이터 삭제 정황
Copyright by dongA.com All rights reserved.